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여행

수원 XR버스 1795행 (2024.04.10)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하기로 한 수원 나들이. 원래 가려고 했던 전망대가 휴일이라고 문을 안 열어 대신 플라잉 수원을 타러 왔는데 날씨가 너무 뿌예서 팔달산에 핀 벚꽃이 참 멋없게 보입니다. 벚꽃 보러 수원으로 온 것이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일까요? 이날의 목적지는 다름아닌 연무대 옆 주차장인데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헬륨 기구에서 내리고 창룡문을 지나 건너편에 있는 로스 안데스라는 카페에서 시간을 때우기로 합니다. 안데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께나(Quena)와 삼뽀냐(Zampona)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고 아메리카노와 에스프레소 앞에 굳이 라틴을 붙인 특이한 메뉴판도 있네요. 커피를 마시는 동안 시간을 떄우기 위해 꺼낸 것은 지금 읽고 있는 책. '구름 관찰자를 위한 가이드'라는 책인데 하늘 위에..
유토피아를 찾아서 (2024.04.06) 토마스 모어의 소설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 유토피아. 이상향이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어원을 뜯어보면 존재하지 않는 장소라고 하죠. '유토피아: 노웨어, 나우 히어'라는 이름의 전시가 열린 그라운드 시소 성수에서 어디에도 없는 이상향을 찾아 컴퓨터 앞에서 막연히 떠오르는 유토피아의 이미지를 고르고 티켓을 출력한 뒤 유토피아를 찾는 여행을 시작합니다. 신스웨이브가 흘러나오는 우주 정거장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 한가운데 담긴 익숙한 풍경들을 보기도 하고 9번째 구름 위에서 펼쳐지는 몽환적인 풍경도 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았습니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고 모든 곳에 물이 차올라 잠겨버린 조용한 마을. 작품 안내에는 우리가 머무를 수 있는 유토피아는 아니라고 적혀 있지만 ..
망원동 카페 하우스 오브 바이닐 (2024.04.01) 망원동에 있는 작은 카페 하우스 오브 바이닐. 카페 이름에 바이닐을 대놓고 적어놓았듯이 커다란 스피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고 신청곡을 적어 내는 종이도 카운터에 있고 LP를 들고 가면 직접 틀어주기도 한다고 하네요. 교통카드 스티커 받겠다고 깔았던 세컨캐리어라는 앱에 새로운 아트팩이 업데이트돼서 새로 아트피스를 모아볼 겸 방문해 봤는데 필터 커피와 애플 시나몬 파운드케이크가 참 맛있어서 기분 좋게 먹었습니다. 마침 카페에서 흘러나온 음악도 아는 노래라서 귀도 만족. 카페 콘셉트에 맞게 LP로도 음악을 듣고 싶은데 소장한 LP가 없어서...
기억조차 흐릿한 NASA 휴먼 어드벤처전 (2016.02.10)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과 이에 질 수 없다며 미국인으로서 우주로 간 앨런 셰퍼드. 사람을 달로 보내겠다는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 우주 탐사에서 소련을 따라잡겠다는 미국의 아폴로 계획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시행착오와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다양한 우주복과 우주인들을 위해 만들어진 우주식량.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뒤 남긴 다양한 사진들과 아폴로 11호 이후 이어진 아폴로 계획에서 사용한 월면차. 아폴로 11호의 성공에 자극받아 소련에서 개발한 무인 월면차 루노코드 2호의 모형. 미국 케이프 커내버럴 발사 통제동(블록하우스)를 지을 때 사용한 두꺼운 창문. 아폴로 계획 이전 미국인을 우주로 보낸다는 계획인 머큐리 계획의 두 번째 유인 우주선 리버티 벨 7호 모형. 아폴로 16호가 태평양에 떨..
