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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여행/먹을 것을 찾아서

속초까지 달려와 먹은 아바이순대 (2023.02.11) 일본 여행을 하도 많이 가다 보니 여행 글을 하루에 하나 꼴로 작성을 해도 여행기가 마무리될 기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이러다간 올해 다녀온 국내 관광지는 더 미뤄지겠다 싶어 올해가 가기 전에 올려야 할 NAS에 묵혀 있는 사진을 처리할 겸 맨날 일본 여행 글만 작성하다 보니 어딘가 답답해진 기분을 풀 생각으로 짧은 국내 여행글을 몇 자 적어봅니다. 새벽부터 차를 몰아 미시령 터널 옆 소노 펠리체에 있는 한 카페에 들러 눈 구경을 실컷 하고 속초 시내로 차를 돌려 아바이마을에 왔습니다. 아바이마을은 6.25 전쟁 때 고향을 떠나 속초에 터를 잡은 실향민들이 모인 마을인데 주로 함경도 출신 사람들이 많아 함경도에서 (할)아버지를 부르던 아바이를 마을 이름에 붙여 아바이마을이 되었다고 하네요. 아바이마을이 ..
이북 요리로 잔뜩 배를 채운 저녁 (2023.07.25) 특이한 음식으로 저녁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지도에 저장해 둔 식당을 훑어보다 연남동에 있는 친친이라는 식당에 왔습니다. 북녘 식당이라는 이름이 붙은 점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는 이북 요리를 파는 식당인데 이북 요리하면 떠오르는 평양냉면이나 함흥냉면이 아닌 상당히 생소한 냉면을 팝니다. 메밀 100%로 만든 면을 썼다는 서울냉면도 궁금하지만 이날은 생소한 요리를 먹고 가기로 했으니 감자로 만든 농마 랭면을 주문하고 사이드 메뉴로 두부밥과 세고기왕만두를 주문한 뒤 이북 요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안 맞는 것 같지만 분위기는 좋은 식당 안으로 들어갑니다. 기본 반찬으로 삶은 감자와 옥수수가 나와 괜히 웃으면서 먹고 가장 먼저 나온 두부밥을 젓가락으로 집어봅니다. 두부밥은 북송 재일동포들이 유부초밥을 재..
먹어도 먹어도 줄어들지 않는 점보 도시락 (2023.06.02) 인터넷에서 판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집 근처 GS25. 정말 점보 도시락이 있습니다. 기본 도시락보다 가로 세로 높이를 2배씩 키워 전체적으로 8배 커진 크기에 도시락을 드는 아줌마도 팔을 저리고 있네요. 8,500원을 내고 집에 가져온 건 좋은데 8인분 라면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가 참 난감합니다. 스프와 건더기를 8개씩 소분했다면 비겁하지만 8번씩 라면을 끓여먹을텐데 애매하게 소분해서 그렇게 끓여먹기도 애매하니 에라 모르겠다 하고 라면 위에 스프를 탈탈 턴 뒤 커다란 냄비에 물을 가득 채워 끓이고 컵라면 위에 물을 부은 뒤 뚜껑을 닫아 기다립니다. 라면 8개를 한꺼번에 익히다 보니 균일하게 익지 않아 라면을 잘 휘저으며 면이 익도록 풀어준 뒤 젓가락으로 컵라면 하나 분량 정도 되는 면발을 집어 접시에..
규카츠가 먹고 싶던 날 (2023.04.28)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갑자기 규카츠 고기에 관한 이야기가 돌던 날 되레 규카츠가 먹고 싶어 져서 지도를 검색해 배곧에 있는 후라토식당에 왔습니다. 메뉴는 여러가지지만 규카츠를 먹으러 왔으니 당연히 주문한 음식은 규카츠. 화로에 불을 피우고 불판이 달궈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규카츠가 그새 나왔네요. 다른 고기와는 달리 소고기는 튀겨먹기보다는 구워 먹는 걸 훨씬 좋아하기에 규카츠를 마지막으로 먹어본게 2016년인가 그럴 텐데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겉만 살짝 익은 고기를 불판에 익혀 이런저런 소스에 찍어먹기도 하고 돈가스처럼 와사비를 얹어 먹어보기도 하고 다양하게 먹어봅니다. 위에 링크로 걸어둔 글에서는 고기결이 제멋대로면 성형육을 의심해 보라고 되어 있는데 적어도 여기는 고기를 접착..
