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리성의 정문 슈레이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옥릉(玉陵)이라는 이름의 무덤이 있는데
일본어에서 릉(陵)은 료(りょう)라고 읽지만
여기는 오키나와니 오키나와어로 한자를 읽어 타마우둔(たまうどぅん)이라고 부릅니다.
どぅ라는 가나 표기는 일본어에서 거의 쓰지 않는 표기라
저도 아래 로마자 표기를 보고 어떻게 읽는지 알게 됐네요.
류쿠 왕국은 쇼씨 왕조가 다스리던 나라였는데
타마우둔은 2대 쇼씨 왕조의 가족묘로 지어진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매장을 하는 동아시아 다른 지역과는 다르게
오키나와에서는 풍장을 했는데
시신을 중앙에 있는 방에 두어 뼈가 드러날 때까지 수년 간 방치했다
뼈만 남으면 세골하고 유골함에 넣어
왕과 왕비, 세자, 세자비는 동쪽 방에, 그 외 가족은 서쪽 방에 넣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서도 오래전 옥저에서 이와 비슷한 골장제가 있었다고 하고
근대에 이르러서도 초장 또는 초분이라 해서 시신을 자연에 맡기는 문화가 있었다고 하지만
글로 보는 것과 집처럼 거대한 무덤을 직접 와서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르네요.
너무나 고요해서 걸을 때마다 바닥에 깔린 자갈이 움직이는 소리가 울리는 가족묘에서 나오면
작은 집이 나오는데요.
아가리노우반쥬(東の御番所)라는 이름이 붙은 이 집은
원래 제사를 지낼 때 왕이 잠시 대기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태평양 전쟁 때 이곳도 소실됐다 복원됐는데
지금은 타다미 위에 오래전 찍은 타마우둔 사진이나
발굴 과정을 담은 사진을 전시하는 장소로 활용하고 있네요.
여기까지 보고 타마우둔을 떠나려다
매표소 건물 지하에 전시실이 있다고 해서 아래로 내려갑니다.
해양국가답게 상당히 넓은 지역과 교류를 했다고 자랑하는 지도를 지나면
뼈를 보관한 여러 항아리가 나오는데요.
타마우둔 내부를 재연한 모형을 통해
이 항아리가 누구의 유골함이고 어디에 놓여있는지 제법 자세하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일본어를 못읽는 저 같은 외국인도
발굴 과정과 관련된 사진이 제법 많아서
흥미롭게 전시실을 관람했네요.
전시실 관람까지 마쳤으니 이제 정말로 타마우둔을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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