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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호쿠여행

10. 일본 3대 절경 마츠시마 쓰나미로 인해 다니게 된 버스를 탄 김에 이시노마키에 있는 미야기 동일본 대지진 츠나미 기념관에 가볼까 했는데 이시노마키역으로 가는 열차가 1시간에 1대 꼴이라 일정에 끼워 넣을 수가 없어 의미 있는 관광지 대신 평범한(?) 관광지로 갑니다. 오랜 이동으로 피곤해서 그런지 열차 안에서 기절하듯이 자다 코고타역에 도착한 뒤 임시 쾌속 유케무리라던가 리쿠우토선 보통열차 같은 래핑만 다르게 한 기차를 구경하고 토호쿠 본선 전동차에 올라타 마츠시마역에 도착했습니다. 일본 3대 절경(일본 3경)으로 꼽히는 마츠시마가 근처에 있는 역이라서 외국인들도 많이 오는지 다양한 언어로 환영 인사를 적어놨네요. 일본 3경은 에도 시대 유학자인 하야시 가호가 자신의 책에 미야지마, 아마노하시다테, 마츠시마를 일본 3경으로 꼽은..
9. 쓰나미의 아픔을 담고 달리는 케센누마선 BRT 케센누마역 역사 안 도로에 도착한 버스. 생긴 건 다른 시내버스와 다를 것이 없지만 JR 계열 버스회사가 아닌 JR 동일본에서 직접 관리하는 노선이고 운행 시간도 오후나토선 기차 시간과 연계돼 운행하는 케센누마선 BRT입니다. 이 일대를 운행하는 다른 시내버스와는 다르게 교통카드도 쓸 수 있지만 저는 지금 JR에서 발행한 교통패스를 쓰고 있으니 교통카드를 찍지 않고 정리권만 뽑은 뒤 맨 앞자리에 앉아 버스가 다니는 길을 보며 이동하기로 합니다.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를 보내고 난 뒤 출발한 버스는 철길 옆으로 난 버스 전용차로를 따라 달립니다. 버스만 달리는 길이라서 일반 도로와 만나는 교차점에는 철도 건널목처럼 차단봉이 놓여 있는데 버스가 가까이 다가오면 차단봉이 저절로 올라가서 속도는 줄일 지언정 막힘..
8. 드래곤 레일 오후나토선에서 선잠 날이 아직 밝기 전에 이치노세키역으로 와서 5시 59분에 출발하는 첫차를 타고 떠납니다. 노선도 아래 BRT라고 적힌 구간으로 가는 것이 이날 오전 일정인데 저기까지 가려면 일단 케센누마(気仙沼)까지 가야 하니 주황색 오후나토선을 타고 끝까지 갑니다. 오후나토선 승강장으로 내려가니 POKÉMON with YOU 트레인과 관련된 광고가 정말 별의별 곳에 붙어있는데 아쉽게도 저 열차를 타기엔 시간이 맞지 않아 너무나도 평범한 열차를 타네요. 노선 건설 당시 지역 정치인의 핌피로 괴상하게 꼬여버린 노선 때문에 '드래곤 레일'이라는 자조적인 애칭이 생겨버린 것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아 잠시 눈을 붙였는데 자다 일어나니 바깥이 이래서 깜짝 놀랐네요. 지도를 켜보니 종점까지는 아직 한참 남아서 다시 눈을..
7. 300km를 달려 숙소로 이제 무츠를 떠나 숙소로 갈 시간인데 시모키타역에 걸린 열차 시간표를 보니 1시간에 1대조차 다니지 않는 것을 보며, 그마저도 보수공사 중에는 대체수송조차 없이 운휴 되는 것을 보며 정주인구가 너무나도 적은 도시의 현실에 안타까워합니다. 사실 이정도면 일본 재래선 중에서는 사정이 괜찮은 편이긴 한데 도쿄나 오사카 같은 큰 도시가 익숙한 관광객 입장에서는 참... 승강장으로 들어와 시모키타역에서는 쓰지도 못하고 팔지도 않는 스이카와 파스모를 쓰자는 캠페인 포스터를 보고 황당해하며 종점 오미나토역으로 가는 열차를 그냥 보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차피 교통패스를 들고 있어서 자유롭게 열차를 탈 수 있으니 저 열차를 타고 오미나토선 전 구간 승차 달성이나 할걸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오미나토역에서 방향을 바꾸..
6. 유황지옥 오소레잔 하루에 3번만 다니는 시내버스. 매년 5월 1일부터 10월 31일 사이에만 운행하는 시내버스. 교통카드는 당연히 받지 않는 시내버스 오소레잔선에 올라타 기점 시모키타에키마에에서 종점 오소레잔까지 갑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안내방송은 일본어를 못 알아듣기에 한 귀로 흘리고 대신 레이스이(冷水, 냉수)라는 정류장에 버스가 잠시 멈추는 동안 세 갈래로 흐르는 약수에나 관심을 가져봅니다. 그렇게 산길을 달려 마지막 정류장이 가까워지니 푸른색으로 가득하던 모습은 사라지고 칙칙한 돌로 가득한 별세계가 펼쳐집니다. 태양마저 낮게 떠 기묘한 분위기를 내고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지독한 유황 냄새는 여기 오래 있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네요. 복잡해진 머리를 비우고 버스에서 내린 뒤 버스 시간표를 다시..
