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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상세)/2023.01.26 토호쿠

22. TTP를 받고 비몽사몽 귀국 JR패스를 가지고 있으니 하네다 공항으로 가는 도쿄 모노레일을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데 요코하마에서 하네다 공항을 가자고 도쿄 모노레일을 타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인 동선이라 케이큐 전철을 타고 공항으로 갑니다. 시나가와역으로 가는 특급 열차를 타고 케이큐카마타역에서 열차를 갈아타 하네다 공항 제3터미널에 도착. 운임은 340엔인데 안내도 될 돈이지만 그래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 돈이라 가볍게 냅니다. 체크인을 위해 FIDS를 확인해 보니 뜬금없게도 아직 운항 재개를 하지 않은 대한항공 KE720편이 결항이라고 뜨네요. 준비가 한창인 피치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줄을 서 가장 먼저 체크인을 마친 뒤 보안검사를 거쳐 출국심사대를 통과하기 전 잠시 옆으로 빠집니다. 외국인으로서 일본 입출국 시 자동화 게이트를 ..
21. 일본 최후의 정규 야간 침대열차 선라이즈 맛보기 또 다른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해서 도쿄로 가는데 그 친구가 사는 도쿄가 흔히들 아는 도쿄 23구 내가 아닌 도쿄도 외곽 지역인 타마 지역이라 신칸센을 타고 오미야역에 내린 뒤 환승에 환승을 거처 이동합니다. 도착한 곳은 히가시코가네이역 근처에 있는 식당 롯코산(六甲山). 사장님이 한신 타이거스 팬인걸까요? 별의별 글귀로 뒤덮인 애니메이션 포스터를 지나 안내받은 자리에 앉고 온갖 재료를 다 때려 박은 오코노미야키 2인분을 주문합니다. 가격은 3,200엔. 주문을 하면 모든 조리를 점원이 해주는데 밀가루 반죽과 섞은 양배추를 철판 위에 올리고 그 위에 달걀을 풀지 않고 올린 뒤 오징어, 돼지고기 등 온갖 재료를 얹고 그 위를 다시 야채로 덮어줍니다. 바닥이 어느 정도 익으면 과감하게 뒤집어주고 소스를 뿌린..
20. 허탕 친 우에다 여행 2022년은 일본 최초의 철도 노선 토카이도 본선이 개통한 지 15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래서 철도 개업 150주년을 기념하는 여러 이벤트가 열렸고 관련 굿즈도 이것저것 만들어 팔고 있는데요. 그중 안 좋은 의미로 존재감을 뿜어대는 굿즈가 있으니 바로 한정판 스이카입니다. 15,000매 수량 한정, 판매 기간 한정, 심지어 카드 유효기간까지 한정으로 지정해 버린 카드 세트인데 아무리 액자를 같이 준다고 하더라도 충전금이 단 한푼도 들어가지 않은 주제에 15,000엔이나 하는 이 카드를 살 사람은 많지 않아서 한정판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악성 재고가 돼버렸는데요. 작년 8월에 본 홍보물이 아직도 도쿄 곳곳에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짠해지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호구가 되기로 하죠. 처음 카드를 판매할 때에..
19. 특이하게 회차하는 일본 시내버스 荻36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지브리 미술관 관람과 다음 여행지 사이에 시간이 조금 비게 돼서 뭘 해야 할지 고민하다 지브리 미술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특이한 시설이 있어서 버스를 타고 갑니다. 중간에 버스에서 내리고 좁은 주택가를 걸어 도착한 곳은 미나미젠푸쿠지(南善福寺)라는 이름의 버스 정류장. 오기쿠보역으로 가는 荻36번 혼자서 이용하는 정류장인데요. 버스 정류장 앞에 둥그런 바닥이 달린 시설이 보이죠? 영어로는 Turntable, 한자어로는 전차대(転車台)라고 부르는 시설입니다. Japan Bus Using Turntable 이 시설을 어떻게 쓰는가 하니 버스가 전차대에 진입하면 전차대가 움직여서 버스 방향을 바꿉니다. 이 시설을 소개한 기사에 따르면 버스를 회차할 공간이 부족해서 전차대를 설치했다고 ..
