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3월 21일 새벽 도쿄 하네다공항에서 출발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던 피치항공 비행기가
짙게 낀 안개로 인해 인천국제공항 코앞에서 회항해 오사카 칸사이국제공항으로 회항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다른 비행기들도 안개로 인해 착륙에 실패해 회항했으면 그나마 덜 억울할 텐데
비슷한 시간대에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는 비행기는 잘만 착륙해서 이용객들의 분노를 더 키우는데요.
2023년 3월 21일 사례 외에도 피치항공 비행기가 한국 코앞에서 회항해 일본으로 가는 일이 의외로 자주 있어
피치 못해 타는 피치라는 악명을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왜 유독 피치만 이런 일이 잦은 지 뇌피셜을 굴러보면서 피치를 자세하게 까보도록 합시다.
공항에는 비행기 착륙을 도와주는 수많은 장비들이 있는데
이런 장비들을 통틀어서 계기착륙장치(Instrument Landing System, ILS)라고 하고
계기착륙장치 수준에 따라 3가지 등급(CAT)으로 나눠놨는데
CAT이 높을수록 가시범위가 짧더라도 착륙이 가능합니다.
인천국제공항은 바다를 메워 만든 공항이라 안개가 자주 끼다 보니
원활한 운항을 위해 모든 활주로가 가장 높은 등급인 CAT III인데
공항 시설이 좋더라도 비행기 조종사가 CAT III 가시범위 상황에서 착륙할 수 있는 자격이 없으면
비행기는 착륙하지 못하고 회항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송용 제트항공기 기장시간을 300시간 이상 채우는 등의 요건을 갖추고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피치항공같은 LCC는 인력 유출이 비교적 잦은 편이라
자격을 갖춘 기장이 FSC와 비교해서 적은 것 같네요.
회항은 그렇다고 치고 회항지가 한국이 아닌 일본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비행기가 활주로에 착륙한다고 항공 운송 업무가 끝나지 않고
수하물 운반부터 급유, 공항 게이트에 따라서는 램프버스 운행 등 수많은 지원 업무가 필요합니다.
이런 지원 업무를 지상조업이라고 하고
항공사는 지상조업사와 계약을 맺어 지상조업을 받습니다.
피치항공은 일본 항공사다 보니 한국에는 인천국제공항에만 계약을 맺은 지상조업사가 있고
다른 공항에는 지상조업사 자체가 없어
만약 인천국제공항에서 회항해 청주국제공항에 착륙했다면
승객을 내리는 것조차 마음대로 못 합니다.
그러니 24시간 이착륙이 가능하면서 계약한 지상조업사가 있는
오사카 칸사이국제공항으로 회항하는 것이겠죠.
사실 악천후로 인한 트러블은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이고
자기가 탄 비행기가 지연이나 회항을 겪으면
여행 커뮤니티에 어느 항공사가 최악이었다느니 다시는 안 탄다느니 하는 하소연을 적는 분들이 많은 걸 보면
피치항공이 다른 항공사와 비교해서 유난히 악천후에 취약한 항공사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일 간 항공편을 운항하는 몇 안되는 일본 국적 LCC라는 특징 때문에
한번 악천후를 겪으면 다른 항공사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대처법을 보여주고
LCC 답게 승객에 대한 보상 따위는 없으니
피치 못해 타는 피치라는 오명이 사라지는 건 쉽지 않은 일이겠죠.
피치항공을 이용할 때에는 이런 회사 상황에 대해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이 그나마 화를 줄여줄 것 같습니다.
ps.
단점이 뚜렷한 항공사지만 스케줄이 워낙 좋다 보니 지금까지 이용한 항공편 중 피치 운항편이 제일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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