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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전철 여행기

K248. 어천역 - 어천저수지 어천역에 내리니 아침부터 내리던 비가 이제는 그쳤습니다. 5년 뒤에는 인천 송도역에서 출발하는 KTX가 정차할 역이지만 2020년 현재 어천역 주변은 도시가 아닌 시골인데요. 여기가 매송면의 중심지이자 매송면 행정복지센터, 파출소, 보건소 등의 행정시설도 있는 곳이지만 전철 이용 수요가 그다지 많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비봉에서 이곳을 오가는 버스는 많다는 것 정도? 어천역을 떠나서 조금 걸으면 금세 마을을 벗어나는데요. 마을을 돌아다니는 대신 아예 마을을 벗어나 조금 더 걸어 어천이라는 지명의 유래가 된 하천인 어천, 그리고 그 어천에 흐르는 물을 모아둔 어천저수지를 둘러보다 가기로 했습니다. 여러 저수지들이 낚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어천저수지는 낚시를 할 수 있게 허가를 내줬는데요...
K249. 야목역 - 차 없이 찾아간 고속도로 휴게소 사리역을 떠나 다음 역인 야목역에 왔습니다. 야목역 출구 바로 앞에는 본오매송로라는 왕복 4차선 도로가 놓여 있습니다. 수인선이 개통하기 전에는 역 앞에 육교는커녕 횡단보도도 없어서 저 멀리 아파트가 보이는 곳까지 걸어가서 길을 건너야 하나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야목역 개업에 맞춰 출입구와 바로 연결되는 횡단보도가 생겨서 걱정 하나를 덜었습니다. 야목역에 오기 전에 또 하나 걱정했던 것은 역 주변에 역세권이라고 부를만한 게 딱히 없다는 점입니다. 협궤열차 시절 야목역을 계승해서 전철역 야목역을 짓긴 했는데 아까 본 화서매송휴먼시아아파트를 제외하면 아파트도 없고 출입구를 나와 북쪽으로 걸으면 나오는 것은 소 농장입니다. 출입구도 없는 야목역 남쪽은 말 그대로 논밭뿐이라 대체 왜 여기다 역을 지었나 하는 의구..
555. 미사역 - 물을 품은 두 공원 아직 공사 중인 아파트가 보이는 미사역에 내려 빈 상가 때문에 조금은 휑해 보이는 길을 걸어 미사호수공원에 도착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쉴 새 없이 내린 장마의 여파가 공원 곳곳에 보이네요. 다리를 건너 호수에 보다 가까이 가보니 산소를 공급하는 펌프가 신나게 돌아가는 가운데 그 사이에 분수가 보입니다. 일단은 코로나와는 상관없이 정해진 시간에 분수를 트는 것 같은데... 괜찮을까요? 아래로 내려와 호수 가까이 와봤는데 아직까지는 물이 흙탕물이라 공원이 그다지 예뻐보이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올 시기를 잘못 고른 것 같네요. 그래서 다음번을 기약하고 공원을 나왔습니다. 괜히 비싸보이는 푸시카를 사진에 담고 미사역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안 가자니 괜히 허전한 곳이 있어서 공사 중인 아파트 사이로 난 길을 따..
556. 하남풍산역 - 역 주변을 돌고 마신 옐로우 버번 2020년 8월 8일 5호선이 하남으로 연장됐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비가 그친 뒤 종점 하남풍산역에 왔습니다. 역이 있는 곳이 풍산동이 아닌 덕풍동인데 행정구역만 덕풍동일 뿐 이 일대 개발은 풍산지구라는 이름으로 해서 하남풍산역이 되었다고 하네요. 역을 나와 개울물을 따라 걸어가면 조그만 호수를 품은 공원이 나옵니다. 지도 앱을 보면 시각공원이라는 별칭도 있는 것 같은데 공식 명칭은 풍산 근린3호공원이라는 조금 밋밋한 이름입니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물이 나오지 않는 물놀이터를 지나 간단히 공원을 돌다 배를 채우러 공원 옆 상가로 이동했습니다. 경상도에서 멀어질 수록 돼지국밥 파는 집을 찾기 어렵고 밀면은 더더욱 찾기 어려운데 여기는 그 두가지를 모두 팔고 있네요. 밀면 못 먹어본지 오래돼서 ..
