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좋던 여름날, 아침 일찍 마석역에 도착했습니다.
마석역 근처에 유명한 해장국집이 있긴 한데
아직은 국밥에 1만 원이나 하는 거금을 내기엔 조금 거부감이 있어서
적당히 역 근처에 있던 순댓국집에서 아침을 먹고
마석역 근처에 있는
흥선대원군묘로 갑니다.
마석역에서 흥선대원군묘까지 직선거리로는 가깝지만
무덤이 으레 그렇듯이 산 구석에 있어서 제법 길을 돌아갑니다.
중간중간 이정표가 세워져 있긴 한데 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는 것이 아니니
열심히 지도앱을 대조해가면서 걸어갑니다.
흥선대원군묘를 알리는 비석까지는 도착을 했는데
실제 무덤이 있는 곳까지는 아직도 한참을 걸어가야 하네요.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온갖 잡초가 발에 차이는 길을 걸으면서
대체 왜 내가 이 더운 날에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나 하며 후회도 하다
흥선대원군묘에 도착했습니다.
고종의 친아버지이자 고종을 대신해 10년 간 실권을 휘둘렀고
역사 교과서에도 제법 굵직하게 다루고 있는 그 사람의 무덤입니다.
원래는 고양군 공덕리에 무덤이 있었는데
파주군 대덕리를 거쳐 1966년에 이곳 마석으로 무덤을 옮겼다고 합니다.
흥원(興園)이라는 명칭도 있긴 한데 잘 안 쓰나 봅니다.
한때 왕 위에서 권력을 휘둘렀고,
권력을 잃은 뒤에도 끊임없이 권력을 차지하려고 온갖 사건에 개입했던 사람인데
그런 생전의 모습에 비해 무덤은 뭔가 초라해 보입니다.
무덤 주변 관리는 제법 잘 돼있는 것 같지만
무덤으로 오는 길은 잡초가 무성하고,
무덤 앞에 놓인 석물은 깨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생전이 어땠건 간에 결국 죽은 뒤에는 다 허망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흥선대원군묘 옆에는 잡초가 무성한 계단 위로 또 다른 석물이 보이는데
은신군, 낙천군, 흥친왕, 이종, 이청 등 흥선대원군 가계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비석이 여럿 놓여 있습니다.
납골묘처럼 보이는데 이청과 같이 아직 살아계신 분의 이름도 적혀 있네요.
오래 있을만한 곳은 아니니 무덤을 떠나 다시 험한 산길을 걸어
마석역으로 돌아갑니다.
P129. 천마산역 늦은 점심으로 흥주선비국밥 |
P130. 마석역 | P131. 대성리역 한국초콜릿연구소뮤지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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