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가 사라진다는 말이 돌던 2월, 짬을 내 새마을호 수원 - 천안 구간 특실을 타보기로 했습니다.
기왕 돈 쓰는거 내려가는 것도 돈 써서 경부선 ITX-청춘을 타기로 했죠.
새마을호보다 경부선 ITX-청춘이 먼저 사라진게 유머라면 유머.
(2018년 3월 23일 운행 종료)
기차를 타러 수원역에 도착하니 대전행 ITX-청춘이 전광판에 떴습니다.
다른 열차는 전부 타는 곳 5번인데 혼자 3번에서 타죠.
코레일유통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기차표를 보여주고 커피를 할인받아 산 뒤
개찰구 앞에 도착했습니다.
ITX-청춘은 문 높이가 전철 타는 곳에 맞춰져 있어 경부선 ITX-청춘은 전철 개찰구를 통과해 탔습니다.
ITX-청춘 승객을 위해 개찰구에 QR코드 리더기까지 다는 수고까지 했는데
문제는 제가 산 표에는 QR코드가 없습니다.
유인 창구에서 사는 영수증 티켓에만 QR코드가 박히고
자동발매기에서 사는 카드식 티켓에는 QR코드가 없거든요.
원래는 직원을 불러 개찰구를 통과해야 하는데
수원역에 올 때 버스를 타고 와서 아직 환승이 가능하길래 귀찮아서 그냥 교통카드 찍고 통과했습니다.
지하로 내려오니 추위를 피해 내려온 사람이 많네요.
승강장으로 올라와
카드를 찍은 뒤
대전행 ITX-청춘에 탔습니다.
경춘선이나 경부선이나 ITX-청춘 자유석은 2층열차 아래칸입니다.
30분 뒤 천안역에 도착했습니다.
천안역에도 전철 타는 곳이 있지만 장항선으로 가는 방향에 있어
경부선 타는 곳은 열차 문 위치에 맞게 나무로 만든 가계단을 설치했습니다.
기차를 타러 천안에 왔지만 기차만 타고 왔다갔다 하긴 뭔가 아쉬우니 짧은 여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날의 목적지는 천안 유량동에 위치한 우정박물관입니다.
유량동이 시 외곽에 있어 유량동으로 가는 버스는 50분에 1대 꼴로 다녀
우정박물관에서 버스 시각표를 확인하고 오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는 2월이라 추위가 워낙 세서 바람막이용 천막이 버스 정류장 옆에 있었습니다.
안에 들어가고는 싶지만 언제 버스가 지나갈지 몰라 차마 이용은 못했습니다.
잠시후 52번이 도착했습니다.
52번 말고도 51번이 유량동으로 가는데,
두 노선은 51번이 평일에 장애인체육관을 간다는 것을 빼면 완벽히 같습니다.
13분 뒤 양담말 정류장에 내렸습니다.
여기서 우정박물관이 있는 우정공무원교육원까지 도보로 이동합니다.
이날 추위를 보여주듯 정류장 옆 하천은 꽁꽁 얼었네요.
신호등 옆에 우정박물관 표시가 보입니다.
화살표를 따라 길을 걸어갑니다.
버스정류장에서 6분을 걸어 우정공무원교육원에 도착했는데요.
우정박물관까지는 또 한참을 걸어야 합니다.
정문에서 8분을 걸어 우정박물관이 있는 본관에 도착했습니다.
문제는 우정박물관 개관 시각이 9시라는 것이죠.
버스 운행 시각에 맞춰 왔더니 시간이 좀 많이 남습니다.
남는 시간을 때우러 돌아다니다 우정아트갤러리를 발견했습니다.
전국에 있는 특이한 우체통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네요.
폐품을 재활용한 우체통부터 편지봉투를 본따 만든 우체통까지 다양한 우체통이 보입니다.
우정공무원교육원답게 우정사업과 관련된 이런저런 비전을 담은 안내문이 걸려 있는데
오토바이 대신 전기차를 탄 집배원이 눈에 띕니다.
이러고도 시간이 남아 의자에 앉아 시간을 때운 뒤
우정박물관에 왔습니다.
입구 옆에는 최초의 근대적 우체국인 우정총국 초대 총판을 지낸 홍영식 동상이 놓여 있습니다.