경향신문에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블로그에 경의중앙선 임진강역 여행기를 올리고 나서 얼마 뒤에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기자분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블로그에 얼굴 나온 사진 하나 올리지 않을 정도로 저를 드러내는 것이 꺼려져서 인터뷰를 거절했는데 어쩌다 보니 이메일로 이것저것 주고받다 경향신문에 글이 하나 실리게 됐습니다. ‘일상 속의 비일상’ 매일 타는 전철이 여행이 됐다 라는 제목으로 인터뷰가 실렸는데 인터넷 기사로만 볼 때는 몰랐는데 신문에 실린 것을 보니 꽤 크게 실렸네요. 저는 지금도 제가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기에 좀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아무튼 김종목 기자께서 두서없이 적은 인터뷰를 잘 정리, 깔끔하게 담아주셨고 이 글을 읽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블로그에 찾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칠 줄 모르고 내리던 비..
수도권 전철 여행에 대한 소회 수도권 전철 1호선부터 9호선, 그리고 별의별 ㅇㅇ선까지 모든 노선 모든 역을 다녀왔고, 간단한 여행기도 모두 작성했으니 이 여행에 대해 이것저것 적어볼 만한 것을 남겨볼까 합니다. - 수도권 전철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 전철을 타고 집으로 가다 노선도에 있는 수많은 역을 보고 갑자기 수도권 전철 여행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전철을 이용하지만 대부분 집, 직장 또는 학교 근처에 있는 역만 이용하고 나머지 역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하지만 전철역은 대부분 그곳에 교통 수요가 많아서 세워집니다. 이렇게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여행지 같은 볼거리도 있을 것이고, 여러 사람들이 찾는 식당도 있을 겁니다. 이런 곳을 다녀가는 소소한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수도권 전철 여행을..
K337. 임진강역 - 불완전하게 개업한 파주 임진각 평화 곤돌라 북한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넘어온 뒤로 운천역, 임진강역, 도라산역으로 가는 경의선 DMZ 트레인 운행이 무기한 중단됐지만 대신 2020년 3월 28일부터 문산역 - 임진강역 간 선로가 전철화되면서 경의중앙선 전철 노선이 임진강역까지 늘어났습니다. 다만 임진강역 일대에 통근 수요가 거의 없어서 경의중앙선 모든 열차가 임진강역에 들어가는 대신 4량짜리 짧은 셔틀전동열차가 문산역 - 임진강역 구간을 왕복 운행하고 있고, 운행 빈도도 극히 적어 평일에는 2회, 휴일에는 4회 운행하고 있습니다. 운행 빈도만 따지면 경의중앙선 반대쪽 끝에 있는 지평역과 자웅을 겨룰 정도네요. 맘같아선 임진강역 셔틀열차 개통 당일에 다녀오고 싶었지만 3월은 코로나 사태가 절정을 찍었을 때라 방문하기 괜찮은 시기를 기다리며 간만 보..
549. 길동역 - 길동복조리시장 부부곱창 길동역 3번 출구로 나와 좁은 골목길을 걸어가면 길동 복조리시장이라는 재래시장이 나옵니다. 여느 시장처럼 먹거리를 파는 식당이 많은데 그중 괜히 곱창볶음을 파는 부부곱창이라는 곳이 눈에 밟히네요. 사실 곱창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내장부위를 참 좋아하는데 곱창볶음은 보통 2인분 이상으로 팔다 보니 혼자 돌아다니는 수도권 전철 여행 도중에는 곱창볶음을 먹기 참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1인분만 먹고 가도 되냐고 물어보니 된다길래 여기서 식사를 하고 가기로 했습니다. 철판에서 곱창이 볶아지는 모습을 보며 안으로 들어가 벽에 가득한 낙서를 보며 적당히 빈 자리에 앉았습니다. 잠시 후 주문한 순대곱창볶음이 나왔습니다. 탱탱한 순대와 쫄깃한 곱창, 볶음 부속 재료인 야채와 당면까지 특별하게 뛰어나지는 않지만 무난하게 맛..