5. 역 근처에서 간단하게 먹은 점심 시모키타역으로 돌아온 뒤 다음 관광지로 가는 시내버스 시간표를 다시 확인해 봅니다. 관광안내소에서 버스 기념승차권을 판매하고 있다길래 바로 안으로 들어가서 왕복으로 탈 버스 기념승차권을 구입하고도 시간이 남아 근처에 있는 식당에서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합니다. 한국인 입장에서는 참 여러 감정이 들게 하는 간판을 단 카레집인데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가게 안도 좀 비범하네요. 메뉴판을 받아보니 카레 외에도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는데 오른쪽을 보니 중화소바와 여러 음식을 묶은 세트를 팔고 있어 중화소바와 미니카레 세트로 주문해 봅니다. 중화소바는 멸치 육수(니보시)와 돼지 육수(돈코츠) 중에서 고를 수 있는데 아오모리에서 먹어본 니보시 라멘을 떠올려보고는 무난하게 돈코츠로 선택. 조금 기다려서 비주얼..
4. 무츠과학기술관과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의 비극 혼슈의 북쪽 끝 동네에 온 만큼 관광 안내도에 다양한 자연 관광지가 나타나 있는데 제가 갈 곳은 지도에 점으로만 찍힌 곳입니다. 대중교통이 워낙 불편한 곳이라 근처에 시내버스가 다니지 않아 하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왕복 이동을 하려는데 어째 택시 승차장에 온 택시들이 죄다 승객 예약이 있는 택시라서 눈앞에서 택시를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카카오택시도 우버택시도 잡히지 않아 직접 전화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간신히 택시를 잡아 타니 일단 이날 이정이 크게 틀어질 일은 없겠구나 하고 마음이 놓이네요. 일단은 '시'가 붙은 동네라고 어필하듯이 높은 맨션도 보이는데 택시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이런 빈 땅으로 가득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저렴하게 택시비가 나와 기뻐하며 도착한 곳은 무츠과학기술관이라..
3. 혼슈 최북단 역 시모키타역 아오이모리 철도에서 운영하는 미사와역. 하치노헤역에서는 JR 하치노헤선과, 아오모리역에서는 JR 오우 본선, 츠가루선과 연계되고 중간쯤 있는 노헤지역에서는 JR 오미나토선과 연계가 됩니다. 제 목적지는 갈색 오미나토선에 있는데 오미나토선은 JR 동일본에서 운영하니 도쿄에서 산 교통패스를 쓸 수 있지만 미사와역에서 노헤지역까지는 패스를 못 쓰니 승차권을 따로 사야 하네요. 5개 역을 이동하는 데에 810엔이라는 살인적인 운임을 내고 유인 개찰구를 통과해 아오모리 방면 승강장으로 내려가 아오이모리 철도에서 운행하는 전동차가 아닌 JR 동일본에서 운행하는 기동차에 올라탑니다. 하치노헤역을 출발해 노헤지역까지는 아오이모리 철도선을 달리다 노헤지역에서 선로를 바꿔 오미나토선으로 직결운행하는 쾌속 시모키타. 아오이..
2. 카운터에서 클래스 업그레이드하고 미사와 공항으로 천연온천 헤이와지마에서 나와 어두운 길을 홀로 걸어 JR 열차를 탈 수 있는 역으로 갑니다. 가장 가까운 JR 역이 오모리역이라서 여기에 왔는데 오모리역이 중요하다기보다는 교통패스를 살 수 있는 역이라는 사실이 중요하겠죠. 이번 여행 때 사용한 교통패스는 외국인용 패스가 아닌 일본인도 살 수 있는 패스인데 秋の乗り放題パス, 한국어로는 가을 승차 무제한 패스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패스입니다. 청춘 18 티켓과 비슷하게 일본 철도의 날(10월 14일) 시즌에 3일 동안 JR 6개사 보통 등급 모든 열차를 탈 수 있는 패스인데 JR 동일본 패스 토호쿠 지역판이 2023년 10월 1일부터 가격을 20,000엔에서 30,000엔으로 올린 터라 다른 패스를 고민하다 이걸로 선택했습니다. 가격은 7,850엔이고 신..
13. 설원을 달리는 스토브 열차 우여곡절 끝에 고쇼가와라역에 왔는데 볼일이 있는 건 JR 고쇼가와라역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츠가루고쇼가와라역입니다. 츠가루 철도라는 작은 철도회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역인데 한눈에 봐도 시설이 낡은 것이 회사가 돈이 없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죠. 그래서 이 회사도 캐릭터 굿즈를 비롯해서 온갖 상품을 팔면서 연명하고 있으나 연선 내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고 관광객을 유치하자니 여긴 토호쿠의 북쪽 끝이라 접근성도 낮아 경영 상황은 저 멀리 칸토 끝에 있는 쵸시 전기철도와 비교해도 결코 낫다고 볼 수 없는 수준입니다. 그러니 이곳만의 킬러 콘텐츠를 가지고 장사를 해야겠죠. 츠가루 철도는 겨울이 오면 객차에 난로를 떼 난방도 하고 음식도 굽는 스토브 열차를 운행하는데요. 12월 1일부터 3월 3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