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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여행(상세)/2023.06.29 오키나와

13. 오키나와 향토마을 해양문화관을 나섰더니 바로 앞에 오키나와 향토마을이라는 민속촌이 나왔는데요. 오키나와가 일본에 병합되기 이전인 류큐 왕국 시대의 여러 민가를 재현해 보여주고 있는 곳입니다. 일본 본토와는 기후가 다르기도 하고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다른 나라였기에 일본에서도 보기 어려운 건물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들어가 봤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장원 지주(地頭代, 지토다이)의 집부터가 보수 공사 중이라서 어째 관람 시작부터 힘이 빠지네요. 아무튼 다음 장소인 노로의 집(ノロの家)으로 갑니다. 노로는 오키나와에서 무녀를 부르는 명칭인데 노로가 살던 집 구조 자체는 다른 민가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노로가 사는 집과는 구분된 별도의 건물로 노로둔치(ノロ殿内)라고 부르는 기도하는 장소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12. 수족관 옆 해양문화관 츄라우미 수족관에서 나오니 푸드트럭이 모인 곳이 보이는데 규탄 꼬치를 판다길래 절로 지갑이 열렸지만 규탄 꼬치는 진작에 다 팔려 재고가 없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츄라우미 사이다 플로트를 마시고 츄라우미 수족관 정문을 지나 해양박공원에 있는 다른 시설을 찾아 열심히 걸어갑니다. 차를 댄 주차장을 지나 해양문화관이라는 박물관에 도착. 막연히 공원 안에 박물관이 있다는 사실만 알고 왔는데 박물관 전시실을 소개하는 그림도 그렇고 로비에 있는 '우호의 증거 타이티에서 온 편지'도 그렇고 오키나와의 바다 문화에 대해 다루는 곳이 아니라 오래전 태평양에 있는 수많은 섬들로 뻗어나간 오스트로네시안의 문화에 대해 다루는 곳이네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사는데 4시 반에 플라네타리움에서 영상 상영이 있다는 안내를 받아서 ..
11. 다시 찾은 츄라우미 수족관 헤도곶에서 차를 몰고 남쪽으로 쭉 이동하는데 커다란 화물차가 제 앞을 가로막습니다. 한국이라면 운전하다 답답해서 죽을 지경이겠지만 저는 지금 생전 처음 오는 타지에서 이제 막 운전을 하는 외지인이기에 오키나와 번호판을 단 저 화물차는 저에게 있어 아주 좋은 페이스메이커네요. 나고시 시내로 진입하기 전 차를 오른쪽으로 꺾어 나고시 외곽을 크게 빙 돌아갑니다. 중간에 공사 중인 도로도 지나고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도 맞는 등의 우여곡절을 거쳐 1975 오키나와 엑스포 개최 후 만들어진 오키나와 해양박람회 기념공원에 도착. 공원 내에는 여러 관광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는 츄라우미 수족관이니 아무리 한번 와봤던 곳이라지만 안 가볼 수 없겠죠. 츄라우미 수족관을 대표하는 고래상어 동상을 보며 안으로..
10. 오키나와 최북단 헤도곶 다이세키린잔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헤도곶. 오키나와의 최북단이자 오키나와현과 카고시마현을 구분하는 경계선과 가장 가까운 육지인데요. 이 경계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이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태평양전쟁의 결과 일본은 패망했고 오키나와는 일본의 통치에서 벗어나 미군정이 들어서 공산주의를 저지하는 최전선이 되었으며 오키나와 곳곳에는 미군 기지가 들어섰습니다. 헤도곶에서 바다 건너 보이는 요론섬은 일본 카고시마현이지만 헤도곶은 미국령 류큐 열도였으니 바다를 가르는 선은 국경 역할을 한 것이죠.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미군과 관련된 범죄가 사회 문제로 번지면서 미군정에서 벗어나 일본으로 복귀하려는 본토 복귀 운동이 지속적으로 일어났고 이곳 헤도곶은 미국과 일본의 국경지대로서 오키나와의 일..
