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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어른이 돼서 다시 걸어보는 초등학교 등굣길 (2020.04.26) 초등학생 시절 살았던 구운동 강남아파트에 오랜만에 와봤습니다. 아침에 집을 나서면 계단을 오르고 동산을 넘어 구운초등학교로 갔는데 어른이 돼서 어릴 적 걸었던 등굣길을 다시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어릴 때에는 그렇게 가팔라보였던 계단이 어른이 되어 다시 보니 그저 그런 계단으로 보이네요. 한편으로는 계단 옆 비탈길을 미끄럼틀삼아 놀다 어머니께 혼났던 기억도 떠오릅니다. 계단을 오르니 이제는 바닥이 고무 매트로 바뀐 놀이터가 보이고 놀이터 뒤 작은 동산도 보입니다. 구운초등학교 교가가 '여기산의 숲속에서 새소리가 들려오면~'으로 시작하는데 어릴 때에는 당연히 구운초등학교 뒤를 감싸고 있는 이 산이 여기산인 줄로만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기산은 여기가 아니라 농촌진흥청 옆에 있는 산이더군요. 이곳..
옆동네 푸짐한 순댓국집 명가네 순대국 (2020.02.07) 날씨가 추워지니 뜨끈한 국물이 생각납니다. 밖에 돌아다니기 심상찮은 시기지만 멀리 가는 건 아니니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마스크를 쓴 채로 옆동네에서 제법 유명한 순댓국집으로 갑니다. 명가네 순대국이라는 곳인데, 구운동에서 꽤나 오랫동안 장사를 하고 있는 국밥집입니다. 예전에는 참누리파크 아파트 앞에 있었는데 오랜만에 와보니 롯데슈퍼 옆으로 이전했네요. 예나 지금이나 메뉴판은 제법 간단합니다. 순대국과 특순대국, 그리고 술국인데 직원분이 주문을 받을 때에는 남자용과 여자용이라고 해서 건더기 양을 조절해 주방에 주문을 합니다. 특순대국을 주문한 뒤 밑반찬이 깔렸습니다. 편육으로 식욕을 돋우며 순댓국이 나오기를 기다리다 뚝배기를 받은 뒤 국을 빨리 식히려고 숟가락으로 휘휘 저어보는데 건더기가 참 푸짐합니다..
담백한 양평해장국 (2020.01.20) 또다시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뜨근한 국물이 땡긴 월요일 밤. 집에서 조금은 멀리 떨어진 양평해장국에 와봤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국밥이 세 종류인데, 일단은 해장국을 먹어보죠. 식당마다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고 이런저런 안내문을 걸어두곤 하는데 여기는 뚝배기에 밥을 바로 말지 말고 선지와 고기를 몇 점 먹어보다 밥을 말아먹으라고 하네요. 조금 기다리니 고추기름을 살짝 뿌린 해장국이 나왔습니다. 김이 빨리 빠지도록 휘휘 저어보니 큼지막한 선지 덩어리와 푸짐하게 담긴 천엽이 보이네요. 안내문대로 우선 선지를 작게 덜어내 겨자 소스에 찍어 먹어봅니다. 피를 급하게 끓여서 만든건지 구멍이 송송 뚫려 있어 아쉽지만 선지 비린내는 제법 잘 잡아내서 냄새가 심하게 나지 않습니다. 선지 한 조각을 다 먹은 뒤 숟가락으로 국..
자세히 보면 카페, 우나르 (2019.12.24) 아파트 단지 옆 원룸들이 모인 곳에 커다란 간판 없이 영업 중인 카페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이쪽으로 걸어가 볼 일 자체가 없어서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널찍한 창문을 통해 안을 보니 제법 멋진 카페네요. 카페 출입구 옆에 현판이 걸려있긴 한데 글자를 조금 흘린 채로 새겨서 대체 이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하는 당혹감이 먼저 듭니다. 알고 보니 Unare, 우나르라고 합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서 크게 둘러보니 고풍스러운 가구 덕에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원래 기능을 잃은 채로 장식용으로 놓여 있는 턴테이블 옆 역시나 고풍스런 액자에 담긴 메뉴판을 보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합니다. 커피 맛은 적당히 쓰고 적당히 신맛이 나서 따로 언급할 것은 없지만 다른 카페와 큰 차이 안 나는 커피값에 이 분위..
