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역 앞에는
시내 곳곳을 이어주는 시내버스 터미널이 크게 있는데요.
오타루역에서 출발하지 않고 중간에 경유하는 버스들도 많아
버스 정류장이 상당히 넓게 퍼져 있습니다.
그중 가장 멀리 있는 A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는데요.
이날의 목적지는 오타루시 종합 박물관 본관이니
종합 박물관으로 가는 2번 버스를 타고
차들로 북적북적한 시내를 지나
소고하츠부츠칸(総合博物館) 정류장에 내립니다.
운임은 240엔.
눈에 파묻힌 길을 따라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다름 아닌 기차이고
입장권 매표소와 전시실 입구도 기차역을 그대로 본땄는데
오타루시 종합 박물관의 전신이 오타루 교통 기념관이라서
그 영향이 크게 남은 것 같네요.
더 깊게 들어가자면 과거 미나미오타루역에서 뻗어나간 화물철도선
테미야선의 종점 테미야역이 이 인근에 있었기도 하고.
입장료는 본관 기준 400엔이고
저 멀리 오타루 운하 근처에 있는 운하관(분관)이 300엔,
두 곳을 모두 볼 수 있는 공통입장권이 500엔인데
이날은 오타루에 늦게 오는 바람에 운하관을 볼 시간이 되지 않아
본관 입장료 400엔만 내고
오래된 기차표를 닮은 입장권을 받아 안으로 들어갑니다.
전시실 내에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증기기관차가 끌고 가는 기차이고
벽 한 칸은 레일이 전부 차지하고 있고
기차모형과
철도 종사자들의 제복까지 있어
여기가 시립 박물관인지 철도 박물관인지 헷갈릴 지경인데요.
그만큼 오타루라는 도시가 형성되고 발전하기까지 철도의 역할이 매우 컸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겠죠.
요즘 일본 철도는 조금 알지만
증기기관차가 돌아다니던 시절의 일본 철도는 잘 알지 못하고
그렇게까지 관심이 높은 것도 아니지만
이런 걸 눈앞에서 보는 것은 드문 일이니
이것저것 눈여겨보며
사진을 찍어봅니다.
다음으로 일본이 홋카이도를 '개척'하면서 열린 철도의 시대에 대해 다루는데
지금은 쇠퇴하다 못해 도시 하나를 파산으로 몰아간 석탄산업이지만
과거에는 산업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석탄이었기에
홋카이도에서 캔 석탄을 운반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했고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철도였습니다.
특히 이 시절 철도는 국가가 주도하기보다는 민간에서 계획을 세우고 건설하는 사철 위주였기에
수많은 노선들이 홋카이도에 지어졌는데요.
사철에서 지은 노선을 바탕으로 구성된 홋카이도의 철도망은 상당히 방대했으나
석탄산업이 쇠퇴기를 맞이하면서 화물 운송을 담당하던 철도는 수요 감소에 직격탄을 맞았고
안 그래도 연선 주변에 인구가 부족해서 여객 운송만으로는 유지보수조차 힘들던 철도 노선은 죄다 칼질당해
지금의 빈약한 홋카이도 철도망이 돼버렸네요.
어쨌거나 오타루시도 철도,
그것도 홋카이도에 지어진 최초의 철도 노선 호로나이선(테미야 - 삿포로 - 호로나이) 덕에 성장한 도시기에
박물관 전시실 내 상당 부분을 철도로 할애하고
온갖 실물 전시물과
디오라마 등을 마련해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어서 홋카이도 곳곳에서 빠르게 지어진 경편철도의 기록을 보여주는 전시물과
오래된 기차표,
기차표를 검표할 때 쓰는 가위,
열차 이름과 행선지를 알리기 위해 객차 옆에 붙이는 패찰,
오래된 기차 시각표 등을 보고 나서
일본 전국 철도망을 그린 지도 앞에 잠시 서서 노선도에 주목해 봅니다.
철도 노선뿐만 아니라 철도 노선의 일부처럼 취급해서 섬과 섬을 잇던 철도연락선도 표시해두고 있는데
그중 아오모리와 하코다테를 잇던 세이칸 연락선도 보이네요.
다른 지역 철도박물관에서는 보기 어려운 주제로
제설에 대한 이야기를 별도의 주제까지 잡아 다루고 있는데
눈이 많이 내리는 홋카이도에서 철도 제설은 상당히 중요하고 힘든 일입니다.
JR 홋카이도는 다른 계절에는 흑자를 보기도 하지만
겨울철 제설 때문에 비용이 치솟아 매년마다 적자를 낼 정도로.
사람이 그 긴 철길을 제설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하니 제설 전용 기차를 운용하고 있는데
지금은 미국 러셀에서 만든 제설차, 일명 러셀차(ラッセル車)를 운행하면서
철길에 쌓인 눈을 말 그래로 옆으로 쓸어버리는 식으로 제설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꽤나 자주 보이는데 어째 이번 여행에는 제대로 된 사진을 찍지 못했네요.
제설까지 보고 나서 1층 전시실 관람을 마친 뒤
2층으로 올라와 과학전시실로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그다지 볼 게 없어서
바로 기획전시실로 넘어가
개인 수집가들이 모은
철도 관련 물품들을 구경합니다.
벽 한쪽을 채운 시각표를 보니
국내에 있는 일본 시각표 책자 수집 전문 모 콜렉터가 생각나네요.
이외에 철도 관련 무크지나
철도 관련 수집에서 빠질 수 없는
기차표를 보는 것으로 실내 전시실 관람은 끝.
시간문제로 운하관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아쉬워하며
박물관을 떠나려다 실외 전시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요.
시즈카호와 같은 형식의 증기기관차 아이언호스호가 움직이는 것을 보는 프로그램이 있나 본데
눈이 미친 듯이 내리는 겨울에는 이런 건 못 하죠.
방한 방설 대책으로 천으로 완전히 덮어버린 기차와
눈이 바로 앞에 있지만 눈을 치우지 못하는 러셀차,
증기기관차 차고지의 필수요소(?) 라운드하우스,
기차 앞뒤를 바꿔주는 전차대 등만 간단하게 보고
외부 전시 공간을 떠나
이제 다음은 어디로 갈지 고민해 봅니다.
'일본여행(상세) > 2024.02.14 홋카이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6. 삿포로를 거쳐 오타루로 (2) | 2024.10.27 |
---|---|
25.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본 오래된 기차의 흔적 (0) | 2024.10.26 |
24.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본 펭귄 워크 (0) | 2024.10.18 |
23. 다시 아사히카와로 (0) | 2024.10.15 |
22. 오코노미야키를 먹으러 왔는데 먹은 건 오므카레 (0) | 2024.10.14 |
21. 폐선을 앞둔 철길 옆을 따라 달리는 대행버스 (0) | 2024.10.10 |
20. 사슴 떼 옆을 지나는 기차 (0) | 2024.10.08 |
19. 일본 최동단과 쿠릴 열도 (0) | 2024.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