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철도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 안습함에 눈물을 흘리는 쵸시 전기철도를 타러 쵸시역에 왔습니다.
쵸시 전기철도 쵸시역은 단독 역사 없이 JR 동일본 쵸시역 3번 승강장에서 이어진 곳에 간이역을 지었는데,
일단 외관부터 관리가 안 된다는 느낌이 확 옵니다.
건물 위 풍차였던 것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회전체가 보이는군요.
이 열차는 2015년 9월 쵸시 전기철도에 새로 들어온 열차인데, 이 열차의 내력을 말하자면,
먼 옛날 케이오 전철에서 운행하던 열차를 저 멀리 시코쿠에 있는 이요 전철이 1989년 중고로 사간 뒤
이걸 쵸시 전철이 다시 중고로 사왔습니다.
이쯤 되면 이 회사, 보통 가난한 회사가 아니라는 게 느껴집니다.
열차에 탄 뒤 차장에게 1일승차권을 샀습니다.
차량 곳곳에는 캐릭터를 활용한 안내문이나 광고가 붙어있습니다.
지하철에서도 만화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곳이 일본입니다만
위의 사진에 찍힌 캐릭터는 지방 영세 회사들이 승객을 모으기 위해 필사적으로 벌이는 마케팅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1일 승차권 뒷면에도 캐릭터가 그려져 있죠.
참고로 저 캐릭터 이름은 토카와 츠쿠시입니다.
철도 회사들을 의인화시킨 '철도 무스메' 시리즈의 일환으로 열심히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죠.
쵸시역 다음에 도착하는 역은 나카노쵸역입니다.
쵸시 전기철도 차량기지가 있는 곳인데
보통 차량기지는 특별 이벤트를 통해 관람할 수 있습니다만 여긴 150엔만 내면 관람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종착역 바로 전 역인 이누보역에 내렸습니다.
쵸시역도 그렇고 이누보역도 그렇고 회사, 지역 이미지에 맞지 않게 유럽풍 건물로 지어놨는데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습니다.
쵸시 전기철도가 이렇게까지 가난한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지방 사철이라 수요가 거의 없는 것도 한몫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전 사장이 공금을 횡령했다 구속됐기 때문입니다.
전 사장은 본업이 건설업이라 일감 몰아주기를 위해 쵸시 전기철도 역사 공사를 본인 건설회사에 맏겼죠.
기왕이면 돈이 많이 들어가게 유럽풍으로 지은 것이고요.
그 결과 건물 관리할 돈은커녕 열차 유지 보수도 어려워
열차를 고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지역 명물 간장 전병을 파는가 하면
성인 손바닥만 한 크기의 붕어빵을 팔아 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붕어빵은 2017년 3월 판매 종료)
이게 이누보역에서 파는 간장 전병(ぬれ煎餅, 직역하면 젖은 전병)입니다.
쵸시 전기철도 전 구간을 왕복하면 680엔이지만
1일권에는 전병 교환 쿠폰이 있어 이누보역에서 간장 전병을 먹으면 1일 승차권이 이득이죠.
다만 맛은 겁나 짭니다.......
이누보역에서 10여 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이누보사키 등대로 이동했습니다.
이누보사키는 일본 간토 지역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데다 혼슈에서 가장 해가 빨리 뜨는 곳인지라
해돋이 시즌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온다는 지역입니다만, 지금은 정말 한산하더군요.
입장권을 사서 안으로 들어가봅니다.
1974년 세워진 등대다 보니 엘리베이터 없이 100여 개가 넘는 계단을 죽어라 올라가야 합니다.
처음에는 패기 있게 두 칸씩 걸어 올라갔습니다만 60계단쯤 지나니 다리가 아파지더군요.
툭 튀어나온 곳에 지어진 등대다 보니 상당히 넓은 시야에서 바다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파노라마를 찍어봤는데, 바다만 보면 그럴듯합니다만 손이 엄청 흔들려 펜스가 엿가락처럼 휘었네요.
등대 1층은 간단한 전시물과 함께 등대 역사에 대해 소개하고 있지만 저는 일본어를 읽을 줄 모르니 패스.
전시관에는 등대 근처 수족관 할인쿠폰이 있습니다만 여기를 방문할 시간이 없어 여기도 패스.
쵸시 전기철도 종착역인 타카와역으로 가는 길에 찍어본 모습입니다.
전형적인 농촌 모습을 보이고 있죠.
그래서 똥 냄새가 장난 아닙니다;;;;;;
쭉 가다보니 철길이 보입니다. 사진으로만 봐도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는 게 보이죠.
그래서 열차를 타면 엄청 덜컹거립니다.
토카와역 옆에는 예전에 운행하던 801호 전동차가 있습니다만
관리를 전혀 안한 채 창고로 쓰고 있습니다;;;;;
열차 운행을 위해 뭐든지 팔아야 하는 회사라서
앞서 말했던 토카와 츠쿠시를 이용한 캐릭터 상품을 열심히 팔고 있습니다.
사진에 찍힌 상품은 토카와 츠쿠시 2016년 생일 기념승차권이죠.
실제 열차 탑승도 가능하지만, 과연 이걸 사용하는 사람이 있을는지?
저도 토카와역 방문 기념으로 하나 샀습니다.
쵸시역으로 돌아갈 열차가 도착했습니다.
참고로 이 열차 역시 케이오 - 이요 철도를 거쳐 여기로 온 열차인데 1960년대 제작된 열차입니다.......
어마어마하게 낡았지만 아직은 굴러다니네요.
쵸시역에 도착해 소부 본선 각역정차 열차로 갈아타 치바로 향합니다.
열차 객실 중 1, 4호차는 일부 좌석이 박스 시트입니다.
너무나 인체공학적이라 앉으면 엄청 불편하더군요.
오사카에서 탔던 JR 서일본 열차들이 참 그립습니다.
치바로 가던 도중 잠깐 찍은 역 간판입니다.
우즈마키 '나루토', '휴우가' 히나타가 나란히 붙어있는 곳이죠.
치바역에 도착한 뒤, 도쿄역까지 이동할 때 보다 편하게 가보고자 그린샤 좌석에 앉아 이동했습니다.
'일본여행(상세) > 2016.08.30 동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23. 겐비신칸센 (0) | 2017.04.23 |
---|---|
22. 스이바라역 (0) | 2017.04.23 |
21. 안노 모요코전 - STRIP! (0) | 2017.04.23 |
20. 미타카의 숲 지브리 미술관 (0) | 2017.04.23 |
18. 간토의 끝으로 (0) | 2017.04.22 |
17. J 월드 도쿄 (0) | 2017.04.22 |
16. 지브리 대박람회 ~나우시카부터 최신작 [레드 터틀]까지~ (0) | 2017.04.22 |
15. 지하철박물관 (0) | 2017.04.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