별 보러 간 송암 스페이스 센터 (2024.03.09) 양주시 송추에 있는 송암 스페이스 센터. 별을 볼 수 있는 천문대 중에서는 여기가 서울에서 제일 가까울 것 같은데 시간을 내서 가려고 하니 계속 날씨가 발목을 잡아 못 가다가 모처럼 하늘이 맑은 토요일에 차를 끌고 왔습니다. 플라네타리움 상영과 천문대로 올라가는 케이블카 승차권이 포함된 35,000원짜리 패키지를 사서 티켓을 받고 플라네타리움 문이 열리기 전 간단하게 송암 스페이스 센터를 둘러봅니다. 매표소 바로 옆을 보니 달과 관련된 전시물이 놓여 있는데 냉전 시대 이후 다시 우주에 패권 경쟁이 일어나면서 아르테미스 계획 등 달 탐사 계획이 다시 비중 있게 다뤄지고 한국에서도 달탐사선 다누리호를 쏘아 올리는 등 이런 추세에 발을 맞춰 가고 있기에 송암 스페이스 센터에서도 달에 대한 전시를 그중에서도 얼..
커다란 브라키오사우루스 화석을 만난 한국자연사박물관 (2024.02.24) 희미하게 눈이 쌓인 계룡산. 대전에서 계룡산으로 가다 살짝 옆으로 빠지면 한국자연사박물관이라는 곳이 나옵니다.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전 입장권을 사고 박물관 입구에서 입장권을 반납한 뒤 안으로 들어가면 거대한 브라키오사우루스 화석 실물이 관람객을 맞이합니다.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쥐라기 말기 북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던 초식공룡인데 이렇게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화석이 정말 뜬금없게도 한국에, 그것도 서울이 아닌 계룡산에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죠. 여기에 있는 브라키오사우루스 화석은 한국자연사박물관을 운영하는 청운재단이 캔자스대학교와 협약을 맺고 발굴한 화석입니다. 와이오밍에서 브라키오사우루스 화석 일부를 발굴하자 청운재단에서 발굴자금을 지원하는 대신 화석 소유권을 가지게 된 것이죠. 현지에서 이뤄진 발굴작업을 캔자..
계룡산 동학사 (2024.02.24) 희미하게 눈이 쌓인 계룡산. 별의별 가게와 나무에 가려 하얀 자태가 사진에 잘 안 담기는 것을 아쉬워하며 일주문을 지나 등산길에 오르는 것은 아니고 동학사까지 갑니다. 조금씩 눈이 떨어지지만 바람이 세게 불지도 않고 기온이 그렇게까지 떨어진 것도 아니라서 위로 올라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비록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나무뿐이지만 모처럼 산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를 마시니 기분이 좋네요. 동학사에 도착해 절을 둘러보니 계곡 사이에 절이 들어서서 그런지 생각보다 작으면서도 있을 것은 다 있는 절이라서 그런지 등산로에 딱 붙어있는 절이라서 그런지 오가는 사람들이 참 많네요. 동학사를 간단히 훑어보고 위를 바라보니 저기는 오늘 못 가겠다 싶어 왔던 길을 되돌아가 다시 일주문을 통과해 인터..
비행기 실내를 옮겨놓은 충무로 보잉 (2024.02.23) 인쇄소로 빼곡한 충무로의 어느 한 골목. 뜬금없이 공항에서 볼법한 FIDS를 달아놓은 곳이 있습니다. 실제 항공편과는 전혀 관련 없이 그럴듯하게 만든 FIDS를 달아놓은 이곳의 정체는 BOING이라는 이름을 붙인 카페. 비행기 제조사 BOEING과 1글자 차이로 다르게 지었네요. 오래된 건물에 놓인 좁은 계단을 올라 카페 안으로 들어가면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카운터에 달아놓은 모니터부터 카운터 아래에 놓아둔 여러 캐리어, 그리고 이 화장실을 보면 광기까지 느껴지네요. 비행기 실내를 그대로 뜯어놓은 자리에 앉아 커피를 마실 수 있지만 이 자리는 이미 만석이기에 평범한 자리를 찾아 벨이 울리기를 기다려 평범하게 커피를 마시다 기내석에 자리가 비어 슬쩍 앉아보고 트레이를 반납한 뒤 카페에서 나왔는데 아직 ..
