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곡역에 오긴 왔는데,
경춘선 전철이 오는 금곡역이 아니라 무궁화호가 서던 옛 금곡역에 먼저 와봤습니다.
옛 경춘선 선로는 철길을 드러내고 자전거길로 활용하고 있는데
옛 금곡역 시설을 완전히 들어내지 않고 역명판 등을 남겨두고 있어 잠시 들렀습니다.
옛 역사는 어떤 교회가 사들여서 예배당으로 쓰고 있는데
역명판을 없애지 않고 그대로 달고 있네요.
옛 역사 구경은 이 정도로 하고 경춘선 전철 금곡역을 거쳐
역 근처에 있는 대표적인 관광지 홍유릉으로 갑니다.
홍릉은 고종과 명성황후 민씨가 묻힌 무덤이고
유릉은 순종과 순명효황후 민씨, 순정효황후 윤씨가 묻힌 무덤입니다.
둘을 합쳐서 홍유릉이라고 부릅니다.
이곳에는 홍릉과 유릉 외에도 영친왕, 의친왕, 덕혜옹주와 같은 여러 황실 가족들의 무덤이 있는데
시간 관계상 수많은 무덤을 모두 둘러보기는 어려울 것 같으니
홍릉과 유릉만 보고 나오겠습니다.
입장료로 1,000원을 내고
안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가면 홍릉이 나옵니다.
홍릉으로 가는 길에 있는 연지에 연잎이 가득하네요.
연잎 사이로 예쁜 연꽃도 피어 있어 잠시 멈추고 사진을 찍어봅니다.
다른 왕릉과 비교해서 더 커보이는 재실을 지나면
홍릉이 나오는데, 생김새를 보면 다른 왕릉과 확연히 다른 점이 눈에 띕니다.
홍살문을 지나 능침으로 가는 길을 여러 석물이 둘러싸고 있는데요.
이것은 고종이 대한제국을 건국하고 스스로를 황제로 삼았기에
왕릉이 아닌 황제릉 형식으로 무덤을 조성했기 때문입니다.
제사상이 놓여 있는 건물 역시
왕릉에 있는 정자(丁) 모양 정자각이 아닌 일자(一) 모양 일자각 침전으로 지었습니다.
이곳에 홍릉이 조성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제는 대한제국 황실을 이왕가로 격하하면서
이왕가에 대한 예법을 다룬 왕·공가궤범을 제정했는데
이 법에 따르면 고종의 무덤은 왕릉도 황릉도 아닌 일반 백성의 무덤이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동법제200조 왕·공족의 분영은 묘로 한다.)
어떻게든 고종 무덤을 황릉으로 만들고자 고민하다 나온 대책이
대한제국 병합 이전에 조성된 황릉을 옮겨 합장한다는 것이었고
청량리에 있던 명성황후의 무덤 홍릉을 남양주로 이장한 뒤
(옛 홍릉이 있던 자리가 지금의 홍릉수목원입니다.)
고종을 합장해 고종 무덤이 묘가 아닌 황릉이 될 수 있었습니다.
조선에서 왕이 승하한 뒤 먼저 죽은 왕비와 합장할 때에는
무덤 이름을 새로 지어서 붙여야 한 것 같은데,
조선이 망했으니 조선 왕실 예법은 휴지조각이 되었고
형식적으로는 명성황후의 무덤을 이장하는 형태로 무덤을 조성하는 것이었으니
홍릉이라는 이름이 그대로 남게 되었습니다.
능침 아래에는 여느 왕릉처럼 비각이 놓여 있는데
여기에 놓인 비석에는 대한 고종태황제홍릉 명성태황후부좌라고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일제는 대한제국을 병합하고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바꿔 불렀지만
비석에 적힌 대한이라는 국호만큼은 그대로 둔게 신기합니다.
홍릉 비각 근처에는 대한제국 황실 가문의 원과 묘가 모여 있는 곳으로 나가는 문이 있는데요.
앞서 말했듯이 시간 관계상 여기는 생략.
이제 반대편으로 걸어가 순종과 두 황후가 묻힌 유릉으로 갑니다.
유릉 역시 홍릉처럼 순종이 죽기 전에 먼저 조성됐던 무덤입니다.
순종이 대한제국 2대 황제로 즉위하기 전인 1904년 첫 번째 부인인 순명효황후 민씨가 사망하자
지금은 어린이대공원이 있는 자리에 안장했고
순종이 황제로 즉위하자 황태자비를 황후로 추존해 유릉이라고 이름붙였습니다.
(그래서 이 동네 이름이 능동입니다.)
순종이 사망한 뒤 유릉을 이곳으로 옮겨 합장했고
순종의 두 번째 부인인 순정효황후 윤씨가 1966년에 사망하자 여기에 같이 묻혔습니다.
특이하게 한 능침에 세 명을 함께 모셨는데,
조선왕릉 중에서는 유일한 동봉삼실 합장릉이라고 하네요.
두 황릉을 둘러보고 나서 홍릉·유릉 역사문화관에 들어가
두 황제의 생애,
그리고 두 황제의 사망으로 촉발된 3.1 운동과 6.10 만세운동에 대한 안내문을 보고 홍유릉에서 나왔습니다.
수도권 전철 여행기 | ||
P126. 사릉역 사릉에서 사능리를 거쳐 사릉역으로 |
P127. 금곡역 | P128. 평내호평역 2년 뒤 문이 열릴 궁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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