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망스카 뮤지엄이 있는 에비나역에는 오다큐 오다와라선 외에도 여러 노선이 지나가는데
그중 사가미 철도, 줄여서 소테츠라고 부르는 사철 노선도 있습니다.
비즈니스 호텔 체인인 소테츠 프레사 인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회사기도 해서
이름 자체는 외국인 여행객에게 친숙할 것 같기도 한데
철도 자체만 보면 여행객과 접점이 거의 없던 회사입니다.
소테츠가 운영하는 철도 노선은 도쿄가 아닌 요코하마역에서 에비나역, 쇼난다이역을 잇는 통근용 노선이고
전체 노선 길이도 40km가 채 안돼 일본 내 대형 사철 중 가장 짧은 노선망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이제 와서 새로 노선을 길게 짓자니 그럴 여력이 안 돼서
도쿄로 가는 다른 회사 노선과 적극적으로 직통 운행을 시도해
2023년 그 결실을 이뤄 소테츠 열차로 갈 수 있는 노선이 이렇게 방대해졌습니다.
하도 방대해져서 행선지가 상당히 늘어나
카와고에행과 카와고에시행이라는 행선지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곳으로 가는 열차가 오는가 하면
분명 이케부쿠로역으로 가는 열차인데 하나는 JR 이케부쿠로역으로 가고 다른 하나는 지하철 이케부쿠로역으로 가는 등
기존에 소테츠를 이용하던 사람 입장에서는 머릿속만 복잡해진 것 같지만.
아무튼 저는 숙소가 요코하마에 있으니
에비나역에서 전혀 쾌속 같지 않은 쾌속 열차를 타고
요코하마역에 내려
역 밖으로 나가니
앞서 언급한 소테츠와 다른 회사와의 직통 운행을 홍보하는 광고가 걸려 있네요.
그나저나 오다기리 조가 아버지 역할을 할 나이가 된걸 보니 괜히 씁쓸해집니다.
이날 묵은 숙소는 캡슐 플러스 요코하마 사우나 앤 캡슐.
요코하마역에서 가깝긴 한데 그 요코하마역이 JR도 토큐도 아닌 요코하마 시영 지하철이라
따지고 보면 요코하마역에서 조금 애매한 거리에 있는 곳입니다.
캡슐 치고는 시설이 꽤나 좋은 편이지만 그래봐야 캡슐이죠.
돈을 좀 더 내서 위아래 같이 쓰는 캡슐이 아닌 혼자 쓰고 개인 공간도 있는 캡슐을 예약했지만
이날도 관짝 같은 침대에서 잡니다.
그래도 사우나도 같이 있는 목욕탕은 아주 마음에 드네요.
이제 저녁 여행을 떠날 차례인데
멍청하게 전날 하네다 공항에서 받았던 일본 유심을 개통도 하기 전에 잃어버려서
잠시 시간을 내서 다시 하네다 공항으로 가 유심을 다시 샀습니다.
그나마 그레이터 도쿄 패스를 쓰고 있으니 교통비가 더 들지는 않았네요.
이번에는 유심을 잃어버리지 않게 여권 지갑에 잘 넣고
승객으로 가득 찬 열차를 타고 다시 요코하마로 돌아가
요코하마 시영 지하철 블루라인으로 갈아탑니다.
개찰구 근처 역무실을 보니 작년에 요코하마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경로패스(敬老パス) 안내가 붙어 있네요.
한국에서 65세 이상 노인에게 무임승차를 제공하듯이
일본에서도 일부 지자체에서는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를 주는데
요코하마시에서는 70세 이상 노인에게 경로패스를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요코하마시에서 경로패스를 종이에서 IC카드로 바꿨거든요.
IC카드로 바꿨으니 당연히 사람들이 개찰구를 지날 때 찍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이 카드가 스이카 등 교통카드와 호환이 되는 카드가 아니라서
기껏 IC카드로 바꿨더니 개찰구를 통과할 수가 없습니다.
오류만 나면 다행인데 보통 사람들이 지갑에 경로패스와 교통카드를 같이 들고 다니니
분명 이 사람은 지하철을 무료로 탈 수 있는 사람임에도 교통카드에서 요금이 빠져나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
역무실에서 실랑이가 자주 벌어졌다고 하네요.
그럼 대체 경로패스를 어떻게 쓰는가 하니
개찰구 옆 역무실에 달린 이 단말기에 경로패스를 찍고 지나가는 겁니다.
요코하마시에서는 경로패스를 IC카드로 바꾼 이유가
이용 실적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보조금을 주기 위해서지
경로패스 이용자들 편하라고 만든 것이 아니라는 환장할 답변만 내놓아서 이래저래 욕을 많이 먹었는데
이 정책이 지금까지 쭉 이어지고 있나 보네요.
오사카시나 나고야시 사례를 보면 교통카드에 경로패스를 넣는 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아무튼 지하철을 타고
사쿠라기쵸역에 내린 뒤
JR 사쿠라기쵸역을 통과해
요코하마 에어 캐빈을 타러 갑니다.
작년에 도쿄 패키지 여행을 가면서 요코하마 차이나타운을 떠날 때 스쳐가듯이 본 로프웨이인데
제가 이런 건 비싸도 타보는 주의라서 타보기로 했습니다.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라서 여유 있게 탈 수 있는데
일본에서 정말 오랜만에 다른 신용카드는 받아도 JCB는 안 받는 곳을 보네요.
그래서 애플페이로 결제를 하고
편도권 티켓을 받아
한국에서 유행하는 크리스탈 캐빈이니 일반 캐빈이니 하는 구분 없이 오는 로프웨이에 올라탑니다.
로프웨이가 움직이는 동안 할 거라곤 바깥을 구경하는 것밖에 없으니
열심히 고개를 움직여 주변을 둘러보자면
우선 한동안 일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던 요코하마 랜드마크 타워가 보이고
폐선된 철길을 산책로로 재활용한 키샤미치(汽車道, 기차도)도 보입니다.
고개를 뒤로 돌려 사쿠라기쵸역을 돌아보니 아쉽게도 네기시선 열차는 보이지 않네요.
호수 같은 바다를 건너 종착역이 가까워지면
요코하마 월드 포터스와
요코하마 코스모월드가 보입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에는 다 가보려고 했던 곳들인데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다 보니 키샤미치 빼고는 다 못 가게 돼서
아쉬운 대로 사진만 잔뜩 찍고
로프웨이에서 내려
운가파크 일대를 걸으며
불이 들어온 아카렌가 창고를 지나
미나토미라이 일대의 야경을 조금 더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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