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에 위치한 화정박물관은 한국은 물론 티베트,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미술을 소장, 전시하는 곳입니다.
소장품을 가지고 기획전을 열기도 하는데,
2017년 11월 1일부터 춘화 상설전을 연다고 해서 같은 달 23일에 방문해 봤습니다.
춘화는 남녀 성행위를 묘사한 동양화로
영화 아가씨에 나온 그림들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春이라는 글자가 성과 연관되는 경우가 많은데 춘화 역시 마찬가지죠.
그림을 그린 목적이 명확히 드러나는 만큼 상당히 표현이 노골적이라
기존 동양화를 관람할 때와는 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어쨌거나 춘화 역시 과거의 삶을 반영한 문화유산이기에 국내에서도 종종 기획 전시를 열곤 했는데
화정박물관이 국내 최초로 춘화 전시를 상설전으로 열게 됐습니다.
이때 열린 상설전은 한중일 삼국에서 만들어진 춘화를 비교하는 전시였습니다.
삼국의 문화가 다른 만큼 춘화 역시 국가별로 차이가 드러나는데,
중국은 춘화에 그려진 사람이 온갖 기예를 펼치는 것처럼 묘사를 하고,
일본은 특정 부위를 과장되게 그리거나 남성 대신 거대한 문어를 그려 촉수를 그리는 등
좀 징그러울 정도의 묘사가 많습니다.
조선 시대에 만들어진 춘화는 전시실에 공개된 춘화 개수 자체가 적다는 점에서
성에 대해 억압하던 사회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성 관념이 보수적인 사회라서 춘화는 있어서는 안 되는 그림이었고
그 결과 조선 시대에 만들어지고 지금까지 전해져 오는 춘화 개수가 적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그런 사회 속에서도 인간의 본능을 막지 못하고
춘화를 통해 욕망을 분출하고 해소했던 사람들의 고군분투가 느껴졌습니다.
오랜만에 화정박물관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니
2020년 4월 5일까지 전시 예정이었던 춘화 <각자의 사정1>전시가 8월 30일까지 연장 전시 중이네요.
코로나 예방을 위해 사전 예약자만 입장할 수 있지만
어쨌거나 춘화 상설전이 지금까지 이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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