벽돌집에 들어선 카페, 커피주택 (2019.12.23) 커피를 마시러 집을 나와 카페로 가다 평소에 가던 카페 대신 다른 곳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에 가본 곳은 커피주택. 원룸촌에 있는 벽돌집 1층에 들어선 카페입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니 한 마디로 말해서 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 분위기인데, 뜬금없이 카페 한쪽에 놓인 침대와 그 위에 있는 커튼 스크린 주변에 크리스마스가 떠오르는 작은 벽난로를 비롯해서 오래된 소품과 은은한 조명을 카페 곳곳에 둬서 전반적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집니다. 카페 구경은 이 정도로 하고 커피를 주문합니다. 메뉴판 맨 위에 흑임자 커피라는 아주 특이한 메뉴가 눈에 띄는데 이날은 가볍게 커피 한 잔 마시러 온 것이니 도전 대신 안전을 택하겠습니다. 적당하게 아이스 아메리카노 1잔을 주문. 예쁜 잔에 담긴 커피를 예쁜 스푼으로 살살..
커피 + 피아노 = 커피아노 (2019.12.12) 동네에 이상하게 카페가 많이 몰린 곳이 있는데 그중 한 곳으로 가보겠습니다. 카페 이름은 커피와 피아노를 합쳐서 커피아노인데 이름에 걸맞게 카페 안에 피아노가 있고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하나 봅니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그랜드 피아노가 눈에 띄고 그 옆에는 업라이트 피아노가 놓여 있네요. 피아노 구경은 조금 이따가 하기로 하고 주문을 합니다. 보통 카페 메뉴판을 보면 맨 위에 아메리카노 아니면 에스프레소가 적혀 있는데 여기는 특이하게 피아노 커피라는 자체적인 시그니처 메뉴를 팔고 있습니다. 콜드브루 커피에 아이스크림을 얹었다는 설명을 보니 어떤 커피가 떠올라서 이걸로 주문해보겠습니다. 카페 콘셉트에 걸맞게 오선지 모양으로 만든 스탬프 쿠폰을 받고 역시 카페 콘셉트에 충실한 자리에 앉..
작은 돈부리집 고칸 (2019.12.09) 이 식당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좁은 동네에 참 별의별 게 다 있다'였습니다. 일식 중에 스시나 회야 너무나 대중화돼서 이제는 마트에서도 쉽게 사먹을 수 있지만 규동이나 카츠동같은 돈부리는 아직 그 정도로 대중화되지는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동네에 돈부리를 파는 식당이라니 참 대단하네요. 아무튼 고칸이라는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저녁시간이 됐지만 손님이 많지 않아 한적한 주방을 보며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보고 카츠동을 주문했습니다. 밑반찬과 같이 나온 장국을 마시며 기다리니 넓은 그릇에 담긴 카츠동이 나왔습니다. 쯔유를 뿌린 밥 위에 돈가스와 계란, 그 위에 텐카스와 쪽파, 그리고 베니쇼가(생강초절임)가 얹혀져 있네요. 베니쇼가는 정말 싫어하니 빈 접시에 옮기고 식사를 시작합니다. 쯔유가..
대로변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위치한 카페 지 (2019.11.30) 화서역 옆 화서2동 주민센터 주변으로 난 골목으로 들어가면 캘리그래피 공방 옆에 카페 지라는 곳이 있습니다. 공방 이름과 카페 이름이 같은 걸 보니 같은 분이 운영하나 봅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이렇게 곳곳에 캘리그라피 작품이 놓여 있네요. 캘리그라피 외에도 특이했던 점은 커피를 테이크아웃하면 플라스틱 컵이 아닌 금속 캔에다 담아 줬었는데 캔 공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건지 단가가 제법 셌던 건지 이제는 다른 카페와 마찬가지로 플라스틱 컵으로 제공하고 있어 아쉽습니다. 카운터 옆에는 조각 케이크나 마카롱이 먹음직스럽게 놓여 있지만 간단하게 커피를 사가러 온 것이니 이번에도 커피만 주문합니다. 이곳에서는 프릳츠컴퍼니에서 로스팅한 올드독 원두를 사용한다고 붙여놨는데 바로 맞은편에 있는 카..
