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에 비몽사몽 일어나 식사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배가 고프지 않아 아침밥은 넘기고
오전 5시 6분에 요코하마역을 출발하는 케이큐 첫차를 탑니다.
이 열차는 우라가역까지 가는 보통 열차인데
케이큐의 메인 노선인 본선은 센가쿠지역에서 시나가와역을 거쳐 우라가역까지 가지만
정작 케이큐에서서 안내하는 노선도를 보면
미사키구치역까지 가는 쿠리하마선을 사실상 본선처럼 표시하고
정작 진짜 본선 상에 있는 우라가역은 지선처럼 표시해두고 있습니다.
그만큼 미사키구치 방향으로 가는 승객이 더 많다는 것이겠죠.
저 역시 미사키구치역으로 가고 있기에
노선이 갈라지는 호리노우치역에 내려
잠시 일출을 감상하고
미사키구치역으로 가는 특급열차로 갈아탑니다.
열차 등급은 특급이지만 호리노우치역에서 미사키구치역까지 모든 역에 서는 열차는
주변에 별 게 없는 시골에 진입하더니
단선으로 좁아진 철길을 달려
참치로 유명한
미사키구치역에 도착했습니다.
미사키구치는 미우라 반도에 있는 미사키항 근처에 역을 지어서 붙은 이름인데
미사키항은 일본 칸토 지방 최대의 참치 어항이기도 합니다.
그런 어항이 있는 곳답게(?) 역에 내리자마자 고양이가 보이네요.
역 앞 버스정류장에 붙은 식당 광고도 참치를 비롯한 각종 회를 파는 식당 광고인데
날것을 먹지 못하는 제 몸을 안타까워하며
버스 타는 위치를 확인하고
외국인에게는 암호문같아보이는 노선도를 확인합니다.
이날의 목적지는 죠가시마(城ヶ島).
지도에서 오른쪽에 있는 작은 섬입니다.
출발 전에 확인해둔 버스 시간표가 이상 없는지 다시 확인하고
아까 만난 고양이에게 다시 돌아가
사람이 오건 말건
반쯤 감은 눈으로 졸고 있는 고양이를
열심히 찍어봅니다.
살이 포동포동 찐 참새는 덤.
버스 탈 시간이 되어 2번 타는 곳으로 이동해
죠가시마로 가는 三9번을 타는데요.
도쿄 시내와 그 주변도시에서는 버스를 탈 때 앞문으로 타면서 요금을 내지만
여기는 뒷문으로 타서 앞문으로 내릴 때 요금을 내네요.
미우라 시내를 빠르게 지나간 버스는
버스 차고지도 지나고
미사키히가시오카(三崎東岡)라는 시내버스 터미널도 지나
미사키항이 있는 바닷가에 진입합니다.
섬과 육지를 잇는 죠가시마 대교를 건너기 위해
잠시 빙빙 돈 버스는
다리를 건너
섬으로 들어가네요.
미사키구치역에서 종점 죠가시마 정류장까지 요금은 400엔인데
이 버스를 운행하는 케이큐 버스도 그레이터 도쿄 패스 가맹사니 제가 더 내는 요금은 없습니다.
버스에서 내린 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어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동네답게
곳곳에 고양이들이 쉽게 보이네요.
고양이섬으로 불리는 다른 섬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하도 고양이가 많아 음식을 주는 사람들이 많은지
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주지 말라는 경고문이 보입니다.
아예 대놓고 츄르라고 그림에 적어놓은 것을 보니 츄르를 들고 오는 사람이 정말 많나 보네요.
일단 섬에 오긴 했는데 뭘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거든요.
일단 눈앞에 보이는 칸코바시(観光橋)라는 다리를 건너가 보기로 합니다.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나는 새를 바라보고
좁은 바위에서 낚시를 하는 일본 강태공을 보다 보니
공사를 위해 울타리를 친 산 뒤로 작은 등대가 보이네요.
칸코바시에서 등대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아
왔던 길을 되돌아가
아장아장 걷는 고양이를 만난 뒤
계단을 걸어 올라가
그리스 신전이 생각나는 죠가시마 등대로 갑니다.
여기에는 아예 대놓고 참치를 문 고양이를 그려놨네요.
정말 고양이가 많나 봅니다.
죠가시마 동대는 도쿄만의 입구를 밝히는 용도로 1870년에 만들었다고 하는데요.
칸토 대지진으로 한번 무너진 걸 1926년에 개축해 지금까지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등대 안으로 들어가 볼 수는 없지만
대신 등대 주변에 이것저것 볼거리가 있어서
잠시 등대 일대를 둘러보고
죠가시마 서쪽을 찍어봤으니 이제 동쪽을 찍어보러 갑니다.
아까 만났던 고양이를 다시 만나
이번에는 저를 경계하는 모습을 찍고
가게 유리창 안쪽에 들어가서
이제 막 일어난 건지 반쯤 조는 듯하다가도
저를 보곤 묘한 경계를 드러내는 고양이도 찍고
삼색 고양이를 만나
다른 고양이는 사진을 여러 장 찍었는데 얘는 한 장만 찍기 뭣하니
얘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이제 섬 반대 방향으로 열심히 걸어갑니다.
죠가시마를 걸어가다 보면 벽에 쿨펀섹으로 이상하게 한국에서 이름을 알린 코이즈미 신지로 사진이 자주 보이는데
코이즈미 신지로의 지역구가 이곳 죠가시마가 포함된 카나가와 11구라서
관련 포스터가 여럿 붙어있네요.
등대처럼 지은 경찰 파출소를 지나
물고기잡이를 마치고 항구에 정박 중인 어선을 거쳐
죠가시마 대교 입구에 도착했는데요.
이따가 탈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아직 꽃을 피우고 있는 벚꽃을 보면서
굴다리를 지나 죠가시마 공원으로 갑니다.
죠가시마 공원은 섬 동쪽 끝에 삐쭉 튀어나온 곶에 조성한 공원인데요.
상당히 외진 곳에 있는 공원이지만
주차장도 그렇고 산책로도 그렇고 꽤나 잘 만들었네요.
완만한 평지를 천천히 걷다
제2전망대에 올라가서
발이 너무 아파 갈 생각을 포기한 제1전망대를 바라보기도 하고
죠가시마 너머 미사키항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각도를 바꿔서 공원까지 담긴 사진으로 1장 더.
전망대에 놓인 그림을 보면 날씨가 좋은 날에는 후지산도 보이는 것 같은데
하늘에 옅은 구름이 많아 후지산은 안 보이네요.
비행기에서도 그렇고 여기에서도 그렇고 후지산 보기 참 힘듭니다.
슬슬 버스 시간이 다가와서
공원 산책은 이 정도로 하고
다시 三9번을 타고 미사키구치역으로 돌아가
전철을 타고 다음 여행지로 이동합니다.
ps. 저는 그레이터 도쿄 패스를 써서 여기에 왔는데
일반적으로는 미우라 반도 1DAY 킷푸를 사는 것이 유리합니다.
위의 사진에 적힌 요금은 요코하마역 기준이고
시나가와역 기준으로 미우라 반도 1DAY 킷푸는 1,960엔인데
미우라 반도 1DAY 킷푸는 출발역부터 미우라 반도 자유 이용 구간까지의 왕복권과
미우라 반도 일대 케이큐 전철 + 케이큐 시내버스 프리패스가 포함된 교통패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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