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대탈출, 스위트홈 등 각종 예능이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한 회현시범아파트.
1960년대 김현옥 서울시장 주도로 지은 시민아파트가 부실공사로 숱한 논란을 일으키고
와우 시민아파트 붕괴사고라는 대참사가 발생하자
김현옥 시장이 사퇴하고 남은 시민아파트 사업이 취소되는데
회현동에 짓고 있던 이 아파트는 부실공사 수습이 어느 정도 가능해서
시민아파트 이후 추진되던 시범아파트 사업에 편입해 1970년 완공했습니다.
회현시범아파트는 70년대 당시에는 고층인 10층으로 지었지만
공사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는지 엘리베이터가 없는데요.
고층 입주자들의 이동 불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6층에 산 중턱을 잇는 구름다리를 지었고
이 구름다리는 회현시범아파트를 다른 아파트와 구분 짓는 가장 큰 특징이 되었습니다.
다른 시민아파트에 비해 훨씬 튼튼하게 지었다지만
지어진지 50년이 넘은 아파트라서 안전과 관련된 경고문이 아파트 곳곳에 붙어 있는데
이 구름다리도 안전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었는지
무거운 짐을 옮길 때 주의하라는 경고문이 있네요.
오랫동안 아파트 철거 논의가 있어왔던 곳이고
많은 주민들이 이곳을 떠났지만
여전히 여러 주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이고
관리인도 꾸준히 아파트 단지를 관리하고 있어
전반적으로 낡긴 했지만 사람 사는 느낌은 납니다.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도 같이 사는지
고양이 한 마리가 식사를 방해받아 매우 언짢은 듯이 저를 바라보네요.
주민들의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외부인이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아파트 관리인의 허락을 받고 현관에서 복도를 사진으로 남기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70년대 아파트 건축양식을 간직한 아파트이자
대참사 이후의 반성을 담은 곳이라는 의의가 있지만
노후로 인한 위험을 외면할 수 없으니 이곳을 어떻게 다룰지에 대한 논의가 수십 년간 지속됐습니다.
2016년에는 리모델링을 거쳐 청년 사업가나 예술가를 위한 주택으로 탈바꿈하겠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그 뒤로 서울시장이 바뀌었으니 이 아파트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요.
어떤 결정이 나든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 될 테니
현재의 모습을 몇 장이나마 사진으로 담아봤습니다.
아파트 방문을 마치고 언덕길을 올라
마뫼라는 작은 카페에 들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테라스에서 시범아파트를 다시 바라보면서
이날 개판으로 찍은 사진을 간단히 정리해보고
남산을 떠나
진짜 원조 남산돈가스집 대신
오랜만에 남대문시장 갈치골목에 있는 닭진미에 들렀습니다.
아쉽게도 '껍질' 닭곰탕이 품절이라
일반 닭곰탕을 주문해 조금 늦은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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