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안성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중앙대학교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캠퍼스 안으로 걸어가면
특이하게도 사립대 정문 안쪽에 시에서 운영하는 안성맞춤박물관이 있네요.
아무튼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보면
가장먼저 안성을 대표하는 특산품인 유기에 대한 전시가 나옵니다.
놋쇠로 만든 제품을 통틀어서 일컫는 유기는
아라비다반도에서 인도, 중국을 거쳐 한반도에 전래됐는데,
제조방법에 따라 구리 합금을 불에 달구고 망치질을 해서 얇게 펴는 방짜유기,
불에 녹인 쇳물을 틀에 부어 만드는 주물유기,
주물에 쇳물을 붓고 만든 그릇을 오목하게 패어진 곱돌에 놓고
궁구름대라는 도구로 열심히 두들기며 펴는 반방짜유기로 나뉜다고 합니다.
유기를 만드는 구체적인 과정을 인형을 통해 보여준 뒤에는
유기로 만든 다양한 물건들을 보여주네요.
각종 악기나 빗, 안경테 등이 보이지만
가장 익숙한 유기라면 역시 놋그릇이죠.
여름에는 시원한 느낌을 주는 사기그릇을 사용하다
겨울이 되면 보온성이 뛰어난 놋그릇을 썼다고 하는데,
가을이 되어 광에 보관해두던 놋그릇을 꺼내 낚는 집안행사를 인형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어서 농업에 대한 전시물이 나옵니다.
안성시도 수도권이긴 하지만 다른 도시에 비해 도시 산업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기에
박물관에 따로 코너를 마련해둔 것 같습니다.
안성에서 자라는 특산물도 전시하고 있는데
인삼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안성 포도나 안성쌀은 꽤 자주 접해본 것 같네요.
이외에 안성 배도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특산물입니다.
이어서 안성시의 역사에 대해 다루는 공간이 나오는데
사실 한국 역사에서 안성이라는 지역이 크게 부각된 사건이 그다지 많지 않아서
전시공간도 조금 작습니다.
다른 도시에 위치한 향토박물관에 비해 안성맞춤박물관 전시 공간이 그다지 큰 편이 아닌데
그 공간도 다시 나눠서 유기, 특산물, 역사에 대해 전시하고 있어
각각의 전시에 대해서 조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차라리 유기만을 다루는 박물관을 지어서 유기를 만드는 과정을 실제 크기로 재현한 공방을 통해 보여주고
지금까지 유기를 제작하고 있는 장인에 대해 소개하는 식으로 전시물을 꾸며놨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상설 전시 관람은 이정도로 하고 기획전시실로 들어가서
민간신앙인 가신에 대해 다루는 전시물을 봤습니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가신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지만
의식만큼은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와서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듯이 가신에게 집에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비는 의례를 하기도 하죠.
상당히 토속적인 전시를 보고 박물관에서 나왔습니다.
박물관에서 나오니 바로 앞에 있는 평생교육원에서 모로코 촬영여행 기념 사진전 홍보 플래카드가 보였는데
아쉽게도 평생교육원 문이 잠겨 있어서 이건 못 보고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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