P549. 둔촌동역 - 실내 동물원 더쥬 둔촌동역 3번 출구로 나와 지금도 공사가 진행 중인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장 옆을 보며 올림픽공원 방향으로 걸어 애니멀 뮤지엄 더쥬에 도착했습니다. 2층 카운터로 올라가 입장료를 보니 어른이나 아이나 똑같이 15,000원. 지역주민 할인이 있긴 한데 저는 해당사항이 없네요. 그나마 여기 오기 전에 네이버에서 예약을 해서 12,000원을 내고 입장 팔찌를 받았습니다. 여길 방문한게 작년 11월인데, 잠깐 알아보니 지금도 네이버 예약에서 할인가로 입장권 구매가 가능하네요. 안으로 들어가면 실내 동물원이라는 한계 때문인지 작은 동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뱀 같은 파충류나 두꺼비 같은 양서류를 지나면 옹기종기 모여있는 프레리독과 알비노인지 온몸이 하얀 스컹크, 뒤에서 축 늘어져 있는 작은발톱수달, 마찬가지로 잠에..
K128. 팔당역 - 남양주시립박물관 팔당역에 내려 바로 옆에 있는 남양주시립박물관으로 들어갔습니다. 수도권 도시들이 자기네 고장 역사를 다루는 박물관을 세우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이곳 역시 그 일환으로 세워진 곳입니다. 남양주 지역의 역사를 요약한 연대표와 영상을 간단하게 보고 이동하니 여느 역사박물관처럼 선사시대 유물이 먼저 나오는데 그 뒤로 나오는 전시물들은 역사 시대순으로 구분해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남양주시 출신 인물에 대한 소개, 남양주 일대에 전해져 내려오는 문화에 대한 소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오래전에 양주군이나 광주군에 속해있던 지역들이 이런저런 변화를 거쳐 1980년이 되어야 남양주라는 행정구역이 탄생했기에 남양주라는 도시로서의 역사가 상당히 짧아 이렇게 박물관을 구성하지 않았나 싶네요.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박물관에서 ..
108. 녹양역 - 생초콜릿을 파는 펠어커피 녹양역에 내려 근처 카페를 찾다 펠어커피라는 곳에 왔습니다. 커피보다는 초콜릿을 주력으로 하는 카페인가 본데 카페에 걸린 사진을 보니 단숨에 저 음료가 눈길을 사로잡네요. 메뉴판에 펠어생초콜릿음료라는 이름으로 적힌 이 음료는 얼음을 담은 우유 위에 초콜릿을 비롯해서 이런저런 재료를 섞은 초콜릿을 얹어 마시는 음료입니다. 카카오 함량으로 나눈 초콜릿을 비롯해서 말차나 홍차를 섞은 초콜릿 등을 고를 수 있고 우유 대신 카페 모카로 변경도 가능하네요. 우유에 얹는 초콜릿 개수에 따라 가격도 달라지는데 일단은 무난하게 1초코로 골랐습니다. 위에 얹은 초콜릿은 적당히 달고 적당히 쓴 카카오 72%. 컵에 얹은 생초콜릿을 조금 덜어 먹다 나머지는 우유에 타서 마시라고 하네요. 카카오 72%의 진한 맛을 느끼다 보니..
116. 창동역 - 아이스크림을 얹은 크로플 창동역 2번 출구로 나와 시장길을 걸어 창동이라는 동네 이름의 유래가 된다는 양곡 창고를 나타낸 이정표를 지나 엉클두라는 카페에 왔습니다. 제법 사람들이 많이 들어찬 카페 안으로 들어와서 자리를 잡기 전에 간단히 카페를 둘러보니 여느 카페처럼 별의별 소품으로 쫙 도배를 해놨습니다. 구경은 이 정도로 하고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가니 커피보다도 크로플이라는 녀석에 눈길이 가네요. 크루아상과 와플을 합친 물건이라는데 한번 먹어보기로 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환하게 뚫린 창가를 바라보다 살짝 신맛이 나는 커피를 먼저 받아 크로플이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기다림 끝에 받은 크로플은 메뉴판에 담긴 사진과 거의 그대로입니다. 아무래도 틀에 찍어내는 과자니 당연한 얘기겠지만. 칼로 크로플을 잘라 단면을 보니 크루아상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