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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여행/짧은 나들이

엉망진창 광명 여행 (2018.01.21)



1호선 석수역에 도착했습니다.





석수역은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안양시의 경계에 지어진 역이라


1번 출구 앞으로 난 도로인 시흥대로에는 서울 버스도 다니고 경기도 버스도 다닙니다.


또 연담화가 된지 오래라 어디가 서울이고 어디가 안양인지 구분이 힘들죠





1번 출구 주변은 온갖 공업사와 공장이 들어서서





딱히 가볼만한 곳은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석수역에는 안양으로 가는 버스도 있고, 저 멀리 인천으로 가는 버스도 있지만


이번에는 안양 옆 동네 광명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합니다.





마을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니


기아대교를 건너 광명으로 가는 마을버스 1번이 오네요.





기아자동차 소하리 공장을 휘젓던 버스는 소하사거리에 도착,


여기서 걸어서 충현박물관으로 이동합니다.


사실 1번이 충현박물관 근처 정류장에 서긴 하는데,


좀 돌아가서 소하사거리에 내렸습니다.


충현박물관은 조선 선조부터 인조까지 3대에 걸쳐 영의정을 지낸 오리 이원익의 후손들이 만든 곳으로


선비문화, 종가 의식에 대한 유물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아무튼 충현박물관에 도착했는데,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알고보니 충현박물관은 동절기에는 문을 안여네요;;;


인터넷에서 조금만 검색해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인데, 귀찮다고 지도만 보고 왔더니 낭패를 봤습니다.


정작 일본 여행 준비할 때에는 환승 경로까지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짜는 놈이


정작 국내 여행은 엉망이네요...


원래 계획했던 방문지를 못 보게 됐으니


지난 광명역 방문 때 안 갔던 기형도 문학관을 보러 남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길을 따라 기형도 문학관으로 가다 보니 오리서원이 보입니다.


광해군과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원익을 기리는 곳 같네요.


어차피 계획이 흐트러졌으니 여기나 보러 갈까 했는데...





네. 여기는 일요일에 문을 닫습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요.





우여곡절 끝에 기형도 문학관에 왔습니다.





기형도 문학관은 광명(옛 시흥군 서면 일직리)에서 자란 시인 기형도를 기념하는 문학관입니다.





전시실 안으로 들어가니


기형도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가 쓴 여러 시 제목이 보입니다.





연대기를 보니 1989년 30세의 나이로 타계해 첫 시집이 유고시집이네요.





연대기 바로 앞에 그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 보입니다.





이어서 기형도의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는 여러 유품이 나옵니다.


학창 시절 사용한 노트, 상장과 같은 것들 말이죠.





그 중에서도 시를 쓴 노트가 여럿 보이는데,


그런 노력 덕분인지 1983년에 열린 윤동주문학사 시 부문에 당선됐습니다.


당선 당시 응모한 시와 상패가 보이네요.





전시를 보면서 계속 궁금했던 것은


'기형도의 시가 대체 어떻길래 이렇게 그를 기념하는 문학관이 세워졌느냐'였습니다.


그래서 전시실에 걸린 몇몇 시를 보면서 나름대로 해석을 해보았죠.


사진에 담긴 시는 유고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입 속의 검은 잎'인데,


시를 읽어보면 군부독재 시절 암울한 사회상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시의 말미에 '나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문구를 통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저항하려는 모습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문학관 외부에 걸린 '미안하지만 나는 이제 희망을 노래하련다'라는 문구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쓴 글 같네요.


그가 문학사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평가를 받는지는 모르겠지만,


시를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머리에 들어온 것 같습니다.





기형도가 담긴 사진을 보고 문학관을 나왔습니다.





분명 여행 시작은 석수역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가까운 역이 광명역이 돼버렸네요.


광명역에 도착한 뒤 사당역행 버스를 타러 가기 전


유라시아대륙철도 홍보관에 들렀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와의 연계를 통해 한국에서 유럽을 잇는 유라시아대륙철도의 출발역을


광명역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벽 한 칸에 붙여 있습니다.





그 앞에는 이런 서명운동 용지도 보이네요.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추첨을 통해 광명동굴 행사 초대권을 준다길래


이름을 적어 종이를 낸 뒤 이런 카드를 받았습니다.


티켓 수집품이 하나 늘었습니다.





사당행 버스를 타고 수원 - 죽전역 - 강남역 - 석수역에 이르는 긴 나들이를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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