18. 세 번째로 방문하는 지브리 미술관 타카오산에서 도쿄 시내로 돌아오는 길에 지브리 미술관이 있으니 오랜만에 지브리 미술관을 가보자 해서 미타카역에 내렸습니다. 버스 타는 곳 9번에는 여전히 지브리 미술관으로 가는 왕복 버스표를 파는 자판기가 있네요. 편도 210엔, 왕복 버스표 요금이 320엔이니 이게 이득이긴 하지만 저는 갈 때는 미타카역에서, 올 때는 키치죠지역 방향으로 갈 계획이라 표를 사지 않고 교통카드로 요금을 낸 뒤 4정거장을 지나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에 내립니다. 가장 가고 싶은 곳은 나고야 옆동네에 있는 지브리 파크지만 지브리 파크는 일본인도 쉽게 예약하기 힘들 정도로 박터지고 아직 다 완공된 것도 아니니 다시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건물 외관이야 예전과 다를 게 없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왔으니 이것저것 찍어보죠...
17. 타카오산에서의 아침 일본에 와서 안 가면 괜히 섭섭한 마츠야에 와서 이른 아침 식사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기간 한정 메뉴로 나온 고로고로 치킨의 농후한 까르보나라(ごろごろチキンの濃厚カルボナーラ)와 미니 찌개를 주문했는데 까르보나라는 맛이 영... 탱글탱글한 계란만 기억에 남을 식사를 마치고 나와 시나가와역에서 야마노테선 열차를 타고 신주쿠역으로 갑니다. 여기서 츄오선 쾌속 열차를 타고 이동할 건데 마침 특별한 열차가 운행하고 있으니 이걸 타고 가죠. 승강장으로 올라가니 신주쿠역 종착 열차가 들어오는데 신주쿠역에 도착한 뒤 바뀐 행선지를 보니 1줄이 아닌 2줄입니다. 이날 탄 열차는 홀리데이 쾌속 오쿠타마/아키가와. 도쿄도 서쪽에는 산이 많아 주말에는 산으로 향하는 등산객이 많은데요. 등산객들 이용 편의를 위해서 평일에는 환..
16. 토호쿠 신칸센 그란클래스 신아오모리역 내부를 둘러보면 특이하게 생긴 조형물을 볼 수 있습니다. 네부타(ねぶた)라고 부르는 등불인데 매년 8월이 되면 네부타 마츠리라는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와 랏세라는 네부타 박물관이 있는 등 아오모리를 대표하는 풍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원래는 여기를 가보려고 했는데 눈 때문에... 아오모리 관광을 못한 아쉬움을 저 네부타로 대신하고 유일왕과 함께 하는 일본 철도 개업 150주년 기념 캠페인 시트지를 지나 공유 오피스를 표방하면서 역에 들어섰지만 아무리 봐도 21세기형 뒤주로밖에 보이지 않는 스테이션 부스를 거쳐 하야부사 도장을 한 안마 의자에 앉아 피로를 풉니다. 예전 같았으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텐데 이번 여행은 안마의자의 힘을 빌릴 정도로 고되네요. 잠시 후 도쿄로 가는 하야부사를 타러 ..
15. 눈으로 대폭 지연된 열차 고쇼가와라역으로 돌아오니 날씨 상태가 더욱 안 좋은데요. 사진에 담길 정도로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오모리역으로 가는 열차가 제대로 운행할 리가 없으니 아오모리역으로 가야 할 열차는 히로사키행으로 운행 구간이 단축됐네요. 날씨가 이러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열차 출발 시간도 계속 지연돼서 처음에는 25분 지연으로 표시됐던 안내가 어느새 35분 지연으로 10분이 더 늘어났습니다. 여행 계획대로라면 아오모리로 돌아가서 시내 관광을 몇 곳 더 하고 도쿄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아오모리 시내는 포기해야겠네요. 다행히 열차가 더 지연되지는 않아서 열차 타는 곳으로 들어가 눈을 잔뜩 맞은 임시 쾌속 리조트 시라카미에 탑니다. 리조트 시라카미는 아키타역에서 아오모리역을 바다를 따라 빙 돌아..
