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여행 때와 비교하자면 지각이나 다름없는 7시 반에 일어나
체크아웃을 마치고
어제 밤 기싸움을 한 고양이에게도 안녕 인사를 보내고
숙소 근처에 있는 21세기의 숲 공원(21世紀の森公園)에 잠시 들러
아침이라 그런건지 구름때문에 그런건지 그다지 볼품없어보이는 바다를 보며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해봅니다.
나고시에서 고속도로로 가기 전에 있는 국도 휴게소에 가면
뭔가 볼거리나 먹을거리가 있을까 했는데
휴게소 건물 안에는 정말 쉴 공간만 있어서 바다만 바라보다 나와
고속도로 대신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달려
만자모(万座毛)라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코끼리를 닮은 지형으로 유명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그다지 볼게 많은 곳은 아니라 일부러 찾아오기엔 좀 애매한 곳인데
오키나와 관광지 중에서는 제법 이른 시간인 8시에 문을 열기도 하고
입장료가 100엔으로 상당히 저렴하니
나하시로 가는 도중 잠시 시간을 내서 보면 괜찮겠다 싶어 차를 몰고 왔습니다.
티켓 자판기에는 현금만 넣을 수 있는 것 같은데
유인 카운터에서는 별의별 결제수단을 지원하고 있어서
이코카로 100엔을 내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만자모라는 이름은 류큐 왕국 13대 왕 쇼케이가
이곳에 와서 만 명이 앉기에도 충분한 들판이다라고 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한다고 하니
만자모의 관람 포인트는 코끼리를 닮은 지형보다는 이 넓게 펼쳐진 들판이겠죠.
울타리가 들판을 둘러싸고 있어 들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못하지만
들판 옆 길에 잠시 서서 바닷바람을 쐬며 파도가 내는 소리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아집니다.
물론 관광지를 대표하는 사진도 하나 찍어야겠죠.
산책로가 길지 않아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출구가 가까워져
고개를 좌우로 돌려 이것저것 사진을 좀더 찍고
나왔던 곳으로 되돌아가
또다시 다음 목적지를 고민합니다.
ps. 만자모 매표소 건물 곳곳에 메카고지라 관련 물건이 있어서 이게 왜 여기 있나 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1974년작 고지라 대 메카고지라의 배경이 오키나와라서 그런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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