9.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다이세키린잔 다이세키린잔(大石林山)을 한국식 한자 발음으로 읽으면 대석림산인데 이름대로 커다란 산 전체가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곳입니다. 고작 돌덩이 보자고 1,200엔을 내야 하나 싶은 비뚤어진 생각이 들지만서도 입장권에 담긴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여기 있는 바위들이 좀 특이하게 생겼으니 지갑을 열고 돈을 냅니다. 매표소에서 관람 코스까지는 제법 거리가 있어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요. 지도만 봐도 거리가 만만하지 않아 보였는데 차를 타고도 한참을 이동하는 걸 보면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간다면 햇빛에 타 죽었을 것 같네요. 아무튼 버스를 타고 코스 입구에 도착했는데 저 멀리 푸른 나뭇잎을 뚫고 위로 드러난 기암괴석을 보니 아까까지 투덜대던 마음이 사라집니다. 다이세키린잔을 둘러보는 코스가 여럿 있는데 매표소에서 받..
8. 우핸들을 잡자마자 오키나와 종단 일본에서 차를 모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우핸들을 잡자마자 달리는 길이 고속도로입니다. 일단은 감을 잡기 위해 1차선 대신 2차로에서 천천히 달리다 어느 정도 감이 잡힐 즈음 추월차로도 적절히 이용해 봅니다. 오키나와 자동차도에는 휴게소가 상행선 하행선 각각 2곳이 있는데요. 우선 나카구스쿠PA(中城PA)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해보도록 합니다. 휴게소로 들어가자마자 기념품들이 여럿 보이는데 스팸 티셔츠가 놓여 있길래 괜히 웃겨서 사진을 찍어봅니다. 정말 스팸을 좋아하는 동네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옆에는 작은 식당이 있는데 식권 자판기를 보니 스이카 같은 교통카드는 하나도 못 쓰고 라쿠텐 에디, 나나코, 와온 같은 전자화폐만 쓸 수 있습니다. 휴게소 입구에는 라쿠텐 에디 전용 충전기도 있는 것을 보면 ..
7. 렌터카 빌리러 가는 길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은 좋은데 아침 식사를 할만한 곳이 마땅찮아서 숙소 근처에 있는 모스 버거에서 440엔짜리 모닝 도그 세트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아사히바시역으로 이동해 모노레일 열차를 타고 의외로 붐비는 열차 안에서 서서 갑니다. 다시 나하 공항에 왔는데 오키나와에 오자마자 귀국하는 건 당연히 아니고 오키나와 북부 여행을 위해 렌터카를 예약했거든요. 시내 영업소에 있는 렌터카는 다 나가서 공항 쪽 영업소에 렌터카를 예약했습니다. 제주도처럼 렌터카 여행이 발달한 오키나와에는 렌터카 회사들이 참 많은데요. 제가 이용한 회사는 OTS 렌터카입니다.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공항 내에는 렌터카 영업소가 없어서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데 전날 아카미네역 주변에 있던 렌터카 영업소를 생각하고 멀리 가지는 않겠거니 했는데..
6. 계획 없이 어영부영 숙소까지 열심히 걸어가다 2018년 고층 건물로 새로 탈바꿈한 나하 버스터미널이 보이길래 잽싸게 안으로 들어가 그늘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버스 터미널 안에는 버스회사 사무실이 여럿 있는데 일부 창구에서는 오키나와 지역 교통카드인 OKICA를 팔고 있거든요. 2021년에 '하늘을 나는 피카츄 프로젝트'와 콜라보한 카드를 아직도 팔고 있길래 사진으로 찍어봅니다. 교통카드 수집이 취미니 진작에 메루카리에서 개인거래로 카드를 샀었는데 2023년까지도 재고가 남아있을 줄 알았더라면... 츄라우미 수족관 기념품만 파는 안테나숍을 지나 국제거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날 예약한 숙소 Y's 캐빈&호스텔이 나옵니다. 대욕장을 비롯해서 전반적인 시설이 깔끔하고 쾌적한데 캡슐호텔이라는 근본적인 한계는 어쩌지 못하는 것 같네요..
