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내지 않은지 꽤 돼서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는 적어졌지만
그래도 여러 작품을 좋아하기에 지브리 관련 전시가 열리면 한국에서도 보고 일본에서도 보곤 했습니다.
그중 한국에서 열렸던 전시에 대해 간단하게 떠올렸던 생각을 적어봅니다.
2010년대 초중반에 열렸던 전시는 전시실 내부 사진 촬영을 금지했었기에 가지고 있는 사진이 티켓밖에 없네요.
지브리 관련 전시 중 제가 본 가장 오래된 전시는
2013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렸던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 11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展'입니다.
'레이아웃전'이라는 이름처럼 이 전시는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전시와는 달리
작품 제작에 사용되었던 레이아웃, 콘티 등을 전시했습니다.
몇몇 장면은 실제 애니메이션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주는 아니었죠.
너무 레이아웃만 보여줘서 실망한 관객도 있었겠지만
저는 실제 제작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게다가 이런 전시전이 한국에서 열리리라곤 상상조차 안 해봤으니 말이죠.
다음으로 봤던 전시는 2014년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열렸던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조형전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붉은 돼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이웃집 토토로 등
스튜디오 지브리의 주요 작품을 일본에서 홍보할 때 사용한 입체조형물을 전시하는 자리였습니다.
전시품이 다른 전시에 비해 좀 적었기에
전시품에 비해 입장료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제로 보니 꽤 괜찮긴 했습니다.
모형 중에는 움직이는 모형도 있어서
사진에 담긴 저 뒤에서 자는 토토로는 숨 쉴 때마다 배가 올라갔다 내려갔습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만 전시가 열린 적도 있는데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건축전이 이런 경우입니다.
내일로 여행 도중 이런 전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여행 일정을 뜯어고친 기억이 나네요.
이 전시는 전시전 이름대로 지브리 작품에 등장한 건축물에 대한 전시입니다.
건물에 대한 레이아웃, 채색된 스케치, 셀화를 토대로
건물에 쓰인 양식, 묘사한 건축 재료, 일본만의 건축요소 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알프스 소녀 하이디(요건 지브리 작품은 아니지만 감독이 감독인지라...), 마녀 배달부 키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마루 밑 아리에티, 추억의 마니 등 몇몇 작품은 디오라마를 전시해놓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지브리 '캐릭터'를 보는 것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운 전시였을 것 같지만
영화를 감상하면서 놓치기 쉬운 건축에 대한 디테일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전시였습니다.
전시 중간에는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건물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일본 여행을 다녀오면서 가본 곳이라 괜히 반가웠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은 디오라마가 많았는데, 전시장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였기에 아쉽습니다.
이전에 본 전시들이 레이아웃, 입체 조형물, 건축 등 특정한 주제에 대해 다뤘다면
2017년에 열린 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거의 모든 작품을 총체적으로 다뤘습니다.
2016년에 롯폰기 시티 뷰에서 똑같은 전시를 봤었기에
같은 전시를 한일 두 나라에서 보는 특이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지하 1층에서 1층까지 꽉 채운 이 전시에서
지하 1층은 역대 지브리 작품 포스터와 포스터 원화, 타이포그래피, 지하철, 신문광고, 각종 MD,
작품 제작부터 언론 매체 공개까지의 프로듀서 작업 과정 등을 보여줬습니다.
같은 이름의 전시를 일본에서 먼저 관람했었는데
일본 전시와 마찬가지로 여기는 사진 촬영이 안돼서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 큰 공간에는
천공의 성 라퓨타에 등장하는 비행선과 관련된 애니메이션이 상영됐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사진 촬영이 가능해서 열심히 찍었습니다.
도쿄 시티 뷰에서 인상 깊던 움직이는 거대 비행선 모형도 있었는데
공간 한계 때문인지 주변에 놓인 비행기 모형은 일본보다 개수가 적더군요.
no title
가운데 비행선은 이렇게 움직입니다.
옆방으로 이동하니
천공의 성 라퓨타에 나오는 타이거 모스호가 놓였고
불이 들어오는 고대 석판도 놓였습니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외에도 붉은 돼지, 바람이 분다 등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중에는 비행기가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작품이 참 많습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서 나우시카가 타고 다니는 것도 일종의 비행기죠.
지브리를 대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가 비행기를 참 좋아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 때문인지 이 전시전에는 아예 비행을 주제로 한 전시물이 코너 전체를 차지했습니다.
여러 작품에 나온 비행기 스케치와
애니메이션에 담긴 모습이
이렇게 벽을 가득 채웠죠.
전시실 끝으로 가니 고양이버스 포토존이 나왔습니다.
롯폰기 힐즈에서 열린 전시전 때에는 고양이버스 목적지가 롯폰기였는데
한국에서 열리는 전시전에는 목적지가 광화문이네요.
고양이 버스 근처에 있는 또 다른 포토존, 토토로 그림자를 찍고 전시장을 나왔습니다.
한국에서 본 이 전시가 따지고 보면 두 번째 관람이라 처음 전시를 봤을 때의 감동은 없지만
그래도 즐겁게 관람했습니다.
일본어 설명밖에 없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전시 내용도 보다 잘 머리에 들어왔고
행선지가 한국어로 적힌 고양이버스를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편 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 전시에 달린 부제는 한국과 일본이 달랐는데요.
일본 전시 부제는 '나우시카부터 최신작 [붉은 거북]까지'였는데
한국에서는 쥐도 새도 모르게 상영했다 내린 영화라서 그런지
붉은 거북 대신 '추억의 마나'가 부제 끝을 장식했습니다.
전시물 중 붉은 거북 관련 전시물은 포스터밖에 안 보였죠.
국내에 붉은 거북을 본 사람이 상당히 드물 것 같은데 그중 한 사람이 저입니다.
2016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상영한다길래 명동에 있는 서울애니시네마를 찾아가 봤습니다.
추억의 마나 이후 작품 제작 방법을 바꾼 스튜디오 지브리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인데
이 작품은 미카엘 두독 드 위트 감독의 스타일을 따라갔기에
기존 지브리 작품과 동일선상에 놓기엔 어렵습니다.
영화는 남자가 여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아이가 성장해 독립하는 인간의 성장사를
무인도라는 자연환경, 그리고 거북이라는 소재를 활용해 독특하게 보여줍니다.
분노, 생존을 위한 몸부림 등 감정을 표현하는 '소리'는 있지만
의사소통을 위한 대사는 단 한마디도 없는 것도 독특하죠.
하지만 그러다 보니 영화가 전반적으로 지루해 집중하기 어려웠습니다.
예술성은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만 상업적으로는...
배급사에서 보안을 철저하게 생각해서인지 관람 전 핸드폰을 전부 수거해가더군요.
그래서 입장이 지연돼 상영도 늦어진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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