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에서 카메라용 필름 수검사 요청을 위한 공문 작성법

대다수 분들은 공문을 작성할 일은커녕 공문을 읽어볼 일도 별로 없을 텐데
필름 카메라 촬영이 취미가 되면서 공문을 쓸 일이 생겼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카메라용 필름은 엑스레이에 취약한데
인천국제공항을 비롯해서 한국 공항은 ISO 400 이상의 고감도 필름만 수검사를 해주고
필름 감도가 그보다 낮으면 사전에 공문을 작성해야 수검사를 해줍니다.
필름을 보기만 해도 바로 수검사를 해주는 일본 공항에 비하면 이래저래 불편한데
그래도 공문을 작성하기만 하면 수검사는 해주니 낫다고 해야 할까요.
디시인사이드 필름카메라 갤러리에서 알게 된 방법을
제가 개인적으로 정리하는 목적으로 글을 써보겠습니다.

공문을 작성하기 전에 필름을 수검사해주는 법적 근거는 미리 알아둬야겠죠.
항공보안법 시행령 제13조에는 특별 보안 검색방법에 대한 규정을 나열하고 있고
제3항 제4호의2에는 의료용·과학용 필름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이 아니더라도 바로 아래 제5호에
검색장비로 보안검색을 하면 본래의 형질이 손상될 수 있는 물건은
특별 보안 검색을 요청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니
이 두 항목을 공문에 적으면 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특별 보안검색 물품 허가 신청서를 작성해 봅시다.
법령체계를 생각해보면 항공보안법 시행령에 적힌 절차를 위한 서식이
항공보안법 시행규칙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어째 항공보안법 시행규칙에는 관련 서식이 없습니다.
대신 국토교통부 정책자료실에 특별 보안검색 물품 허가 신청서가 있으니 이걸 받으면 되겠습니다.
정부 홈페이지 자료답게 HWP 포맷으로 되어 있으니 HWP 편집 프로그램은 따로 구해야겠죠.
신청인의 법인명은 무시하시고 대표자는 자신의 이름, 주소는 지금 살고 있는 곳 주소를 적으면 됩니다.
물품 정보는 위의 예시를 참고하시면 되겠고
물품소유자 정보는 신청자 인적사항을 다시 적고
육상운송 정보의 포장장소는 집 주소를 한 번 더 적으세요.
운송자 정보 역시 신청자 정보를 다시 적으면 되고
항공운송 정보는 내가 탈 항공편의 정보를 적으면 되는데
출발예정일시는 시간까지 적으라고 합니다.
시간 안 적고 냈더니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와서 공문 다시 보내겠다고 했네요.

신청서 작성을 마쳤으면 이제 공문을 작성해 신청서를 보낼 차례입니다.
개인도 공문을 작성할 수 있는 문서24라는 정부 사이트가 있는데요.
회원가입을 해야 공문을 작성할 수 있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등 포털 아이디로도 회원가입이 바로 됩니다.

회원 가입을 끝냈으면 문서 보내기 버튼을 눌러 공문을 작성하면 됩니다.
문서 제출 전 확인사항을 체크한 뒤
문서를 받는 기관과 문서제목을 입력하면 되는데요.
받는 기관은 내가 이용할 공항을 관할하는 항공청을 지정하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은 서울지방항공청,
김해국제공항, 대구국제공항은 부산지방항공청으로 지정하면 됩니다.

공문 내용은 대충 위의 내용처럼 적으면 됩니다.
관례적으로 다른 관청에 공문을 보낼 때에는 귀 기관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고 운을 띄우고,
공문 마지막은 두 칸을 띄운 뒤 끝. 을 적으면 되는데
개인이 쓰는 공문이라면 이렇게까지 격을 갖추지 않아도 될 것 같네요.
특별 보안검색 물품 허가 신청서 하단을 보면 형질변경 확인서를 첨부하라고 되어 있는데
이건 코닥에서 제공하는 Transporting and Storing Film 문서를 PDF로 저장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공문 작성을 마치고 첨부파일을 업로드한 뒤 발송까지 마치면 이제 기다림의 순간만이 남았습니다.
문서24를 통해 발송한 문서는 해당 항공청에서 접수를 한 뒤 문서를 검토하고 공문을 회신하는 절차를 밟는데요.
빠르면 하루만에 끝나지만
관공서 공문이라는 게 기안자, 검토자, 결재자를 거쳐야 하니
보통은 이틀에서 사흘 정도 걸린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문서 진행 상황이 회원 가입할 때 입력한 이메일로 날아오니
계속 문서24 화면만 붙잡을 필요는 없습니다.

항공청에서 검토를 마치고 회신 문서를 보내면
문서24 받은 문서함에 문서가 들어옵니다.
이 문서를 접수 처리하면 공문이 접수 문서함으로 넘어가고
여기서 공문을 저장하거나 인쇄할 수 있게 됩니다.
공문을 받은 뒤 주의할 점이 있다면
공문에 적은 필름과 실제로 공항에 들고 가는 필름이 달라지면 안 되고
만일 필름 구성이 달라진다면 공문을 다시 작성해야 합니다.
공문에 적는 필름은 ISO 값만 적으니
ISO 100짜리 슬라이드 필름을 흑백 필름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경우에는
공문을 다시 작성하지 않아도 무방합니다.

개인이 공문을 작성한다는 것이 낯설다 보니 저도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니 생각보다 쉽게 공문 회신을 받았고
공항에서도 보안검색대에서 공문을 보여주며 필름 수검사를 요청하니 친절하게 수검사를 진행해 주셨습니다.
수검사 방법을 몸소 겪어봤으니 필름 사진을 찍는 동안에는 자주 이용할 것 같네요.

ps. 특별 보안검색 물품 허가 신청 공문을 한번 작성해봤으면
다음부터는 보낸 문서함에 있는 문서를 누른 뒤
재작성을 선택하면 본문을 다시 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본문이 채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