덤으로 간 에버랜드 로스트 밸리 (2024.02.04) 판다월드에서 나오면서 잽싸게 스마트 줄서기로 예약을 걸었는데 시간이 좀 많이 남아서 스카이 크루즈를 타고 아래로 내려가면서 오랜만에 에버랜드를 둘러봅니다. 롤링 엑스 트레인을 지나 매직랜드에 도착. 근처에 옥수수를 파는 카운터가 있길래 무작정 치즈 핫콘을 주문해 치즈가루와 카옌 페퍼 가루가 버무려진 옥수수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 다시 아메리칸 빌리지로 올라와 1900년대 중반 미국 감성으로 만든 가짜 포스터를 감상한 뒤 아직까지도 못 타본 T익스프레스를 보며 아래로 내려와 주토피아에 진입. 사막여우 같은 작은 동물들을 보고 나서 로스트 밸리로 갑니다. 판다월드를 가본다는 목표는 이미 달성해서 남은 시간은 어딜 가든 크게 상관이 없었는데 마침 로스트 밸리 스마트 줄서기가 오픈을 했길래 여기로 왔는데요. ..
판다 보려고 간 에버랜드 (2024.02.04) 개장 시간 1시간 반 전에 도착한 에버랜드. 이미 제 앞에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데 이 사람들이 전부 판다월드로 달려가는 경쟁자들입니다. 놀이기구가 아닌 동물 하나가 테마파크의 대표 어트랙션이 되어버린 것을 보며 이게 맞나 싶다가도 지금 중요한 건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남들보다 먼저 줄을 서는 것이니 최대한 빠르게 판다월드로. 판다월드 입구에는 가장 최근에 태어난 쌍둥이 판다 루이바오와 후이바오 사진을 걸어두고 있지만 모두의 관심은 올해 중국으로 가는 것이 확정된 푸바오겠죠. 대기줄이 참 길긴 한데 판다 가족을 볼 수 있는 시간 자체는 5분 정도로 제한되기에 생각보다는 빠르게 줄이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 대기 시간이 절대적으로 짧냐면 그건 아니지만. 꾸미긴 잘 꾸며놨지만 정말 놀라..
포스터만 보고 광주행을 결심한 디어 바바뇨냐 (2024.01.20) 잠만 자기 위해 대전으로 내려와 토요코인 대전정부청사점에서 하룻밤을 자고 6시에 일어나 6시 반부터 제공되는 조식을 먹습니다. 한일 양국 토요코인에서 숙박하면 응모할 수 있는 이벤트가 있길래 이 이벤트도 신청. 다시 차를 몰고 남쪽으로 내려와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 왔습니다. 2호선 지하철에 붙어 있던 광고를 우연히 보고서 막연히 이 전시를 보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날씨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광주까지 왔네요. 전시명이 디어 바바뇨냐(Dear Baba-Nyonya)로 상당히 특이한데요. 오래전부터 중국을 떠나 세계로 뻗어나간 화교들은 현지에 정착하며 현지사람과 혼인을 맺었는데 중국계 남성과 말레이계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를 바바, 여자를 뇨냐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저는 오래전 봤던..
해가 진 뒤의 김포 애기봉 (2024.01.27) 강화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주차장 넓은 카페. 가구 공방을 겸해서 운영하고 있는 카페인데 널찍한 공간에 분위기도 괜찮아 보여 4,500원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집에서 들고 온 책을 꺼내 읽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진득하게 앉아 읽은 책은 '주소 이야기'. 우리가 아무런 생각 없이 쓰는 주소라는 체계에 대해 다루는 꽤 두꺼운 책인데 주소를 가질 수조차 없어 생존의 위협을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롯해서 누군가에게는 경제적인 가치를 높이기 위해, 또는 정치적인 이유로 지키거나 바꿔야 할 대상인 주소, 누군가에게는 정부의 합리적인 행정권 행사를 위해 만들어야 할 대상이면서 누군가에게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없애야 할 대상인 주소 등 다양한 담론을 다루네요. 주소라는 것이 상당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