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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여행기/1~4호선

101. 동두천역 - 돌멩이 보러 기차 여행



주말을 맞아 동두천역에 왔습니다.





도시 이름이 들어갔지만 동두천역은 시내 중심에 있는 역이 아닙니다.


원래는 동안역이라는 이름을 썼는데,


안산역처럼 열차가 동두천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알리려는 목적으로 이름을 동두천역으로 바꾼 것이죠.





도시 중심에서 떨어진 곳에 있어 동두천역 주변은 공장이나 미군 부대 위주입니다.





역 주변에 따로 볼거리가 없는 것 같으니 대신 기차를 타고 이동합니다.


동두천역은 연천군 전곡리, 연천읍, 신탄리를 거쳐


철원군 백마고지역까지 가는 경원선 통근열차가 출발하는 역입니다.





열차 요금이 전 구간 1,000원밖에 안해서 적자가 심해 열차가 자주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지자체에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지 2018년 3월 1일부터 운행횟수가 늘었습니다.


그래도 한 시간에 한 대 꼴입니다.





주말에는 등산, 안보관광 등의 이유로 열차를 찾는 사람이 제법 많나 봅니다.


그나저나 동두천역은 자동발매기 없이 역무원이 승차권을 팔고 있어 영수증 티켓만 나오는데요.





이럴줄 알고 전날 수원역에서 미리 기차표를 사놨습니다.


통근열차는 전 좌석 자유석이라 빈 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9시 26분 동두천역을 출발하는 통근열차가 들어옵니다.





순식간에 모든 자리가 꽉 찼네요.





수원에서 6시에 출발했기에 피곤해서 열차에서 잠깐 졸다 15분 뒤 한탄강역에 도착했습니다.


역무원은커녕 역 건물조차 없는 역으로 여기서 타는 승객은 열차에 탄 뒤 차장한테 요금을 냅니다.


현재 1호선 전철이 연천역까지 들어가도록 전철화 공사를 하면서 노선을 직선으로 펴고 있는데,


이 공사가 완료되면 한탄강역은 폐역됩니다.


없어지기 전에 와봐서 다행이네요.





승객을 내린 뒤 통근열차는 백마고지를 향해 갑니다.





한탄강역에서 내린 뒤 버스로 한 정거장을 이동합니다.


도보로 가도 되는 거리지만 좁은 길에 인도가 없어 좀 위험하거든요.


맞은 편에는 연천읍에서 서울 도봉산역을 잇는 39-1번이 지나갑니다.


왕복 거리가 100km가까이 되지만 이용객이 적어 하루 4번만 다니는 버스인데 운 좋게(?) 여기서 보네요.





잠시 후 53-5번을 타고





바로 다음 정류장인 전곡선사박물관에 내렸습니다.


전곡리에 있지만 전곡역보다는 한탄강역이 가깝습니다.





입구에서 조금 걸어가니 박물관이 나옵니다.


구석기 유적지에 지어진 건물치곤 좀 많이 미래적이네요.





1978년 미군 상병 그렉 보웬이 한탄강으로 데이트하러 왔다가


우연히 주먹도끼를 발견해 서울대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전곡리 선사유적이 발견됐습니다.


그래서 전시실 입구에 놓인 전시물이 바로 주먹도끼입니다.





이 주먹도끼가 중요한 이유가 있는데, 바로 아시아 최초로 발견된 아슐리안 주먹도끼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생따슐(St. Acheul) 지방에서 처음 발견돼서 아슐리안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주먹도끼는


양쪽 면을 가공해서 만든 석기로 기존 올도완 석기보다 발전된 형태입니다.


유럽이나 아프리카에서는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되지만 아시아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하버드 고고학 교수인 모비우스가 인도를 기준으로 동쪽 지역이


구석기 문화가 느리게 발전했다는 학설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연천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됐으니 학계에 파란이 난 것이죠.


구석기는 시기가 길어 크게 전기와 후기로 나누는데,


전곡리 유적지는 전기 구석기로 구분되니


아시아 지역 구석기 발달이 늦었다는 기존의 학설을 반박하는 근거가 됐습니다.








그 뒤로 전곡리 유적 발굴이 꾸준히 이뤄졌고,





2011년에는 유적지 위에 전곡선사박물관이 지어졌습니다.








주먹도끼 이외에도





여러 뗀석기가 보이네요.





구석기 유적은 한반도 전역에서 발견되는데,


전국에 있는 구석기 유적지와 대표 유물을 보여주는 지도가 벽에 걸려 있습니다.





전곡리 유적은 각종 도구는 발견됐지만 사람이 살았다는 가장 큰 흔적인 유골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돌만 가지고 전시를 꾸미기는 어려웠는지 다른 주제로 공간을 채우고 있네요.





원시 인류 화석 중 가장 유명한 루시 화석 모형부터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두개골 모형,





아래턱뼈와 치아 화석 모형





형태별로 구분한 주먹도끼와 인류와 유인원 손뼈를 비교한 모형,





구석기 종교 풍습을 보여주는 유물 모형,





한반도에서는 거의 발견된 적 없는 매머드(맘모스) 모형과





매머드 뼈로 만든 막집 모형,






구석기 사람들이 주로 거주한 동굴과





동굴에서 발굴된 유골 모형,





라스코 벽화를 비롯해서





유럽에서 발견된 동굴벽화 모형 등


전시물을 구석기와 관련된 모형으로 채워놨습니다.








반면 한탄강 일대의 지질을 보여주는 지도나





각 암석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코너,





연천에 사는 동물 모형은 자연사박물관이라면 모를까 전곡'선사'박물관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네요.





다른 공간에 놓인 매머드 화석 조립 모형과





알프스에서 발견된 화석 '외찌' 모형을 보고 건물을 나왔습니다.





박물관 주변은 앞서 말한대로 유적지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발굴터가 나올 것 같은데 이번에는 패스.





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 39-2번을 타고 동두천으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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