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호선 광흥창역에 왔습니다.
광흥창은 조선시대 관리들의 녹봉으로 쓰이는 쌀을 저장하던 창고인데
창고로 쓰던 건물은 아쉽게도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는 여전히 한옥 양식을 갖춘 건물이 있는데요.
하나는 문화공간으로 쓰이는 광흥당이고,
다른 하나는 고려 말 원 간섭기 때 자주정책을 펼친 것으로 잘 알려진
공민왕을 모시는 사당입니다.
조선은 고려 왕조를 쫒아내는 역성혁명을 통해 세워진 국가라서
왕권 강화를 위해선지 고려 왕족인 개성 왕씨를 대대적으로 몰살했습니다
이성계에게 왕위를 선양한 공양왕을 고작 2년만에 죽이기도 했죠.
이런 나라에서 고려의 왕인 공민왕을 모신 사당이 지어졌다는게 특이한데
아마도 이성계가 벼슬을 받아 정계에 입문한 때가 공민왕 때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창전동에 있는 이 사당 말고도 무려 조선 왕실을 모시는 종묘에
공민왕과 아내 노국대장공주를 모신 사당이 있으니 상당히 좋은 대접을 받은 셈입니다.
지금 사당으로 쓰는 건물은 6.25 전쟁 때 파되된 것을 복원한 건물입니다.
하지만 공민완사당제례는 맥이 끊기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오는 것 같습니다.
안내 팸플릿을 보니 매월 음력 10월 1일 여기서 제례식을 연다고 하네요.
사당으로서의 역사가 길어서 그런지
사당 주변에는 오래되고 커다란 보호수가 여럿 있습니다.
사당 구경에 관심이 없더라도 나무 덕에 눈길이 갈 것 같네요.
공민왕사당에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현대사의 비극 중 하나인 와우아파트 붕괴사고의 현장이 나옵니다.
지금은 아파트는 전부 철거된지 오래고 터만 남아 공원으로 바뀌었죠.
공원을 둘러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ps. 공민왕이 묻힌 현릉(玄陵)과 노국대장공주가 묻힌 정릉(正陵)은
북한 개풍군 해선리에 있어 안타깝게도 관람이 불가능합니다.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일부로 묶여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라 참 아쉽네요.
624. 광흥창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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