34. 남극에서 일본으로 돌아온 관측선 후지
나고야 시영 지하철 사카에역에서
나고야코역으로 가는 메이코선 열차를 타고
종점 나고야코역에서 내렸습니다.
역명 그대로 나고야항이 근처에 있는데
나고야항에 배를 타러 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의외로 이 주변에 관광지가 많습니다.
나고야항 수족관은 조금 있다가 가보기로 하고
특이하게 생긴 나고야항 포트 빌딩 옆에 있는
남극 관측선 후지를 가볼 겁니다.
한국 극지연구소에서 운용 중인 쇄빙선 아라온호와 비슷하게
남극 바다를 항해했던 배인데
퇴역한 뒤에는 나고야항으로 와서
포트 빌딩과 함께 나고야항 가든 부두(名古屋港ガーデンふ頭)의 전시 시설로 쓰이고 있네요.
나고야항 포트 빌딩에도 올라가볼 계획이니
710엔짜리 공통권을 사고
잔교를 걸어 배에 올라타
승선증명서를 받고
정해진 코스를 따라 배 안을 둘러봅니다.
방 안으로 마음대로 들어가볼 수는 없지만
침실이나 의무실,
요새는 보기 드문 사인이 도는 이발실까지
승무원들이 생활하던 여러 시설들을
승무원의 행동을 재현 중인 마네킹과 함께 둘러볼 수 있네요.
휴식을 즐기고 있는 승무원들의 모습을 보면 꽤 낭만적으로 보이면서도
비좁은 침대를 보면
절로 쓴웃음이 나옵니다.
선실 관람을 마치고
벽에 있는 이런저런 전시물을
사진으로 남기면서
계속 걸으니
헬리콥터 격납고를 개조해 만들었다는
남극의 박물관이라는 전시 공간이 나오네요.
홋카이도와 쿠릴열도에 대한 탐사와 개척을
일본 극지 연구의 시점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그런 이야기보다는 일본 남극 관측선의 계보에 대해 알아보는 게 개인적으로는 더 재미있네요.
1938년 진수돼서 일본제국 해군함으로 쓰이다
태평양 전쟁 이후인 1956년부터 1962년까지 초대 남극 관측선으로 쓰인 소야 다음으로
1965년 진수된 후지가 1983년까지 2대 남극 관측선으로 사용되었고
여기서는 후지가 도입되면서 일본의 본격적인 남극 관측이 시작되었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1982년 진수된 초대 시라세가 1983년부터 2008년까지,
2009년 진수된 2대 시라세가 지금도 남극 관측선으로 운용되고 있네요.
지금까지 일본이 총 4대의 남극 관측용 쇄빙선을 운용했고
그 시기도 상당히 이른 편입니다.
이걸 보니 한국도 조금 더 빨리 아라온호를 만들었더라면 2003년의 비극은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이어서 남극 대륙 내에서 이동할 때 쓰던
KC20-3S 설상차를 보고
헬리패드로 나와
이따가 가볼 나고야항 수족관을 보고
브리지라고 부르는 조타실로 들어가
이제는 움직이지 않는 기계들을 본 뒤
나고야항 포트 타워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