14. 아오모리현에 있는 다자이 오사무의 유산 카나기역이 있는 고쇼가와라시 카나기쵸는 츠시마 가문이라는 지역 유지가 살던 동네인데 이 가문을 대표하는 사람 중에 하나가 본명 츠시마 슈지보다 필명이 더 유명한 일본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입니다. 그래서 카나기역 주변에는 다자이 오사무와 관련된 관광지가 여럿 있고 카나기역 앞에 있는 지도에도 이들 시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모든 곳을 둘러볼 수는 없으니 간단하게 두 곳만 둘러보고 가기로 하죠. 우선 다자이 오사무 피난의 집 신자키시(太宰治疎開の家 新座敷)로. 입장료 500엔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면 다자이 오사무가 쓴 여러 책이 보이는데 저를 비롯해서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을 단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인간실격이라는 책 제목은 들어봤을 듯한데 인간실격은 이곳에서 집필한 책이 ..
13. 설원을 달리는 스토브 열차 우여곡절 끝에 고쇼가와라역에 왔는데 볼일이 있는 건 JR 고쇼가와라역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츠가루고쇼가와라역입니다. 츠가루 철도라는 작은 철도회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역인데 한눈에 봐도 시설이 낡은 것이 회사가 돈이 없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이 회사도 캐릭터 굿즈를 비롯해서 온갖 상품을 팔면서 연명하고 있으나 연선 내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고 관광객을 유치하자니 여긴 토호쿠의 북쪽 끝이라 접근성도 낮아 경영 상황은 저 멀리 칸토 끝에 있는 쵸시 전기철도와 비교해도 결코 낫다고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이곳만의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장사를 해야겠죠. 츠가루 철도는 겨울이 오면 객차에 난로를 떼 난방도 하고 음식도 굽는 스토브 열차를 운행하는데요. 12월 1일부터 3월 31일..
12. 눈길을 뚫고 가는 아오모리 출발 고쇼가와라행 버스 기절하듯이 배에서 자다 일어나 지도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아오모리입니다. 자기 전에 제대로 둘러보지 못한 배 시설을 천천히 둘러보니 컵라면 자판기를 비롯해서 도시락 자판기도 있고 냉동식품 자판기도 있고 의외로 먹을 것 판매에 진심입니다. 운항 시간이 4시간으로 짧은 편이라 매점이 없는 대신 자판기를 여럿 둬서 승객 응대를 하나 봅니다. 아이들이 뛰놀 매트와 인형뽑기가 있는 키즈 존도 있네요. 배가 아오모리 터미널에 정박했는데 이 시간에는 보딩 브리지를 운영하지 않아서 차가 드나드는 램프를 걸어 배에서 내립니다. 바로 옆에는 하코다테와 아오모리를 잇는 또 다른 배인 세이칸 페리 3호 하야부사(3号はやぶさ)가 이제 막 아오모리 터미널을 출발해 하코다테로 가네요. 그나저나 눈이 내리는 것치고는 바닥에 물이 너..
11. 사라진 철길을 따라 배를 타고 하코다테에서 아오모리로 일본이 홋카이도에 철도를 건설하던 시절 홋카이도 내 도시를 연결할 뿐만 아니라 혼슈 토호쿠 일대 철도와 연결을 하기 위해 아오모리역에서 하코다테역을 잇는 배를 운행했습니다. 단순히 승객이나 화물을 잇는 정도가 아니라 열차를 배에 통째로 실어 아오모리역과 하코다테역을 바다로 이어줬는데요. 아오모리(青森)의 青와 하코다테(函館)의 函를 따서 이 배편을 세이칸(青函) 연락선이라고 불렀습니다. 형태는 배지만 철도 노선의 연장으로 보아 운영도 일본 국철을 담당하던 운수성과 일본국유철도에서 했고 운임도 철도 운임과 합쳐서 받았다는 특징이 있는 이 배편은 일본 항공시장이 성장하면서 여객 수요가 감소해 위기를 맞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철길로 화물을 나르려는 수요는 건재했고 당시에는 혼슈와 홋카이도를 잇는 침대열차가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