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기 적체가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서
일본 여행기부터 처내려고 죽어라 쓰고 있어
국내여행은 뒷전인 것처럼 보이지만
일단은 국내여행도 틈틈이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에는 갑자기 설산을 필름으로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아무 생각 없이 정선 민둥산으로 향했는데요.
어째 기대했던 것과는 좀 많이 달라서
헛걸음만 하고
차를 돌려 집으로 가던 중
불현듯 원주에 있는 소금산이 생각나서
오랜만에 와봤습니다.
예전에는 출렁다리밖에 없었는데
오랜만에 와보니 뭐가 많이 생긴 것 같네요.
정작 핵심 시설이라고 볼 수 있는 케이블카가 장사를 시작하려면 며칠 더 지나야 해서
그냥 나중에 다시 올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예약해 둔 출국 일정을 생각해 보니
이날 출렁다리로 올라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
분명 집을 떠날 때에는 생각도 안 한
등산을 하러 갑니다.
2021년에 소금산에 왔을 때에는 출렁다리를 건너자마자 하산해야 했는데
그새 소금잔도와 스카이타워, 울렁다리가 생겨서 한 바퀴 도는 코스로 바뀌었고
입장료도 9,000원으로 3배가 뛰었습니다.
케이블카까지 운행을 시작하면 통합권이 얼마나 뛸지 기대 반 걱정 반인데
그보다도 더 큰 걱정은
눈앞에 보이는 이 계단이네요.
얼굴을 패듯이 부는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대체 왜 집 나와서 개고생인가 하는 생각이 들다가도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참 좋아 그새 기분이 좋아집니다.
분명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두 다리에 닿는 바닥만 있으면 겁대가리를 상실해서
바닥에 구멍이 뚫려있든 다리가 상하좌우로 출렁거리든 상관하지 않고 걸어
저 멀리 보이는 소금잔도와 스카이타워로 가는데
금방 가겠지 했던 길은
좀 많이 기네요.
이러면 나가린데...
하도 길이 기니
어떻게든 덜 지루해보려고
아까부터 계속 보이는 풍경을
조금씩 구도를 바꿔가면서
찍어보는데요.
많이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소금잔도에 도착했고
스카이카워는 저 멀리 있습니다.
소금산을 오르기 전에 화장실에 미리 들러
화장실이 급하지 않은 것은 다행인데
물을 챙기지 않은 것이 후회됩니다.
계속 걷다 보니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해
차에 두고 온 커피가 무척 마시고 싶어 지네요.
이런저런 불평불만 끝에
스카이타워에 도착했는데요.
바람이 너무 매섭게 불어 타워에서 굉음이 납니다.
타워 위에서 경치를 즐기자니
이래저래 날씨가 안 도와주네요.
그나마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씨라 풍경은 좋지만.
아무래도 빨리 울렁다리를 건너야 할 것 같아
스카이데크에서 내려가는데
스카이타워가 좀 많이 높아서
울렁다리로 내려가는데 또 한참이 걸립니다.
그렇게 도착한 울렁다리.
아까 건너온 출렁다리보다 폭이 넓어
중간에 저처럼 사진을 찍겠다고
다리 한가운데에서 멈추는 진상짓을 해도
통행에 큰 지장을 주지 않으니
참 좋네요.
다리를 건너는 것은 안 무서운데
바람이 너무 세서 실수로 스마트폰을 떨어뜨릴까 봐 무서워하며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고
울렁다리 건너편으로 넘어왔으니
내려갈 때에는 아주 편하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갑니다.
에스컬레이터를 2번 타고 내려오게 만든 것을 보니
새삼 참 고저차가 심하게 느껴지네요.
에스컬레이터 도착지에서 소금산 주차장까지는
제법 멀어서 열심히 걸어가는데
바로 옆을 셔틀버스가 지나갑니다.
하필이면 저같이 두 다리 멀쩡한 사람은 못 타서 괜히 억울하네요.
이제 내일이면 소금산 케이블카가 운행을 시작할 텐데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는 케이블카를 타고 정말 편하게 와야지 하며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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