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이 오키나와에 진출한 게 2019년으로 상당히 늦었기에
시내에서 세븐은행 ATM 찾기가 어려울 테니
공항에 있는 세븐은행 ATM에서 미리 돈을 다 찾고
국내선 터미널 쪽으로 걸어가다
구름다리를 건너
모노레일 나하공항역으로 갑니다.
역으로 가니 뜬금없게도 스이카의 마스코트 펭귄이 관광객을 맞이하는데
오키나와 대중교통 중에서는 이 모노레일만이 스이카를 비롯한 전국 상호 이용 교통카드를 쓸 수 있어서
스이삐가 팻말을 목에 걸고 서있나 봅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사용'만 할 수 있고
카드 충전은 제약이 많아서
승차권 발매기에서는 오키나와 지역 교통카드 OKICA 충전만 할 수 있고
스이카 등 다른 교통카드 충전은 편의점이나 개찰구 옆 간이 충전기를 이용해야 하니 주의하세요.
그나저나 오키나와에 오긴 왔는데
도쿄나 오사카 근교처럼 대중교통이 잘 돼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칼같이 재기 어려워서
숙소와 렌터카만 미리 예약했을 뿐 구체적으로 어딜 어떻게 갈지 고민을 안 하고 그냥 왔거든요.
모노레일을 타러 왔으니 예전 종점이던 슈리역 근처에 있는
류큐 왕국의 옛 왕궁 슈리성을 다시 가보기로 하고
열차에 올라탑니다.
열차에 늦게 타는 바람에 자리를 잡는 데에는 실패.
moving monorail
모노레일 종점에서 열차를 타는 게 상당히 오랜만이라 레일이 움직이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고 출발.
운전석 바로 뒷자리에 앉은 여행객이
왼쪽 일행과는 태국어로, 오른쪽 일행과는 한국어로 대화하길래
어디서 오셨냐고 물었더니 부안에서 오셨다고 해서 괜히 놀라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
나하시의 중심지 아사히바시역이 되니 자리가 나서
자리에 앉아 편하게 이동하다
슈리역에 도착했습니다.
7년 전인 2016년에 왔을 때에는 슈리역이 종점이었는데
2019년에 모노레일이 나하시를 벗어나 옆동네 우라소에시까지 연장돼서 4개 역이 늘어났습니다.
그래도 낮에는 승객들이 대부분 슈리역에서 내리는 것 같네요.
저도 슈리역에 내리면서 아이폰에 넣은 모바일 이코카가 잘 되는지 찍어보고
화살표를 따라서
슈리성을 가야 하는데
화살표를 잘못 보고 걸어서
슈리성에 오긴 왔는데 정문 슈레이몬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왔네요.
슈리성의 후문 케이세이몬을 지나
예전에도 문을 막아뒀다는 비후쿠몬을 지나
사진에 보이는 길을 따라 성곽을 빙 돌아서
출구에 왔네요;;;
안내원에게 길을 물어 즈이센몬으로 올라가니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는 것으로 봐서 이제야 제대로 찾아온 것 같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유료 관람 구역인데
입장료는 성인 기준 400엔이고
모노레일 1일권/2일권을 가지고 있는 관광객이라면 320엔으로 단체요금을 받습니다.
의외로 신용카드 결제도 받아주네요.
호신몬이라는 이 빨간 문을 지나면 슈리성 정전으로 들어가는데
슈리성은 태평양전쟁 때 오키나와 전투로 완전히 불타버렸기에
1958년 슈레이몬 복원을 시작으로 오랜 기간 동안 복원공사를 진행해서
2019년 1월 모든 건물 복원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10월 31일
슈리성에 전기 합선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나서
정전을 비롯한 건물들이 또 사라졌습니다.
기적적으로 화재를 피한 대룡주(다이류츄)는
따로 전시실을 만들어서 관람객들에게 공개 중이지만
이것 외에 다른 보물들은 거의 대부분 소실되었기에
굳이 돈을 내고 슈리성 정전 흔적을 봐야 하나 고민을 했거든요.
그래도 7년 만에 슈리성에 다시 와봤으니
돈을 내고 정전 구역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지금까지 복원 공사를 진행하는 일본 문화재를 여럿 가봤는데
특이하게도 거의 모든 곳들이 복원하는 모습을 관람객들에게 거의 그대로 공개하고 있었습니다.
이곳 슈리성도 마찬가지인데
정전 복원을 위한 가건물 벽 한쪽을 투명하게 만들어서 외부에서 볼 수 있게 만드는가 하면
온갖 패널을 곳곳에 박아둬서
화재가 일으킨 참사와 이를 복구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삐딱하게 보자면 이런 거라도 보여줘야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것 같긴 한데...
일본은 문화재 복원 공사를 상당히 천천히 진행해서
정전이 복원되려면 또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할 것 같은데
아무튼 예전의 모습으로 다시 지은 정전을 두 눈으로 다시 보고 싶네요.
그때가 되면 다시 슈리성에 와보기로 하고
정전에서 나와
슈리성의 정문 슈레이몬을 지나
다음 여행지를 고민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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