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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상세)/2023.01.26 토호쿠

13. 설원을 달리는 스토브 열차

 

 

우여곡절 끝에 고쇼가와라역에 왔는데

 

 

 

 

볼일이 있는 건 JR 고쇼가와라역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츠가루고쇼가와라역입니다.

 

 

 

 

츠가루 철도라는 작은 철도회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역인데

 

 

 

 

한눈에 봐도 시설이 낡은 것이 회사가 돈이 없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이 회사도 캐릭터 굿즈를 비롯해서 온갖 상품을 팔면서 연명하고 있으나

 

연선 내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고

 

관광객을 유치하자니 여긴 토호쿠의 북쪽 끝이라 접근성도 낮아

 

경영 상황은 저 멀리 칸토 끝에 있는 쵸시 전기철도와 비교해도 결코 낫다고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이곳만의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장사를 해야겠죠.

 

 

 

 

츠가루 철도는 겨울이 오면 객차에 난로를 떼 난방도 하고 음식도 굽는 스토브 열차를 운행하는데요.

 

 

 

 

12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기간 한정으로 운행하는 이 스토브 열차가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져서

 

적어도 이 시즌에는 제법 많은 승객들이 고쇼가와라역을 찾고 있습니다.

 

 

 

 

평일에는 하루 2번, 주말에는 하루 3번 운행하는 스토브 열차는

 

승차 시 승차권 외에 스토브 열차권 500엔을 추가로 받고 있지만

 

여기 말고는 할 수 없는 경험을 하기 위해 기꺼이 500엔을 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이 열차를 타기 위해 아오모리에서 그 고생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스토브 열차를 끄는 기관차에 이상이 생겼고

 

스토브 열차를 운행할 수 없다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이래저래 여행이 안 풀리네요.

 

 

보통열차를 타고 고쇼가와라역에서 아오모리로 갈 때에는 카와베역에서 열차를 갈아타야 합니다. 이날 여행의 복선이기도 합니다.

 

 

하는 수 없이 표를 환불하고 JR 고쇼가와라역으로 와서 대합실에서 열차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츠가루 철도 매표소 직원이 부랴부랴 달려와서는

 

기관차 대신 다른 기차를 연결해 스토브 열차 운행이 가능하니 빨리 오라고 알려줍니다.

 

먼 곳에서 온 승객을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 없었던 직원분의 친절함에 감동하면서

 

다시 카나기역까지 가는 승차권 560엔과 스토브 열차권 500엔을 내 표를 받았습니다.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대합실에 놓인 TV를 보니

 

전기자동차 산업 현황에 대해 다루는 방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어를 모르는 한국인이지만 눈치껏 알아들을 수 있는 내용이라 유심히 보니

 

우선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는 테슬라의 슈퍼 차저에 대해 나오고

 

 

 

 

일본 시장에 전기버스로 진출한 중국 자동차 겸 배터리 제조사 비야디(BYD) 소개와 함께

 

 

 

 

비야디 전기버스를 도입한 교토 케이한버스 관계자의 인터뷰가 나옵니다.

 

 

 

 

이어서 일본 자동차 업계의 대응으로 소개하는 것이

 

소니와 혼다의 합작 전기차 아펠라인데... 뭐 응원합니다.

 

 

 

 

다음으로 일기예보가 나오는데

 

이 주 내내 일본을 강타한 폭설이 이날도 이어진다는 소식이 나옵니다.

 

 

 

 

지금 있는 토호쿠 아오모리현도 눈으로 고생하고 있는데

 

 

 

 

여기는 다설지니 그렇다고 쳐도 토호쿠 뺨치는 70cm가 쌓이는 칸사이는 대체...

 

 

 

 

예정된 시간보다 5분 늦었지만

 

개찰구를 지나 과선교를 건너

 

 

 

 

스토브 열차에 올라탑니다.

 

 

 

 

토호쿠를 여행하면서 여행 테마를 레트로로 삼았는데

 

세월이 묻어난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옛날 감성이 넘치는 객차에서

 

 

 

 

가장 명당인 난로 바로 앞 자리를 잡아

 

 

 

 

열심히 사진을 찍어봅니다.

 

 

 

 

난로 위에는 석쇠가 놓여 있는데

 

 

 

 

승무원이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는 카트를 보면

 

 

 

 

맥주를 비롯해서 마른 오징어(スルメ)를 700엔에 팔고 있거든요.

 

 

 

 

이걸 사면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난로에 구워 줍니다.

 

 

 

 

자글자글 소리를 내면서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익어가는 오징어를 보면서

 

 

 

 

늘어만 가는 식탐을 참느라

 

 

 

 

정말 고생했네요.

 

 

 

 

고쇼가와라역을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창밖에는 집들이 보였지만

 

 

 

 

조금 더 가니 전선 외에는 새하얀 눈만 보이는 설원이 펼쳐집니다.

 

 

 

 

눈이 거세지며 유리창에 쌓이기 시작할 즈음

 

 

 

 

승무원이 난로를 열더니

 

 

 

 

옆에 있던 석탄을 퍼서 난로에 집어넣습니다.

 

 

 

 

난로 화력이 너무 세져서 무릎이 뜨거워질 정도가 되니

 

이 추운 날씨에 더위를 피해 다른 자리로 이동했는데요.

 

 

 

 

창가를 보니 문틈으로 들어온 눈이 쌓여 있기도 하고

 

 

 

 

그 틈으로 찬바람도 불어 다시 난로가 절실해집니다.

 

 

 

 

나무로 만든 틀은 곳곳에 흠집이 있고 의자에 붙은 쿠션도 해진 데다

 

난로로 난방을 하니 끊임없이 석탄을 넣느라 승무원이 분주히 움직이는 등

 

21세기와는 너무나도 안 어울리는 열차지만

 

이런 시대착오적인 모습 덕에 이 열차에서 로망이 느껴지는 것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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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맞게 필름 사진 필터를 사진에 씌우고

 

 

 

 

기관차 대신 동차가 끌고 가는 스토브 열차에서 내려

 

 

 

 

카나기역 주변을 짧게 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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