서호공원에서 가벼운 산책 (2019.11.30) 율현중학교 옆을 흐르는 서호천을 따라 경기도 삼남길 제4길 서호천길로 지정된 산책로를 걸어 서호공원에 왔습니다. 오래전 정조 시절 수원화성을 축조하면서 같이 만든 저수지 축만제가 그대로 남아 서호공원이 됐는데, 지금도 주변에 논밭이 있어 저수지로 쓰는 것 같지만 그보다는 호수공원으로서의 존재감이 더 커 보입니다. 경기도 삼남길과는 별개로 수원시에서 지정한 수원 팔색길 안내판을 보고 나서 저수지를 빙 둘러싼 산책로를 걸어갑니다. 조금 걷다 보니 웬 나무 판때기로 가린 공간이 나오는데 안내판을 읽어보니 철새 간이 탐조대라고 합니다. 별의별 철새들이 서호를 찾는다고 하는데 어째 간이 탐조대 주변에는 물닭 한 마리만 눈에 띕니다. 이제는 정말 끝물인 단풍을 즐기면서 호수 끄트머리에 오니 여기에 새들이 몰려 있네..
경쟁에 휩쓸린 동네 카페 미스터 브리즈 커피 (2019.11.30) 식사를 마치고 평소에 자주 가는 카페에 왔습니다. 미스터 브리즈 커피라는 곳인데 일단은 프랜차이즈인데 지점마다 따로 노는 메뉴와 포인트를 보면 그다지 프랜차이즈라는 느낌이 안 드네요. 어쨌거나 커피 맛이 제 입에 잘 맞아서 자주 가는 곳입니다. 메뉴는 이것저것 있지만 이번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포인트를 적립한 뒤 2층 자리로 올라갑니다. 늘 보는 모습이라 그냥 지나쳤던 벽 속 토토로를 모처럼 사진에 담아보고 평소에 자주 앉는 자리로 갑니다. 책상 공간이 넓어 위에 이것저것 올리기 좋은 자리인데 바로 옆이 널찍한 창가라는 점은 날씨에 따라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진동벨이 울려서 아래로 내려가 커피와 함께 작은 마들렌을 챙기고 올라옵니다. 커피를 듬뿍 머금은 이 미니 마들렌을 ..
좁은 골목에도 들어선 베트남 쌀국수 식당, 칠리사이공 (2019.11.30) 아파트 단지와 중심상가 사이에 있는 작은 원룸촌에 베트남 쌀국수 식당이 있습니다. 베트남 쌀국수가 한국에 대중화된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지만 이제는 이런 구석진 곳에도 쌀국수 전문점이 들어오는 시대가 됐네요. 간판을 보니 심지어 본사 직영 프랜차이즈 지점입니다. 식당 이름이 조금 특이한데 숫자 72420으로 쓰고 읽는건 칠리사이공이라고 읽나 봅니다.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봅시다. 밖에서 볼 때보다는 제법 안쪽 공간이 넓네요. 적당히 아무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봅니다. 가게 밖에 있던 왕갈비쌀국수가 눈길을 끌긴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아쉬운 대로 안심 양지 쌀국수를 주문합니다. 평일이라면 런치 메뉴를 주문할 텐데 이날은 토요일이라 쌀국수만. 조금 기다리니 진한 색을 띠는 쌀국수가 나왔습니다..
10년 넘게 동네에서 장사 중인 일식 돈가스집 메차쿠차 (2019.11.29) 동네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이어가는 식당을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이 동네에는 10년이 넘게 장사를 하고 있는 식당이 있습니다. 제가 여기를 처음 안게 아마 2004년쯤이니 적어도 15년이 넘게 버티고 있는 곳인데 그런 식당이 다른 곳도 아니고 돈가스 프랜차이즈인 메차쿠차라는 것이 참 미스터리합니다. 메뉴판을 봐도 세월이 느껴지는데 코팅지는 접착력이 다 떨어져서 쫙쫙 벌어지니 사방을 테이프로 감아놨고 물가 상승을 반영해 그때그때 메뉴판 위에 종이로 가격표를 덧대고 뗀 흔적이 고스란히 보입니다. 이쯤 되면 메뉴판을 새로 만들 법도 한데... 일단은 프랜차이즈 회사니 신메뉴가 추가되는 일도 있었는데 메뉴판에 추가하는 대신 벽에다 신메뉴 안내를 붙여놓은 것이 전부입니다. 그나마도 이 신메뉴가 추가된 게 한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