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노세키역을 나와 버스 매표소로 가서 해협 산책 승차권(海峡散策きっぷ)을 샀습니다.
시모노세키역에서 카라토시장 사이 구간을 하루 동안 이용할 수 있는 교통패스로
가격은 360엔이니 왕복만 해도 이득입니다.
이날 일정상으로는 버스를 한 번만 탈 계획이라 손해지만, 방문 기념 겸 수집용으로 하나 샀죠.
아카마 신궁, 칸몬 터널 등은 패스 유효범위 밖이라 조금 아쉬운데, 저 곳도 버스로 이동하고 싶다면
칸몬 노스텔직 카이쿄 버스 티켓(500엔)을 사면 됩니다.
한편 시모노세키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산덴교통은 산큐패스 회원사입니다.
시모노세키는 큐슈가 아니지만 큐슈와의 교류가 잦기 때문인 듯한데
산큐패스를 가진 여행객이라면 굳이 패스를 살 필요 없이 산큐패스를 버스 기사에게 보여주면 됩니다.
카라토 정류장에 내리니 바로 옆에 있는 옛 영국 영사관이 보입니다.
시모노세키가 혼슈의 끝이라 개항을 일찍 한건지 이 곳에 영국 영사관을 지었네요.
1층은 갤러리, 2층은 레스토랑으로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하필 화요일이 휴관일이라 내부 구경을 못했습니다.
길을 따라 걸으니 칸몬교가 보이네요.
혼슈와 큐슈를 잇는 다리인데, 저 다리는 고속도로 구간이라
큐슈 - 혼슈를 잇는 고속버스를 타지 않는 이상 저 다리를 달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카마신궁 옆에 있는 일청강화기념관에 도착했습니다.
근현대사 교과서에는 시모노세키 조약이라고 나오는
청일전쟁 강화조약과 관련된 유물을 전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입니다.
청나라와 일본이 싸운 전쟁이지만 정작 주요 전장은 한반도라서
일본 내 청일전쟁 관련 장소는 아마 여기가 유일할 것 같네요.
일본에서는 당연히 일청전쟁이라 부르지만,
한국어 설명에는 한국에서 부르는 명칭대로 청일전쟁이라고 서술하고 있는게 눈에 띕니다.
일청강화기념관에는 시모노세키 조약 때 쓰인 각종 비품,
조약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과 그림, 그리고 조약 문서가 전시중입니다.
시모노세키 조약의 일본측 담당관은 한국인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사람이라 눈에 띄네요.
청국 대표 역시 한국 근현대사에 이름을 자주 오르내리는 사람입니다.
바로 이토 히로부미와 이홍장(리흥장)이죠.
시모노세키 조약을 논의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이 보입니다.
전시실 한가운데에는 강화회의 당시 사용한 가구가 전시 중입니다.
이건 회의가 열릴 당시의 시모노세키 일대를 담은 그림 같네요.
승전국과 패전국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나는 그림입니다.
시모노세키 조약 문서로 보이는 전시물입니다.
서명에 이토 히로부미와 이홍장이 뚜렷히 보이네요.
시간이 없어 주변을 돌아다니지는 못했는데,
청일강화기념관 옆에는 이홍장길(李鴻章道, 리코쇼미치)가 있습니다.
이홍장이 강화회의를 위해 회의장으로 향하던 도중 일본 극우파 코야마 로쿠노스케의 총격을 받았는데,
이 사건 이후 이홍장은 큰 길을 피해 절벽에 붙은 샛길로 회의장으로 향했고,
그 길에 이홍장의 이름을 붙인 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바로 앞에 있는 바다를 볼 수 있어 경치가 좋다고 하는데, 못가본 게 아쉽습니다.
ps. 이홍장은 총격 다음날에도 회의장에 나타나
총격 사건으로 국제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일본으로부터 보다 나은 강화 조건을 얻는데 성공합니다.
그마저도 청국 입장에서는 가혹한 조건이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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