5. 뜨겁게 먹는 오키나와 소바(면과 함께) 츠보가와에 온 김에 조금 이른 저녁을 먹으러 한 국숫집에 왔습니다. 소바야 치루과(そば家 鶴小)라는 곳인데 오키나와 소바를 비롯해서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지만 방문한 시간대에는 전체 요리 중 소바 몇 종과 사이드 몇 종만 주문이 가능하네요. 다행히 오키나와 소바는 제약 없이 팔고 있어 오키나와 소바와 소키 단품(ソーキ一品)을 주문합니다. 조금 기다려서 주문한 오키나와 소바와 소키를 받았는데 소바가 좀 많이 다르죠? 오키나와 소바는 일본 본토에서 먹는 소바와는 전혀 다른 요리인데 우선 면을 만들 때 메밀이 전혀 들어가지 않고 무엇보다 우동이나 라멘처럼 소바를 뜨거운 국물에 말아먹습니다. 이런 차이가 있다 보니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오키나와 소바를 꼽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이것과 관련돼서 방송 에피소..
4. 공원에 놓인 기관차 타마우둔에서 나오니 슈리역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서 골목길을 걸어 가까운 모노레일 역으로 가는데 어떤 집에 이게 있길래 잠시 멈춰 사진을 찍어봅니다. 오키나와 지역의 상상 속 동물 시사(シーサー)인데 한국으로 치면 해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자입니다. 액운을 물리친다고 해서 집 앞에 한 쌍씩 뒀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은 사라진 전통이 아닌 지금도 가정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통이라 흥미롭네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기보역에 도착해서 모노레일 열차를 타고 아사토역에 도착. 여기서 남쪽으로 10여 분을 걸어가야 하는데 사진으로는 감이 안 잡히지만 여긴 오키나와라서 조금만 걸어도 더워 미칠 것 같거든요. 수분 보충을 위해 편의점에 들렀는데 일본 본토 편의점에서는 보기 힘들어진 복숭아맛 이로하스를 팔고..
3. 풍장을 하는 왕릉 타마우둔(옥릉) 슈리성의 정문 슈레이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옥릉(玉陵)이라는 이름의 무덤이 있는데 일본어에서 릉(陵)은 료(りょう)라고 읽지만 여기는 오키나와니 오키나와어로 한자를 읽어 타마우둔(たまうどぅん)이라고 부릅니다. どぅ라는 가나 표기는 일본어에서 거의 쓰지 않는 표기라 저도 아래 로마자 표기를 보고 어떻게 읽는지 알게 됐네요. 류쿠 왕국은 쇼씨 왕조가 다스리던 나라였는데 타마우둔은 2대 쇼씨 왕조의 가족묘로 지어진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매장을 하는 동아시아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오키나와에서는 풍장을 했는데 시신을 중앙에 있는 방에 두어 뼈가 드러날 때까지 수년 간 방치했다 뼈만 남으면 세골하고 유골함에 넣어 왕과 왕비, 세자, 세자비는 동쪽 방에, 그 외 가족은 서쪽 방에 넣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도 오..
2. 불탄 뒤 복원 중인 슈리성 세븐일레븐이 오키나와에 진출한 게 2019년으로 상당히 늦었기에 시내에서 세븐은행 ATM 찾기가 어려울 테니 공항에 있는 세븐은행 ATM에서 미리 돈을 다 찾고 국내선 터미널 쪽으로 걸어가다 구름다리를 건너 모노레일 나하공항역으로 갑니다. 역으로 가니 뜬금없게도 스이카의 마스코트 펭귄이 관광객을 맞이하는데 오키나와 대중교통 중에서는 이 모노레일만이 스이카를 비롯한 전국 상호 이용 교통카드를 쓸 수 있어서 스이삐가 팻말을 목에 걸고 서있나 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사용'만 할 수 있고 카드 충전은 제약이 많아서 승차권 발매기에서는 오키나와 지역 교통카드 OKICA 충전만 할 수 있고 스이카 등 다른 교통카드 충전은 편의점이나 개찰구 옆 간이 충전기를 이용해야 하니 주의하세요. 그나저나 오키나와에 오긴 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