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을 맞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 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조금 완화되었다고는 하나 그래도 집 밖으로 나가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은데
코나카드를 사면 덤으로 딸려오는 전시회 입장권 유효기간이 코앞으로 다가와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오게 된 것이죠.
이 전시는 이탈리아의 산업 디자이너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와
그의 형제들인 리비오, 피에르 지아코모 카스틸리오니,
그리고 이들이 세운 스튜디오에서 만들어낸 디자인과 제품을 다루고 있습니다.
카스틸리오니 형제들의 주된 관심사는 도시계획, 건축 디자인이었다고 하지만
이 외에도 전화기, 전등 등의 가전제품,
가위나 보안경 등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전시실에 놓인 물건들도 상당히 종잡을 수 없이 다양합니다.
도시계획, 건축 디자인을 보여주는 공간은 상당히 특이하게 마련해서 기억에 남는데
가정 공간을 축소한 모형을 상자에 넣은 뒤
구멍을 위와 앞에 뚫어서 3차원 모형을 2차원적으로 감상하게 만든다거나
거울을 다양하게 이용해서 실제 전시물보다 넓게 보이도록 만들어놨네요.
카스틸리오니의 디자인이 이탈리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여주는 전시물로
디아볼리크(Diabolik)라는 만화의 여러 장면에 담긴 카스틸리오니의 램프를 보여주고 있는 점도 특이했습니다.
스릴러 분위기에 어울리는 소품으로 이 램프들이 만화에 실리면서
카스틸리오니 형제들의 명성이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고 평가하고 있네요.
그 뒤로는 이들이 그린 스케치가
어떻게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실제 스누피 램프가 전시실에 놓여있긴 한데
광택이 너무 진해서 뭔 짓을 해도 제 모습이 비치길래 사진은 패스.
대신 미국 MoMA에서 소장 중인 스누피 램프 사진을 링크로 걸어두겠습니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손길이 닿은 여러 물건들을 보면
아름답거나 화려하기보다는 사실 평범해 보이는 물건들이 많습니다.
전시 소개에 적힌 그의 어록을 보면
“디자인은 유행해선 안됩니다. 좋은 디자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마모될 때까지 지속되어야 해요.”라고 적혀 있는데
전시실에 놓인 결과물은 그의 철학에 걸맞게
확실히 기능에 충실하고 오래 쓰기 좋은 정석 같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시 관람을 마치고 뮤지엄샵으로 나오니
전시회 스폰서인 코나카드 카스틸리오니전 한정판 카드가 놓여 있네요.
코나카드와 묶어서 파는 아이폰 케이스 등의 굿즈도 보이긴 하는데
과거에 비해 요즘 코나카드 쓰기가 상당히 불편하기도 하고
저는 이미 카스틸리오니 한정판 코나카드를 가지고 있으니 사진만 찍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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