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삿포로 시계탑

오도리공원 근처에 있는 삿포로 시계탑에 왔습니다.

시계탑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영국 빅 벤처럼 높은 탑에 달린 커다란 시계인데,

삿포로에 있는 시계탑은 그런 이미지와는 정반대로 2층 건물에 조그맣게 시계가 달려있습니다.

그래선지 명성에 비해서 실망하게 되는 관광명소라고 하네요.

저는 건물 내부에 이것저것 볼게 있어 좋았지만. 

티켓에는 시계탑의 계절별 모습과 시계 내부 사진이 담겨있습니다.

입장료를 내고 바로 왼쪽으로 들어가니 삿포로와 홋카이도 곳곳에 있는 여러 문화재 사진이 보입니다.

일본 입장에서는 홋카이도가 개척지였기에, 개척과 관련된 문화재가 주로 많은 것 같네요.

일단은 시계탑에 왔으니 시계탑 사진을 담았습니다.

사진 근처에는 시계탑 모형이 있네요.

다른 전시실로 들어가 삿포로 시계탑의 역사에 대해 소개하는 전시물을 둘러봤습니다.

친절하게도 각 코너마다 한국어 설명이 자세히 달려 있어 내용을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삿포로 시계탑은 1878년 홋카이도 대학의 전신인 삿포로 농학교의 연무장으로 세워진 건물입니다.

연무장은 강의실, 실내 체육장, 행사장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된 건물인데 

연무장에 시계가 설치된 것은 1881년 8월 12일로

미국에서 주문한 시계가 너무 커 연무장에 설치하느라 이래저래 고생했다고 하네요.

삿포로 농학교 모형 한가운데 시계탑이 보입니다.

시계탑을 짓는 데 사용된 목재 자재가 여럿 보입니다.

아마 보수공사를 하면서 기존에 사용한 자재를 뜯어 전시하는 것 같네요.

목조건물이라는 특성상 시계탑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데

실제로도 시계탑에 화재가 여러 번 일어났다고 합니다.

이렇게 불을 끄는 모습이 그림에 남겨질 정도로 말이죠.

시계탑에서 일어난 행사와 관련된 전시물도 있습니다.

위 음식은 농학교 교사 브룩스가 학교에 왔을 때 열린 만찬회 식단입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기숙사 식단은 처음에는 양식이었지만

재정상의 이유로 점점 일식으로 바뀌었다는데,

학생들이 서양식을 맛볼 기회는 이런 만찬회가 아니면 흔치 않았을 테니

아마도 학생들이 새로운 선생이 학교에 오는 걸 기대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식단 옆에 놓인 전시물은 클라크 교감이 학생들과 맺은 '예수를 믿는 자의 서약'입니다.

클라크 교감은 학생의 도덕심을 심어주기 위해 성경 구절을 이용했다는데

성경을 도덕심을 넘어 종교적으로 받아들인 학생이 몇몇 있었나 봅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기다란 의자와 책상이 보입니다.

아마도 강의실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이런 의자를 둔 것 같은데

하필이면 직전에 예수를 믿는 자의 서약을 보고 올라와서

강의실이 아니라 교회 예배당 같은 느낌이 듭니다.

책걸상이 바라보고 있는 위치에는 삿포로 농학교 초대 교감인 윌리엄 S. 클라크 동상이 놓여있습니다.

앞서 본 서약서를 작성한 사람이기도 하죠.

삿포로 농학교 설립자는 따로 있었지만

실질적인 학교 책임자는 클라크 교감이라서 그의 동상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가 학생에게 남긴 말과 해설을 한국어 팸플릿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맞은편에는 시계탑에 걸맞게 시계가 움직이는 구조를 설명하는 전시물이 있습니다.

시계추가 열심히 움직이면서 태엽이 따라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동영상으로 찍어올걸 하는 아쉬움이 드네요.

시계탑 관람을 마친 뒤 전차를 타고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날씨 때문인지 원래 이렇게 이용객이 많은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열차 내 사람이 많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