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서초역 - 국립중앙도서관

2달 전인 2월 6일 서초역을 찾았습니다.

사진에 잘 안보이는 예술의전당에 갈 때 서초역으로 와서 마을버스 서초11번을 타곤 했는데

이날은 예술의전당 방향이 아니라 반대 방향으로 갑니다.

언덕을 넘어 국립중앙도서관에 도착했습니다.

당시에도 본관 공사때문에 좀 어수선했는데, 3월부터 4월까지는 아예 휴관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휴관을 알리는 포스팅을 썼어야 하는데 글이 좀 많이 밀렸네요.

국립중앙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과는 달리 도서관 이용객에게 도서를 빌려주는 역할을 하지 않고

출판사로부터 납본받은 책을 보관하는 일을 주 업무로 하고 있어

외부에서 반입한 책이 도서관 소장 도서와 섞이거나 소장 도서가 관외로 나가는 일을 막기 위해

도서관 이용객 소지품을 전부 사물함에 보관해야 합니다.

사물함에 가방을 넣은 뒤 도서관 입구로 돌아왔습니다.

게이트를 통과하려면 일반적으로는 일일 이용증을 받아서 통과해야 하는데요.

저는 오래전에 정기이용증을 발급받아서 이걸 찍고 통과했습니다.

2012년에 이용증을 만들어서 정부상징 통합 전 로고가 박혀 있습니다.

사진은 반디앤루니스 사당점에서 찍었습니다.

여길 온 이유는 집 근처 도서관에 없는 책을 읽고 싶어서였습니다.

다른 도서관에 책이 있길래 상호대차를 신청했는데 이상하게 연락도 없이 대출이 계속 취소돼서

그냥 속편하게 중앙도서관 가서 읽자 하고 온 것이죠.

다만 책 내용이 제가 기대했던 것과는 좀 달랐습니다.

츠타야 회장 자신이 회사 성공을 분석한 책인가 했는데

그런 내용이 아니라 회장이 겪은 에피소드나 직원에게 남긴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책이더군요.

내용이 나쁜 것은 아닌데 기대했던 내용이 아니라 좀 아쉬웠습니다.

책 내용보다도 눈길이 가던 것은 제본 방식입니다.

보통 이런 두께의 책은 무선 제본을 한 뒤 표지를 덧대는 편인데

이 책은 사철 제본을 했고 책등도 그대로 드러냈네요.

책 내용이 기대했던 게 아니라 적당히 읽다 반납한 뒤

도서관에서 열리는 이런저런 전시나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아무래도 도서관 내 전시다 보니 사진은 따로 남긴게 많지 않네요.

여긴 고문헌 전시실로 이름대로 고문헌과 고지도를 보관하면서 소장본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이때 열린 전시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 선본 컬렉션'으로

동의보감을 비롯한 국가지정문화재를 공개한 전시입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문학실입니다.

이름대로 문학 작품을 비치해둔 곳인데,

이때는 한국 최초 근대 장편소설로 평가받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 '무정'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17년부터 '無情 百年, 근대문학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작가 본인은 친일 행위로 빛이 바랬지만 한국 문학사에 남긴 족적은 참 큰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1층으로 내려와 전시실에서 진행된 '염상섭 문학展'을 관람했습니다.

여긴 그래도 다른 열람실과 떨어진 곳에 있어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이 전시는 염상섭의 잘 알려지지 않은 일생과 작품을 조명하는 전시지만

그래도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것은 역시 대표작 '만세전'과 '삼대'입니다.

두 작품 모두 식민지로서의 조선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고뇌하는 인물을 묘사한 작품이죠.

이 전시에서는 작가 염상섭뿐만 아니라 기자 염상섭도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염상섭은 1920년 동아일보 창간 정경부 기자로 시작해 광복 후에도 기자로 일했는데요.

기자로서 이런저런 취재활동을 한 것이 리얼리즘 소설에 반영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시전 말미는 1940년대 만주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죽기 전까지의 염상섭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만주에서 북한을 거쳐 남한으로 내려오는 동안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며 '삼팔선'이라는 작품을 남겼고,

4.19 혁명이라는 민주화 운동을 바라보며 '일대의 유업'이라는 마지막 소설을 남겼네요.

전시전을 다 본 뒤 도서관을 나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수도권 전철 여행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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