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양역 1번 출구로 나와
허준박물관으로 걸어갑니다.
가양역과 허준박물관 사이에
허준테마거리라는 길이 있어서
이런저런 조형물을 보다
허준박물관에 도착했습니다.
강서구 등촌동 일대(조선시대에는 양천현 파릉리)에서 허준이 태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그런지
등촌동 바로 옆인 가양동에 대한한의사협회 건물이 있고
그 옆에 강서구에서 세운 허준박물관이 있습니다.
입장료는 어른 1,000원 어린이 500원인데
근처에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을 같이 관람할 수 있는 통합권이 어른 1,300원 어린이 700원이길래
통합권으로 구매했습니다.
입장권을 사고 우선 허준기념실부터 들어가니
삼국시대 중국, 일본과의 의약서 교류부터 시작되는 한의학의 역사 연표에 대해 소개한 뒤
허준의 일생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을 바로잡는 표를 보여줍니다.
소설 동의보감, 드라마 허준 등의 다양한 매체 덕에 허준이 대중에게 잘 알려졌지만
한편으로는 스승 유의태, 스승 시신 해부 등 사실과 전혀 다른 내용이 사실인 양 알려지기도 했으니
이에 대한 내용이 상당히 앞에 놓여 있습니다.
허준은 여러 의서를 남겼는데
가장 잘 알려진, 그리고 최고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의서는 역시 동의보감입니다.
선조의 명으로 허준뿐만 아니라 여러 명의들이 공동으로 편찬작업에 참여했으니
엄밀히 말하자면 허준 개인의 책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 책이 허준의 책이라고 여겨지는 이유는
정유재란, 선조의 사망 등의 이유로 참가자들이 흩어지고 편찬작업이 미뤄지던 것을
허준이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목차 2권, 내경편 4권, 외경편 4권, 잡병편 11권, 탕액편 3권, 침구편 1권 총 25권으로 구성된 동의보감은
당시의 의학 지식을 총망라하고 조선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재 위주로 소개하며
특히 많은 약재 이름을 훈민정음(한글)로 부기해 약을 쓰기 편하게 했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예방 의학 및 공공 보건 서비스에 대한 선구적인 요소를 높이 사서
2009년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죠.
오늘날의 시각에서 동의보감을 바라보면 비판할 내용이 많지만
당시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뛰어난 작품이라는 것을 부정하긴 어려울 겁니다.
허준기념실에는 동의보감 저술에 대한 이야기 외에 허준의 일생에 관한 다른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선조의 어의가 되어 선조의 총애를 받은 모습을 알 수 있는데요.
의술은 물론 처세술까지 뛰어났는데,
임진왜란 당시 피난 가지 않고 조정에 남아 선조를 보필해 공을 인정받아
종1품 양평군 숭록대부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것이 대단한 이유가 단순히 높은 자리에 올라서가 아니라
허준은 서자 출신이라서 한품서용제라고 하는 승진 제한을 받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의관을 포함한 기술관직의 경우 정3품 자리까지만 오를 수 있었는데
허준은 그 한계를 뚫고 종1품 품계를 받았습니다.
말 그대로 왕이 아끼지 않았다면 저렇게 높은 자리에 오르지 못했겠죠.
선조가 사망하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귀양을 갔지만
얼마지나지않아 귀양에서 풀려나 광해군의 어의가 되어
동의보감 외에도 신찬벽온방, 벽역신방 등의 의서를 저술했고
사후에는 생전에 받지 못하고 보류된 정1품 양평부원군 보국승록대부에 추종됐습니다.
허준의 일생을 다룬 전시 공간 뒤에는
한의학에서 다루는 여러 약재들과
약재들을 보관, 가공하는 여러 의약기들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허준 사후에 등장한 의약기도 소개하고 있네요.
다른 전시실로 이동하니 내의원과 한의원에 대해 건물 모형을 통해 알려주고 있습니다.
조선시대 병원으로는 왕과 왕실 가족의 건강을 담당하는 내의원과
국가에서 백성들을 위해 한양에 설치한 혜민서, 활인서,
그리고 이들 시설만으로는 충분한 의료혜택을 제공하지 못하니 지방 곳곳에 등장한 약방이 있었는데
그중 일반 백성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방은
이들이 가장 많이 드나들었을 감영에 세웠다는 것을
경기감영도와 이 그림을 토대로 만든 건물 모형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전시실에 들어가니
세계의 약초 특별전이라고 해서
말 그대로 해외에서 오랫동안 대증요법으로 사용하던
다양한 약초들의 실물과 사진,
그리고 약초를 활용한 의약품이나 식품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건물 밖에는 약초원이라고 해서 동의보감에 실린 여러 약초들을 직접 볼 수 있는 작은 정원이 있습니다.
여기를 방문한 때가 10월이라 볼 게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 국화꽃이 예쁘게 폈네요.
이외에 다른 식물들을 둘러보다 허준박물관에서 나왔습니다.
바로 가양역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박물관 근처에 허가바위가 있네요.
허준의 본관 '양천 허씨'의 시조 허선문이 태어났다는 설화가 있는 허가바위를 둘러보고 역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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