피순대가 들어간 순댓국 (2023.05.07) 수원 호매실에 있는 작은 먹자골목에 있는 순댓국집. 보통 순댓국이 아닌 피순대를 넣은 순댓국을 판다고 해서 동네 사람들 말고는 찾기 애매한 자리에 있는 이 식당에 들어와 피순대국 특을 주문합니다. 순댓국을 주문하니 기본 반찬이 나오는데 반찬 중에 돼지귀 무침이 있다는 것도 참 비범하네요. 같이 나온 부추 무침을 곁들여 먹다 팔팔 끓는 순댓국 뚝배기가 나와 빈 접시를 옆으로 치웁니다. 피순대는 전북 전주, 충남 논산 등 중부 지역 일부 도시에서 먹는 순대인데 이름대로 창자에 선지를 채워넣어 순대를 만듭니다. 가게마다 선지를 넣는 비율이 다른데 여기는 야채나 찹쌀 등 다른 소를 섞어 어느 정도 타협을 본 것 같네요. 고기 순대나 당면 순대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이걸 어떻게 먹냐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맛이 ..
평양냉면처럼 담백한 어복쟁반 (2023.05.06) 전날에 이어 비가 내린 어린이날 연휴의 토요일. 수원 만석공원 옆에 있는 옥반정이라는 식당에 왔습니다. 어복쟁반이라는 흔히 보기 어려운 음식을 팔고 있어서 대체 어떤 맛일지 궁금해 친구를 꼬드겨 같이 왔습니다. 어복쟁반은 평안도에서 먹던 전골 요리인데 소 뱃살을 뜻하는 우복이 변형돼서 어복쟁반이라는 이름이 되었다고 합니다. 음식을 주문하니 뭔가 많이 담긴 냄비가 나왔는데 소 뱃살 중 윗부분에 있는 양지를 썰어 얹었고 그 아래에는 새송이버섯과 팽이버섯, 목이버섯, 백목이버섯 등 각종 버섯을 듬뿍 깔고 파와 쑥갓, 그리고 은행을 듬성듬성 넣었습니다. 재료가 재료인 만큼 버섯전골과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는데 맛이 참 담백합니다. 평양냉면과 견주어도 될 만큼 국물이 담백하네요. 평양냉면을 처음 먹었을 때에도 맛이..
마늘순대백반으로 시작해서 순대곱새전골로 (2023.03.15) 유난히 들어온 가게가 자주 바뀌던 자리에 얼마 전 수백당이라는 새로운 식당이 들어섰습니다. 순댓국과 순대전골 등을 주력으로 파는 식당인데 이 식당에서 처음 주문한 마늘순대백반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 다른 날 지인들을 데리고 다시 찾아 한우대창 순대곱새 세트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1인당 22,000원. 이제는 조금 인기가 식은 듯한 개미집의 낙곱새에서 아이디어를 따온 것 같지만 국물 자체는 훨씬 덜 매운 순대 전골이 먼저 나와 바글바글 끓는 동안 신선로에 담겨 나오는 백순대를 먹고 마늘수육도 같이 먹습니다. 잡내가 잔뜩 날 재료로 가득하지만 넉넉하게 넣은 깻잎과 들깨로 잘 잡았고 기름진 재료에 비해 의외로 느끼하지도 않아 입 안으로 계속 잘 들어가네요. 양도 성인 셋이서 먹기에 충분해서 모자라지 않게 잘..
문 열자마자 찾아간 뷔페식 중국집 무한자금성 (2022.11.12) 가산디지털단지역과 구로디지털단지역 사이 빌딩숲 지하에 있는 중국집 무한자금성. 오래전 정준하 씨와의 인연으로 화제가 됐던 노량진 중국집 아저씨가 장사한다는 곳으로 열심히 PR을 하고 있지만 메뉴 자체는 다른 중국집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가게 이름대로 중화요리를 뷔페식으로 판다는 가장 큰 특징이 있어서 평일도 아닌 토요일에 영업시간 11시에 맞춰 왔는데도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중화냉면 같은 쉽게 보기 힘든 음식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 탕수육, 깐풍기, 군만두를 무제한으로 먹을 수 있는데요. 문 열자마자 들어와서 듬뿍 펐으니 갓 만든 음식을 먹는 셈이라 맛은 좋습니다. 이곳이 뷔페만 하는 곳이 아니라 홀 서빙, 배달도 같이 하는데 뷔페용 음식 따로 배달용 음식 따로 조리하지는 ..
