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갑작스럽게 수원을 떠나 이사를 하게 돼서
마지막으로 일월저수지를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공원 동쪽 입구로 진입해 조금 지나면
수원수목원 조성 안내도가 세워져 있습니다.
일월저수지와 성균관대 사이 농지를 이용해서 수목원을 짓는다는 계획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는데요.
예전에 계획을 볼 때에는 2020년쯤 완공이라고 했었는데
이런 계획이 늘 그렇듯이 계획이 미뤄지고 미뤄지고 하며
아직 삽도 못 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올해부터는 뭔가 계획이 진척된 것인지
기존에 밭이 있던 자리에 경작 금지 경고 팻말이 세워지더니
경작지가 하나둘씩 잡초가 무성한 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감도에 그려진 그 모습을 볼 수 있기를.
조금 더 걷다 보면
야쿠르트 아줌마가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냥 지나쳤지만
모처럼 마지막으로 산책을 해보는 것이니 뭐라도 하나 사 보기로 했습니다.
다행히 카드 결제도 되네요.
이번에 산 요구르트는 쿠퍼스.
통 안에 알약이 들어 있어 처음 먹는 사람들을 여러모로 엿 먹이는 음료죠.
저는 오히려 그런 모습을 여럿 봐서
쿠퍼스는 처음 마셔보지만 다행히 요구르트를 흘리지 않고 마셨습니다.
맛은 참... 달고 씁니다.
야쿠르트 아줌마를 떠나 다리를 건너기 전에
성균관대에서 흘러나오는 물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큼지막한 물고기들을 보고
늘 걸어가던 흙길 대신 옆으로 새
올해 들어 거의 쓰일 일 없던 야외 공연장에 들러봅니다.
일월저수지 산책로를 절반쯤 걸으면 야생동물 보호 서식지가 나옵니다.
청개구리를 비롯해 여러 양서류와 파충류가 살고 있는 곳인데
밖에는 이렇게 서식지 안내도를 친절하게 세워두면서도
일반인들의 출입은 계속 막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안내문이 적혀 있는 것을 보면 뭔가 견학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같은데...
산책로를 걸으면서 호수를 너무 안 본 것 같아
새들이 많이 모여있는 곳 위주로 바라보면서
홀로 떨어져서 헤엄치는 물닭을 어떻게든 찍어보려고 노력하고
저수지 시설을 지나
겨울이 오기 전 마저 꽃구경을 한 뒤
산책을 마쳤습니다.
집 앞에 있으니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여유를 부리다
동네 곳곳을 돌아본다는 처음의 계획이 이렇게 흐지부지 돼버렸습니다.
좀 많이 아쉽네요.
그래도 부모님은 계속 이 동네에 살고 저만 나오는 것이니
나중이라도 여건이 되면 이 동네 주변을 둘러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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