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도 신나게 달려
대금굴과 환선굴이 있는 삼척 대이리 동굴지대에 왔습니다.
두 동굴 모두 모노레일을 타고 접근할 수 있는데
대금굴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못 보는 곳이라서
이날은 환선굴만 보고 가기로 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4,500원.
갈림길을 지나
오르막길을 오르면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지 등산길을 걸어 올라갈지 선택해야 하는데요.
저 안내판만 보면 모노레일을 안 타는 게 바보 같지만
모노레일 승차권 가격이 왕복 7,000원이라 잠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아무튼 승차권을 사서 승강장으로 올라가니
하필이면 반대편 전동차가 먼저 오네요.
한참을 기다려 모노레일에 올라타
편안하게 산 구경을 하면서
10여 분을 올라가
환선굴에 도착했습니다.
내부를 한 바퀴 도는 탐방로를 따라 걸으면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릴 정도로
환선굴 개방 구간은 상당히 넓은데요.
그만큼 볼게 많지만 다 찾아보기는 힘드니
안내도에 실린 곳 위주로 둘러보겠습니다.
온갖 석회동굴 생성물과 동식물들이 살아 만물상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을 시작으로
사람을 닮아 미녀상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석을 지나면
돌을 뚫고 흐르는 지하수가
동굴 곳곳을 휘감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 지하수 덕에 동굴 내부는 온통 습기로 가득하고
기온은 바깥보다 못해도 10도 이상 낮아 쌀쌀하네요.
인제 서킷을 달리면서 챙긴 팔토시를 들고 와서 참 다행입니다.
이어서 꿈의 궁전으로 들어와
흐르는 물을 따라 자라는 작은 유석을 보고
도깨비방망이라는 이름이 붙은 대형 종유석 아래로
굳이 한반도 모양으로 만든 LED길을 찍은 뒤
누가 봐도 악어처럼 보이는 악어상을 지나
길을 막고 있는 생명의 샘에서 발길을 돌려
미묘하게 하트를 닮은 구멍을 보고
악마의 발톱이라는 기괴한 이름이 붙은 유석과
한 술 더 떠 지옥계곡이라는 이름을 붙인 곳에 놓인 지옥교를 지나
참회의 다리를 건너면서
대체 왜 이름을 이런 식으로 지었나 하면서 구시렁대다가도
다리 아래를 보곤 괜히 납득하고 지나갑니다.
별다른 이름이 붙지 않은 무지개다리를 건너
휴석소에 도착하면
이제 입구까지 절반쯤 남았습니다.
아까 본 한반도 LED길로 내려가
천장에서 떨어진 물이 만든 멋진 옥좌대를 찍고
작은 호수 건너편에 있는 작은 마리아상을 간신히 알아보고 찍은 뒤
옥좌대만큼 특이한 논두렁 무늬가 나타나는 휴석군을 지나면
뜬금없이 인형 둘이 놓여 있습니다.
환선굴의 이름과 관련된 전설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하나는 선녀가 환생한 곳이라는 뜻에서 환선굴이라고 하고
다른 하나는 스님이 신선이 된 곳이라고 해서 환선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 인형은 신선과 관련된 전설을 보여주는 인형이네요.
성벽을 닮아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을 붙인 돌을 지나면
누가 봐도 이질감이 심한 돌이 나옵니다.
원래는 용머리 모양 석순이 있었는데
이걸 훔쳐 도망가던 도둑이 갑자기 벼락을 맞아 죽었다는 전설이 있어
이 전설을 설명하고자 머리 부분만 복원했다고 하는데
이렇게 티가 나게 복원할 거면 차라리 하지 말지...
용머리와는 다르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 훨씬 자연스러운 사자상을 마지막으로
환선굴에서 나왔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집니다.
일단 모노레일을 타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는데
여기서 주차장까지 내려가는 게 문제네요.
갑작스러운 대목을 맞아 비닐 우의를 불티나게 파는 매점으로 달려가
집 근처에서 살 때보다 몇 배는 되는 돈을 주고 우의를 산 뒤
다음날 울진으로 넘어가려던 일정까지 모조리 취소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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