휴게소에서 잔뜩 먹은 임실치즈 (2022.09.10) 양수리에서 양평 읍내 방향으로 가다 보면 나오는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 이곳에 오면 유난히 오토바이들이 많이 들렀다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만남의 광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휴게소가 핸드폰과 같은 연락 수단이 없던 시절 장거리 여행을 시작할 때 모이는 장소로 사용됐는데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옆에 있는 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나 지금은 하남드림휴게소로 이름이 바뀐 중부고속도로 동서울 만남의 광장 휴게소와는 달리 이곳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는 국도에 있어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 되었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에는 이곳에서 만나 운전 코스를 확인하거나 장거리 운전을 위해 점검을 하는 식으로 이곳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휴게소에서는 보기 힘든 라..
초복에는 누룽지 닭백숙 (2022.07.16) 복날을 맞아 오랜만에 삼계탕을 먹기로 친구와 약속을 잡았는데 수원 망포역 근처에 있는 장수촌이라는 식당에 들어오자마자 느낀 감정은 당황입니다. 복날에 삼계탕집에 사람 많은 것이야 당연한 것이니 대기열에 당황한 것은 아니고 건물 주차장 운영사와의 갈등 때문에 주차요금 감면이 안된다는 사실 때문이죠. 급하게 대기명단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고 차를 다른 곳에 댄 뒤 다시 식당으로 돌아오니 전화도 없이 제 순번을 지나쳤다는 사실에 기분이 상했지만 같이 밥 먹기로 한 친구한테 다른 데 가자고 하기도 뭣하고 오늘처럼 손님이 몰리는 날에 정신없이 일하다 보면 놓칠 수도 있는 일이니 참고 주차비만큼 가격을 내렸다는 누룽지 닭백숙 1마리를 주문했습니다. 찹쌀밥과 함께 나온 닭백숙 한 마리를 먼저 받고 닭다리와 함께 밥을..
간장과 닭육수가 잘 어우러진 라무라 라멘 (2021.09.22) 시골로 내려가지 않고 집에서 보내게 된 추석 연휴. 뭘 하면서 시간을 때워야 하나 하며 이것저것 찾아보다 마침 이전부터 가보고자 했던 라멘집이 연휴에도 문을 열길래 합정동으로 올라와 '라무라'라는 식당에 왔습니다. 메뉴판을 보면 닭고기 고명과 국물을 선택할 수 있는데 닭고기 양은 병아리로 선택해도 배를 채우는 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모처럼이니 큼지막한 장각이 올라가는 닭으로 골랐습니다. 국물은 이해하기 쉽게 색깔로 구분을 했는데 토리가라(鶏がら)라고 부르는 닭 육수를 쓰는 것은 동일하지만 여기에 간장을 넣느냐 넣지 않느냐에 따라 메뉴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제가 방문한 뒤로 매운 양념을 더한 적색 국물도 추가됐네요. 하얀 닭국물은 한식으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재료니 이번에는 간장이 들어간 흑색 국물로 ..
5년만에 먹는 대만 컵라면 만한대찬 (2022.04.05) 대만 여행 가는 사람들이 까르푸에 들러 한 박스씩 사곤 하던 대만 라면 만한대찬(滿漢大餐). 저도 대만 여행을 가면서 현지에서 컵라면을 사서 먹곤 했는데 대만을 갈 수가 없으니 못 먹어본 지도 꽤 됐습니다. 올해 들어서 해외여행이 속속 풀리고는 있는데 제가 자주 가는 일본과 대만 두 곳은 문을 연다는 기약이 없으니 모처럼 생각난 김에 인터넷에서 바가지를 듬뿍 당해 샀습니다. 왼쪽 빨간색 컵라면은 마라냄비우육면(麻辣鍋牛肉麵)이고 오른쪽 보라색 컵라면은 훙샤오우육면(紅焼牛肉麺)인데 대만에서 먹어봤던 컵라면은 왼쪽 마라맛이니 이걸 먼저 먹어봅니다. 분말 스프와 액상 스프, 그리고 마라맛 기름을 꺼내 면 위에 붓고 뜨거운 물을 부어 잠시 후 뚜껑을 열어 잘 저어줍니다. 6년 전 먹었던 만한대찬에는 소고기가 이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