그 옆에는 조선에서 처음 발행된 우표, 일명 문위우표가 놓여 있네요.
세계 곳곳에서 발행된 우표도 보입니다.
과학과 관련된 도안을 담은 우표를 모아놨는데
과학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바티칸 우표도 있네요.
한국에서 발행한 우표도 있습니다.
일국양제를 시행 중인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에 우체국이 따로 있습니다.
중국에는 중국우정(中国邮政), 홍콩에는 홍콩우정(香港郵政), 마카오에는 마카오우정(澳門郵政)이
각각 별도 법인으로서 체신 업무를 수행하고 있죠.
이래저래 중국과 불편한 관계인 대만에 있는 우체국은 대만우정이 아니라 중화우정(中華郵政)입니다.
이중 만국우편연합(UPU) 회원은 중국우정뿐입니다.
박물관 팸플릿을 받으러 안내 데스크로 가니 방문 기념으로 찍을 수 있는 우편날짜도장이 있네요.
이게 있는 줄 알았으면 엽서라도 들고 오는건데.......
박물관 밖에 있는 전시물 구경을 마치고 우정역사관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우역에 대한 역대 기록이네요.
우(郵)는 걸어서 전한다는 뜻이고 역(驛)은 말을 타고 전한다는 뜻인데
각종 공문서나 관용품을 도보나 말을 이용해 전달한 운송 시스템입니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소지 마립간(소지왕) 9년에(487년) 우역을 설치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것이 우정과 관련된 가장 오래된 기록입니다.
이후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우역은 역참제도로 바뀌었다 우정총국과 우체사가 들어서면서 사라졌고
역참이라는 이름은 철도시설인 station의 번역어 역(驛, 駅) 또는 참(站)으로 용도가 바뀌게 됩니다.
바로 옆에 조선시대에 쓰인 여러 통신 시설 모형이 보이네요.
산봉우리에 연기로 군사정세를 전달하는데 사용한 봉수대(봉화)가 보입니다.
평시에는 불을 하나만 피우고 위기 정도에 따라 불을 더 피워 수도 한양까지 정보를 빠르게 전달하죠.
평시에도 불을 피우는 이유는 봉수대가 적에게 점령돼 불을 아예 못피우는 상황을 가정해서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봉수대도 기상이 안좋은 날에는 통신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임진왜란 이후로는 왼쪽에 보이는 역참을 활용한 파발 제도도 같이 사용하게 됐죠.
파발은 말을 타는 기발과 도보로 이동하는 보발로 나뉘는데
각 파발은 다음 역참에서 대기 중인 다른 파발에게 문서를 전달하는 식으로
지방에서 한양까지 문서를 빠르게 전달했다고 합니다.
조선에 서양식 우정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개화기인 1884년 경복궁 앞에 우정총국이 들어서면서부터입니다.
앞서 언급한 홍영식이 초대 참판으로 지내면서 문위우표 등을 발행했는데
하필이면 갑신정변이 우정총국 설립 기념 연회 때 진행된데다
홍영식이 갑신정변의 여파로 살해당하면서 우정총국도 자연스레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1895년 전국에 우체사가 세워지면서 다시 근대적 체신 업무가 도입됐습니다.
이후 1987년 만국우편연합(UPU)에 가입을 신청해 1900년 대한제국 명의로 가입했습니다.
1905년 한일통신협정으로 체신 업무가 일제로 넘어갔지만
광복 후 우체국을 다시 세우면서 만국우편연합 회원국 지위도 부활해
지금도 만국우편연합 대한민국 우체국 가입일은 1900년 1월 1일로 되어 있습니다.
입구에서 본 문위우표가 놓여 있습니다.
진품인지 복제품인지 모르겠는데, 아마도 복제품 같네요.
진품 가격이 어마어마해서.......
이어서 현대 체신 업무 관련 전시물이 보입니다.
이건 한국에서 처음 우편번호제도를 시행할 때 나온 우편번호부입니다.
생각보다 우편번호의 역사가 그리 오래된 편은 아닌데
우편번호를 도입한 이유가 늘어나는 우편 수요에 맞춰 우편을 자동적으로 분류하기 위해서니
기계가 어느 정도 발달한 오늘날에 등장한 것입니다.
