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마우둔에서 나오니 슈리역으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서
골목길을 걸어 가까운 모노레일 역으로 가는데
어떤 집에 이게 있길래 잠시 멈춰 사진을 찍어봅니다.
오키나와 지역의 상상 속 동물 시사(シーサー)인데
한국으로 치면 해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사자입니다.
액운을 물리친다고 해서 집 앞에 한 쌍씩 뒀다고 하는데
이게 지금은 사라진 전통이 아닌 지금도 가정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통이라 흥미롭네요.
다시 발걸음을 재촉해 기보역에 도착해서
모노레일 열차를 타고
아사토역에 도착.
여기서 남쪽으로 10여 분을 걸어가야 하는데
사진으로는 감이 안 잡히지만 여긴 오키나와라서 조금만 걸어도 더워 미칠 것 같거든요.
수분 보충을 위해 편의점에 들렀는데
일본 본토 편의점에서는 보기 힘들어진 복숭아맛 이로하스를 팔고 있어 고민도 하지 않고 이걸로 삽니다.
이제는 정말 보기 쉬워진 한국 음식집을 지나
시사가 지키는 요기공원(与儀公園)에 도착했습니다.
만든 지 오래돼서 빛이 바랜 안내도를 지나 공원 안으로 들어가면
울타리로 둘러싼 증기기관차가 있습니다.
이 증기기관차는 원래 큐슈 미야자키현 일대를 달리던 기차인데요.
1972년 오키나와가 미국에서 일본으로 반환되면서 이런저런 행사가 있었는데
기차가 없는 오키나와에 사는 어린이들에게 기차를 선물하자는 취지로
1973년 야마다 타츠지로씨를 비롯한 일본 국철 직원 주도의 모금운동이 시작돼
이곳 요기공원에 증기기관차를 보관하게 됐습니다.
한국에도 기차가 없는 제주도에 사는 아이들을 위해 삼무공원에 증기기관차가 있는 것을 보면
사람 생각이 거기서 거기같기도 하네요.
다만 오키나와에 철도가 아예 없던 것은 아닌데
지금은 사라진 철도의 흔적을 찾아 요기공원을 떠나 다른 공원으로 이동합니다.
다음 목적지까지 걸어가자니 정말 고생할 것 같아
요기 십자로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려 446번 버스에 탑니다.
오키나와 시내버스는 지역 교통카드 OKICA만 쓸 수 있어서
스이카 등 전국 상호 이용 교통카드는 쓰지 못한다는 안내문이 교통카드 단말기에 붙어 있네요.
버스를 타고 짧게 이동해
츠보가와(壺川) 정류장에 하차.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츠보가와히가시공원(壺川東公園)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도 작은 기관차와 기관차였던 것 총 2대가 놓여 있는데
이 작은 디젤기관차는 오키나와 본섬에서 동쪽으로 36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미나미다이토섬(南大東島)에서 사탕수수를 운반하던 화물열차입니다.
디젤기관차 뒤에 화차처럼 생긴 이 물건도 원래는 기관차였는데
지금은 바퀴에 연결된 막대기를 통해 이게 증기기관차 하부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원래의 모습이 어땠는지는 이것만으로는 알 수가 없네요.
미나미다이토지마도 오키나와의 일부이긴 하지만
이 기관차가 오키나와 본섬을 달리던 것은 아닌데
왜 이 기관차가 여기 있는가 하니
츠보가와히가시공원이 있는 이 자리가 예전에는 기차역이 있던 곳이기 때문입니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기 전에는 경편철도라고 해서
정식 철도노선보다 규격을 간소화해 지은 철도가 오키나와 남부를 달렸는데
전쟁으로 인해 하나둘씩 운행이 중단되고 일부 구간은 선로를 뜯어가서 무기를 만드는데 썼거든요.
오래전 츠보가와역이 있던 공원 부지를 공사하다 땅속에 묻어있던 철길이 발굴돼서
오키나와를 달리던 철도를 기리는 의미에서
발굴한 선로를 활용하는 작은 공간을 만들었나 봅니다.
본격적으로 오키나와 철도 역사를 다루는 곳도 있는데
여기는 며칠 뒤에 가보기로 하고
녹슨 기관차를 뒤로 한채 공원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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