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토큐 덴엔토시선 열차를 타고
종점 츄오린칸역에 내려
밖으로 나간 뒤
다시 오다큐 열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오다큐 츄오린칸역은 에노시마로 가는 열차가 서는 곳이라서
방향을 반대로 돌려 도쿄 방향으로 이동하다
오다와라선과 에노시마선이 만나는 사가미오노역에 내려
오다와라선 열차로 갈아타
에비나역에 내렸습니다.
화살표를 따라 걸어가면
오다큐 전철을 대표하는 특급열차 로망스카의 역사에 대해 다룬 로망스카 뮤지엄이 나오는데요.
뭔가 추가로 전시물을 설치하고 있는 입구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니
입장권 자판기가 나오는데 이 자판기는 아쉽게도 현금만 받아서
반대편 카운터로 가 입장료 900엔을 카드로 긁었습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열차는 로망스카가 아닌 오다큐 전철의 역사를 보여주는 모하 1형 전동차인데
쇼와 2년인 1927년 신주쿠에서 오다와라를 잇는 오다와라 급행 철도 오다와라선 개통 때부터 운행한 열차입니다.
노선 개통 이유부터가 도쿄에서 하코네산으로 유명한 관광지 오다와라를 빠르게 잇기 위함이었으니
1935년 관광 수요를 노린 신주쿠 - 오다와라 논스톱 주말 온천 급행을 운행하기 시작했는데
이 급행열차를 로망스카의 전신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오늘날의 로망스카를 알아보기 전에
로망스카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로망스카 뮤지엄 개업 2주년 특별전 '로망스카다운 디자인이 무엇일까?' 기획전을 먼저 관람합니다.
로망스카의 특징을 유선형, 전망석, 독자성이라는 세 키워드로 묶어
다른 사철에서 운행한 특급 열차와 함께 알아보는 전시입니다.
가장 먼저 볼 것은 나고야 일대에서 특급 열차를 운행하는 나고야철도,
줄여서 메이테츠의 7000계 전동차인데요.
이 열차는 로망스카보다도 앞선 1961년에 일본 최초로 선두 차량에 전망석 '파노라마카'를 설치한 열차입니다.
철도로서의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 파노라마카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회사 경영 방침이 바뀐 것도 있고
메이테츠의 주력 노선이 나고야에서 츄부 국제공항을 잇는 공항철도로 바뀌었다는 등의 이유로
이제는 메이테츠 특급 중에서 파노라마카를 운행하는 열차가 없네요.
다음으로는 유선형이라는 특징을 살린 케이세이 전철 AE형 전동차입니다.
나리타공항에서 도쿄를 잇는 특급열차 스카이라이너를 운행하는 케이세이 전철은
경쟁자 JR 동일본의 나리타 익스프레스에 비해 행선지가 한정되어 있다는 약점이 있는데요.
새로 노선을 뚫는 것은 어려우니 이걸 속도로 극복하고자 한 게 이 케이세이 AE형 전동차입니다.
유선형 차체로 공기저항을 줄여 신칸센을 제외한 재래선 열차 중 가장 빠른 시속 160km으로 주행이 가능해
나리타 공항에서 케이세이우에노역까지 40분 안에 이어주고 있습니다.
어째 전시실 내에서는 이런 전시품 내용은 머리에 안 들어오고
케이세이 왕자 CM영상이 계속 반복되는 바람에 정신을 놓을 지경이었지만...
다른 기획전 전시물은 다른 공간에 놓여 있으니
다시 로망스카에 집중해 봅니다.
지금의 로망스카는 1957년 3000형 전동차(SE, Super Express)를 도입하면서 시작됐는데
로망스카라는 이름은 오다큐가 처음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오다큐가 3000형 전동차를 신주쿠 - 하코테유모토 간 특급 열차에 도입하고
이 열차를 로망스카라는 브랜드를 붙여 널리 홍보하기 시작해
지금은 로망스카가 오다큐의 전유물이 되었네요.
1991년에는 오다큐가 로망스카라는 명칭을 상표등록하기도 했고.
차체를 경량화해서 당시 협궤철도 중에서는 가장 빠른 시속 145km를 달성한 SE가 등장한 뒤
급증한 하코네 관광객 수요에 대응하고, 1964 도쿄 올림픽에 대응하며,
로망스카에 전망석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처음 부여한 3100형 전동차(NSE, New Super Express)가 도입됐고
노후화된 SE를 대체하면서 전망석을 유지한 7000형 전동차(LSE, Luxury Super Express)도 도입됩니다.
열차 선두칸에 전망석을 두기 위해서 운전석을 2층으로 올렸는데
천장에 달린 문을 열고 사다리를 내린 뒤 올라가서 불편한 자세로 운전을 하거든요.
이건 조금 있다가 다시 보도록 하죠.
SE 옆에는 블루리본상 패찰이 놓여 있는데
블루리본상은 철도친구회(鉄道友の会)라는 단체에서
전년도에 운행을 시작한 열차 중 투표로 선정된 열차에 주는 상입니다.
