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사쿠라기쵸역에서 로프웨이를 타고 떠났지만
도로 사쿠라기쵸역 코앞인 비샤미치역까지 걸어와 버스를 탑니다.
일본을 수도 없이 와봤지만 철도와는 달리 버스는 그때그때 확인해서 타기 어려운데
그나마 애플 지도가 일본 시내버스 정보가 충실한 편이라 예전보다는 낫네요.
애플 지도가 알려준대로 비샤미치에키마에 정류장에서
제가 타야할 요코하마 시영버스 26번 노선과 시간표를 다시 확인하고
길이 막혀 시간표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타
요코하마 인형의 집 앞(요코하마닌교노이에마에) 정류장에 내립니다.
정류장에 내린 뒤에 알게 된 건데
바로 전 정류장인 마린타워 앞(마린타워마에) 정류장에서 내리는 게 더 나았네요;;;
아무튼 마린타워를 지나
야마시타 공원을 가로질러
1930년대 국제 여객선으로 썼다는 일본우선 히카와마루를 잠시 구경하고
저 멀리 커다란 건담이 보이는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로 갑니다.
이곳은 2020년 기동전사 건담 40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1 사이즈의 움직이는 건담을 설치한 곳입니다.
원래는 2022년 3월 31일까지 전시할 예정이었는데 2023년 3월 31일까지 연장되더니
코로나로 인해 방일 외국인들이 오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다시 전시 기간을 1년 연장했네요.
입장권은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입장권과
건담 독 타워로 올라갈 수 있는 입장권으로 구분되는데
입장권도 그렇지만 특히 독 타워 입장권은 값어치를 못한다는 평이 많긴 합니다.
그래도 눈높이에서 건담 얼굴을 보고자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 입장권에 건담 독 타워 입장권까지 총 4,950엔을 주고 미리 예약했습니다.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주력 기체 RX-78-2 건담의 설정 상 크기는 18M인데
그 크기를 반영해서 1:1 사이즈로 만든 건담과 건담을 둘러싼 독을 보니
오다이바에서 유니콘 건담을 볼 때와는 다른 전율이 느껴집니다.
지상에서 눈높이로 보이는 부분이 고작 발 뿐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네요.
이곳에 놓인 건담은 RX-78F00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기동전사 건담의 주인공 아무로 레이가 몰던 건담은
1년 전쟁 때 벌어진 아 바오아 쿠 전투에서 소실되었지만
어째선지 지구연방 극동아시아지구 시설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 근처에서
이전의 기록을 알 수 없는 RX-78 타입 부품이 대량으로 발견돼
기술자와 연구진들이 요코하마에 모여 모빌슈트를 재구성하고
RX-78F00 건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설정입니다.
이름 옆에 붙은 HMT는 High Mobility Type의 약자라고 하네요.
MSV를 통해 수년간의 단련을 거쳐 이제는 그러려니 하게 된 배경설정을 찾아보고 나서
건담 독 타워 입장용 QR코드를 체크한 뒤
우선 6층으로 올라가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독을 따라 걸어
우선 눈높이에서 건담을 바라보고
시선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그 거대한 위용을 감상합니다.
잠시 후 건담 주변에 조명이 켜지더니 음악이 나오고 저 거대한 건담이 움직이기 시작하는데요.
Gundam Factory Yokohama(1)
콕핏과 연결되는 다리를 치우고 앞으로 나아간 건담은
Gundam Factory Yokohama(2)
팔과 다리를 조금씩 움직이더니
Gundam Factory Yokohama(3)
가동 범위를 더욱 넓혀 무릎을 굽히고 자리에 앉습니다.
자리에 앉은 건담은 한동안 이 자세룰 유지한 채로 멈춰있는데요.
그러는 사이 저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내려갑니다.
1층 아래로 내려와
무릎을 구부린 건담을 조금 더 자세히 구경하니 좋긴 한데
계속 건담 뒷모습만 보니 조금 아쉽긴 합니다.
건담을 둘러싼 독을 보다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은 좋지만
슬슬 바닷바람도 거세지다 보니
언제까지 위에서 있어야 하는가 하는 불만도 조금씩 생겨나는데요.
그럴 즈음 다시 음악이 들리더니
Gundam Factory Yokohama(4)
건담이 다시 대지에 서서 제 자리로 돌아갑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본 것처럼 격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는 사람도 있지만
저에게는 조금 불만은 있을지언정 충분히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다시 독으로 들어간 건담을 보고 내려와
정신없이 조명이 깜빡거리는 건담을 봅니다.
여기에 있는 이 건담과 같은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건프라를
바로 옆에 있는 건담베이스에서 팔고 있는데
건프라를 안 만든지 10년이 넘었지만
그래도 하나 살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이제야 드네요.
슬슬 건담 팩토리 요코하마가 문을 닫을 시간이 돼서
출입구에 붙은 건담의 아버지 토미노 요시유키의 인사말은 사진으로 남겨 천천히 읽어보기로 하고
다시 야마시타 공원으로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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