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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여행기/ㅇㅇ선

D18. 광교중앙역 - 수원광교박물관



고작 한 정거장 이동하자고 신분당선을 타는 것은 미친 짓이기에


광교역에서 버스를 타고 광교중앙역 환승센터에 왔습니다.


국내 최초로 지하에 지어진 환승센터로, 지하철역처럼 버스 정류장에 스크린 도어가 달려 있죠.


시내버스는 물론 서울로 가는 광역버스, 인천공항으로 가는 버스(8877번)도 섭니다.




반대편으로 건너가는 횡단보도는 빨간 불일 때에는 문이 닫혀 있다





초록 불이 되면 문이 열립니다.





밖으로 나오니 광교중앙역 바로 옆에 경기도청 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신분당선 공사 당시 여기 공사역명은 경기도청역이었는데,


역 바로 옆에 경기도 신청사가 들어설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이전 계획이 미뤄지면서 경기도청역에 경기도청이 없게 될 상황이 되자


역명이 지금과 같이 광교중앙역이 됐습니다.


경기도청 이전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역명이 바뀔지는 모르겠네요.





광교중앙역에서 조금 걸으면 광교 카페거리가 나옵니다.


하지만 여긴 이미 와본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패스.





좀 더 걸어 포은대로까지 온 뒤 지하도를 따라 수원광교박물관으로 향합니다.


지하도 벽면에는 광교신도시가 개발되기 전 이의동, 원천유원지 일대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네요.





수원광교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 수원박물관이 수원의 역사를 다루는 곳이라면


수원광교박물관은 광교신도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새로 발굴되거나 보존이 필요하게 된 유물을 전시하는 곳입니다.


다만 전시실 규모를 보면 이 목적보다는 수원박물관에 전시하기 애매한 기증품을 전시하는 게 주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입장료를 내고 전시실 관람을 시작합니다.





1층에 있는 광교 역사문화실은 박물관 설립 목적에 충실하게


광교신도시가 개발된 지역에서 발굴된 유물 위주로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제작 시기에 맞춰 유물을 모아놨습니다.





이건 '이만화'라는 사람의 무덤에서 발굴된 묘지(墓誌)입니다.


묘지는 무덤 주인의 이름, 생몰년도, 경력, 가족관계 등을 적은 판인데,


묘지를 조선 후기에 유행한 청화백자로 만든 게 신기합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관직에 나간 사람은 아니라지만 묘지를 청화백자로 만들 정도니 집안이 부유했나 봅니다.


청화백자를 만드는 데 쓰이는 코발트 안료(회회청)는 조선에서 나지 않아 전부 수입에 의존했으니 말이죠.





그 옆에는 안동 김씨 집성촌과 관련된 유물이 전시 중입니다.






500여 년간 이의동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이의동 안동 김씨의 선조 문영공 김순의 묘지가 고려 시대 만들어졌다고 하니


어쩌면 그 이상 이의동에서 살았을 수도 있겠네요.





박물관 바로 옆에 있는 심온선생묘에 있던 묘표도 보존을 위해 박물관으로 옮겨 전시 중입니다.


심온은 세종의 왕비 소헌왕후의 아버지로 영의정까지 지낸 사람인데,


태종 재위 시절 좌의정 박은의 무고로 사사되었지만 사후 명예가 회복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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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이어지는 공간에는 컴퓨터를 통해 광교신도시가 개발되기 전 모습을 담은 사진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광교신도시를 저수지를 포함해서 8개 권역으로 나눠 사진을 보여주고 있죠.


아파트 밭이 돼버린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1층 관람을 마치고 2층으로 올라갑니다.


수원광교박물관 2층은 기증 전시실로 이뤄졌는데 우선 소강 민관식실을 둘러봅니다.


소강 민관식은 국회의원, 대한체육회장, 문교부장관, 국회의장 직무대리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다방면에 걸쳐 수집을 해온 사람입니다.


고향은 수원이 아니라 개성시지만, 분단 이후 고향을 잃어버렸기에


모교인 수원고등농림학교(현 서울대 농대)가 있던 수원을 제2의 고향으로 여기고


죽은 뒤 그가 모은 컬렉션을 수원시에 기증했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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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화려한 약력을 보여주듯 수많은 신분증과 여권이 보입니다.


특히 1989년에 이르러서야 해외여행 자유화가 된 것을 생각해보면


저 많은 여권은 그 주인의 권력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죠.





여권 바로 옆에는 지금은 사라진 종이 항공권이 있습니다.


항공권이 전부 전자 항공권(E-itinerary)으로 바뀐지 오래라 종이 항공권은 처음 보네요.





민관식의 약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전시물은 문교부장관으로서의 업적이 실린 신문 기사 스크랩과 국회의원 선거 포스터입니다.





역사 교과서에서나 보던 '민의원'이라는 표현을 여기서 보네요.





이어서 체육인으로서의 민관식에 대한 전시물이 이어집니다.


1964년부터 1971년까지 대한체육회 회장으로 재임하던 동안


박정희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설득해 태릉선수촌이 지어지게 됐다고 합니다.






이 노력 덕분에 1970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수여받았고,




1994년에는 IOC로부터 올림픽 훈장을 수여받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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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올림픽 기념품은 물론 각종 스포츠 선수들의 사인, 스포츠 행사 참여증서 등


수많은 스포츠 관련 수집품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대한체육회 회장, 문교부장관이라는 자리 덕분에 스포츠 관련 컬렉션이 늘어나게 됐지만


어릴 적부터 운동선수로 활약한 경험도 한몫을 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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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까지 모으나 싶은 수집품도 있습니다.


이건 각종 식사 참석자들의 서명이 적힌 만찬 메뉴판입니다.


기념이 될만한 물건은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고 모았다는 점에서 존경심이 듭니다.





이어서 나오는 전시실은 사운 이종학실입니다.


이종학은 주변국의 역사 왜곡으로부터 역사와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역사자료를 바탕으로 잘못된 주장을 반박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여러 고지도와 문헌을 수집해왔다고 합니다.


죽어서도 독도를 지키겠다며 울릉도에 있는 독도박물관 앞에 묻혔다고 하니 그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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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 이종학실에는 2004년에 수원시에 기증된 2만여 점의 유물 중 일부 고지도, 문헌이 전시 중입니다.




이종학은 단순히 수집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자료집을 발간하고,


'수원성'과 같은 잘못된 명칭을 바로잡는 등의 노력을 인정받아





사후 1년 뒤인 200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추서 받았습니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분명 수원시 버스 정류장인데, 어째 시내버스는 죄다 광주시 시내버스네요;;;


이외에 김포공항 가는 8165번, 인천공항 가는 8852번도 서는데 이건 또 용인에서 출발하는 시외버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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