로망스카로 운행한 열차 중 블루리본상을 받은 열차가 많은데
블루리본상을 수여하게 된 계기 자체가
유선형 디자인, 최소속도 달성이라는 기술적 발전 등을 보고
3000형 SE에 감명한 철도친구회가 상을 주고 싶어서였기에
블루리본상 1회 수상은 무투표 선정으로 3000형이 선정됐고
그 뒤로도 새로 도입한 로망스카 열차는 하나를 제외하고 전부 블루리본상을 받았네요.
메인 공간에 놓인 세 로망스카 열차는 내부를 자유롭게 둘러볼 수는 없지만
출입문에서 실내를 간단하게 볼 수 있습니다.
등장한 지 오래된 열차다 보니 디자인 자체가 오래돼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의자를 보면 상당히 편해 보입니다.
운전석에 대해 다시 말해보자면 이렇게 천장 문을 열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운전을 합니다.
두 다리를 쭉 뻗지 못하고 2시간가량을 운전해야 하니 승객 편의를 위해 다른 편의를 희생한 것이죠.
그나저나 여기도 운전석을 유리창 너머로 볼 수만 있지 직접 두 눈으로 볼 수는 없네요.
다시 기획전으로 돌아가
이번에는 세이부 철도에서 운영하는 001계 전동차 라뷰에 대해 알아봅니다.
이케부쿠로역을 출발해 토코로자와, 한노를 거쳐 치치부로 가는 특급 '치치부'로 운행하고 있는 열차인데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차량'이라는 콘셉트로 만들었다고 하거든요.
콘셉트 자체는 제대로 반영된 것 같습니다.
한때 로망스카의 주력 열차였던 50000형 전동차(VSE, Vault Super Express)에 대한 전시물도 있습니다.
2005년부터 운행을 시작했는데 20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23년에 정기 운용을 종료해서
아쉽게도 이 열차를 못 타봤네요.
이 열차가 일찍 퇴역하는 바람에 현재 운행 중인 로망스카 중에서 전망석이 있는 열차가
70000형 전동차 (GSE, Graceful Super Express) 2편성뿐이라
가뜩이나 힘든 전망석 예약이 더 힘들어졌습니다.
나중에 로망스카 뮤지엄에서라도 VSE 실물을 보고 싶은데
박물관을 쭉 훑어봤을 때 VSE를 둘만한 공간이 애매해서...
다시 실물 열차 관람으로 돌아가
모든 좌석을 고상화해 HiSE(High Super Express)라는 애칭이 붙은 10000형 전동차에 들어가
전망석과 운전석 문을 열심히 구경합니다.
여기도 운전석을 볼 수 없지만 대신 사진으로 그 안을 볼 수 있게 하네요.
전망석에 잠시 앉아 사진을 찍고
이번에는 다른 로망스카와는 조금 다른 20000형 전동차(RSE, Resort Super Express)라는 로망스카를 보러 갑니다.
이 열차는 신주쿠역에서 출발해 오다와라선을 거쳐
JR 토카이에서 운영하는 고텐바선까지 직통으로 운전하는 용도로 만든 열차입니다.
그래서 열차 안을 보면 JR 특급열차 특실인 그린샤 로고가 붙어있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린샤는 2층 열차로 운행을 했는데
1층에는 개인실이 여럿 있고
2층은 다른 특급 그린샤처럼 1+2 배열로 좌석을 설치했네요.
선두차는 앞서 본 다른 로망스카와는 다르게 전망석이 없지만
대신 운전석과 객실 사이를 투명한 유리창으로 구분해 놔 전망을 볼 수 있게 해 놨습니다.
다음으로는 철도박물관에 없으면 섭섭한 디오라마인데
재건축을 위해 문을 닫은 오다큐 백화점 지하로 내려가
오다큐 오다와라선을 따라 이동하면
어째 보이는 건 오다큐 열차가 아닌
시모키타자와역을 지나는 케이오 이노카시라선 열차와
토큐 세타카야선 열차네요.
철길을 따라 좀 더 걸으면 거대한 불상으로 유명한 카마쿠라와
그 일대를 다니는 에노시마 전철,
그리고 등대 시캔들이 있는 에노시마가 나타납니다.
다시 오다큐 열차와 만나
신칸센이 지나가는 오다와라에 도착하면
이제 하코네 등산철도로 갈아타 하코네로 오를 차례입니다.
하코네유모토역을 거쳐
가파른 산을 오르는 산악철도를 타고
하코네 로프웨이를 여러 번 갈아타
해적선을 타면 짧은 하코네 관광 끝.
관람을 마치고 뮤지엄 샵으로 가니 별의별 굿즈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특이하게 열차 운행 영상을 담은 블루레이를 팔기도 합니다.
저도 열차 운전석에서 보는 바깥 모습이 궁금하긴 하지만
블루레이를 사고 싶을 정도는 아니거든요.
세상은 넓고 덕질은 참 다양합니다.
교통카드를 담는 패스케이스는 제법 실용적이니 하나 사볼까 했는데
이번에는 그레이터 도쿄 패스를 쓰고 돌아다니지만 다른 때라면 아이폰 스이카를 쓸 테니 결국 이것도 패스.
굿즈 구경을 마치고
열차 시각표까지 걸어두고 열차를 보라고 안내하고 있는 옥상 전망대로 올라와
흐린 날씨만 확인하고
박물관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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