미국은 1963년에, 일본은 1968년에, 그리고 한국은 1970년에 도입했죠.
홍콩은 특이하게 우편번호가 없는데 홍콩우정이 담당하는 지역 범위가 좁아서 그런가 봅니다.
이어서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고 우편을 배달한 체전부에서
오늘날 집배원에 이르기까지의 복장과 가방 변천사가 보입니다.
우체국 심볼 변천사도 보이는데, 일제강점기 시절은 과감하게 생략했네요.
지금 쓰고 있는 로고는 제비와 편지봉투를 결합해 만든 로고인데,
2016년 정부상징 통합 과정에서 살아남은 몇안되는 로고입니다.
그 옆에 있는 우체통은 일제 시절 사용한 우체통이 있네요.
일본에서는 지금도'〒' 글자를 우편번호 마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정역사관을 나와 우정문화관으로 이동하니 고객에게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쓰이는 기계가 보입니다.
자동으로 우편날짜도장(소인)을 찍는 기계와 우편을 자동으로 묶는 기계가 놓여 있네요.
우체국택배에 쓰이는 각종 용지와 스티커도 보입니다.
우편을 우체국에서 모아 두는 사서함도 있습니다.
기업에서도 우체국과 계약해 사서함을 이용하지만
일반인이 사서함을 알게 되는 건 대부분 군대에 있을 때 같네요.
과거부터 지금까지 쓰인 우편수송수단 모형입니다.
선편은 섬에 들어가는 우편에 사용하고, 비행기는 제주도에 들어가는 우편에 사용하지만
철도수송은 바로 옆에 있는 트럭에 밀려 폐지됐다
2018년 7월 당일특급 우편물을 수송하는 열차로 부활했습니다.
여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쓰는 집배원 복장과 우체통이 모여 있는 공간입니다.
우체통 하면 빨간색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의외로 빨간색 우체통을 쓰는 나라가 몇 안되네요.
한국의 빨간 우체통은 역시나 일본 영향을 받은 건가 봅니다.
우체국 하면 체신 업무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체신업무만큼이나 중요한 업무가 바로 금융입니다.
1905년 7월 우편환과 우편저금 업무를 개시했으니 상당히 긴 역사를 자랑하죠.
도중에 농협에 저금업무를 넘긴 적도 있지만.
지금도 대출이 안된다는 점만 빼면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자체 발행 체크카드도 있고, 몇몇 우체국에서는 외환 매매도 가능합니다.
마지막 전시 공간은 기증 전시실입니다.
우체국에 근무하면서 여러 체신 관련 물건을 모은
진기홍씨의 기증 유물을 본 뒤
전시실을 나왔습니다.
전시실 출구에는 우정체험관이라 해서
아이들이 집배원복을 입어보는 코너도 있고,
문위우표 탁본을 찍어보는 코너도 있네요.
박물관을 나와 외부전시물이 있는 우편테마공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철도박물관에 있어야 할 것 같은 열차가 여기에 있는데요.
우편 철도수송을 담당하던 우편열차입니다.
경부선이 개통된 1904년부터 우편 철도수송을 했는데
도로교통에 밀려 2006년 5월 24일에 철도운송이 폐지됐다 위에 언급했듯이 당일특급우편에 한해 철도운송이 부활했죠.
이외에 KTX 특송서비스도 우편수송이라면 수송이네요.
안으로 들어가니 우편열차 안에서 집배원이 우편을 분류하는 모습을 재현해 놓고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벽에 이런저런 사진을 붙여 놨는데요.
우편물 수송수단 변화를 보여주는 사진도 있고,
우편열차에서의 업무를 담은 사진도 있습니다.
열차 옆에 놓인 거대 우체통을 보고 박물관을 나왔습니다.
천안역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참을 걸어
리각미술관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미술관 전시 소개를 하는 플래카드를 보니
왼쪽 작가는 예전에 두산아트센터 두산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이윤성 작가네요.
그때 전시한 그림을 여기서도 전시하고 있길래 반가워서 전시를 보려 했는데
아쉽게도 미술관 개관 시각이 오전 11시라 너무 늦어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다시 리각미술관에 들러 전시를 보긴 했는데 이 이야기는 다른 글에.
다시 52번 버스를 타고 천안역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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