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 이틀 전에 여행 일정을 급하게 수정해서
아침 일찍 야마나시현을 짧게 찍고 가려고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타치카와역으로 갑니다.
이른 아침이지만 행선지판에는 이미 열차로 빽빽한데
제가 탈 열차는 타치카와역에서 서쪽으로 더 가는 츄오선 열차.
일반적으로는 츄오선 열차가 타카오역까지만 가는데
몇몇 시간대에는 타카오역을 넘어
노선도에는 파란색 선으로 표시되는 오츠키역(大月駅)까지 가기도 합니다.
이용객이 적다 보니 승객이 직접 문 옆 버튼을 눌러 문을 여는 역을 지나
종착역 오츠키역에 도착.
츄오 본선은 여기서 서쪽으로 더 이어져 나고야까지 가지만
저는 여기서 후지산로쿠 전기철도, 줄여서 후지큐로 부르는 사철로 갈아타도록 하죠.
후지큐는 오츠키역에서 카와구치코역까지를 잇는 철도를 운행하고 있는데
연선에 후지산, 후지큐하이랜드 등의 관광지가 있어 관광객도 제법 많이 이용하는 노선입니다.
즉 관광지 가격이 운임에 그대로 반영된 듯이 비싸
오츠키역에서 카와구치코역까지 27km 이동하는데 1,170엔을 내야 하거든요.
그러니 도쿄에서 온다면 꼭 교통비와 교통패스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저도 가격 인상 전 도쿄 와이드 패스를 사서 개찰구를 통과.
승강장에 대기 중인 열차를 보니
뜬금없게도 스위스 국기와 마터호른 고트하르트 철도 사진이 붙어 있네요.
열차 문을 열면서 보니
후지급행과 스위스 산악철도 회사가 자매결연을 맺은지 30년이 되는 해인 2021년에
이걸 기념하는 래핑을 새로 한 것 같습니다.
바로 옆에는 왠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도배가 된 열차가 있는데
찾아보니 문호 스트레이독스라는 작품이 후지큐 하이랜드와 콜라보를 한 것 같네요.
소나기가 내리는 동안 단선 철길을 달린 열차는
시모요시다역에 도착한 뒤
반대편에서 오던 열차와 교행하고 카와구치코로.
시모요시다역의 부역명은 아라쿠라야마센겐공원이라는 긴 이름인데
이 공원은 후지산과 함께 찍히는 충령탑(忠霊塔, 츄레이토)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벚꽃은 진작에 사라졌지만 후지산은 그대로 있으니
화살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걸어
충령탑이 있는 산으로 올라갑니다.
충령탑으로 오르는 계단에 아라쿠라야마 센겐 신사의 토리이가 있길래
잠시 옆으로 빠져 신사 구경을 하고
다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
충령탑에 도착했습니다.
충렬탑 바로 뒤에 전망대가 있는데요.
전망대로 올라가 바로 앞을 보니
구름이 걷히면서 후지산이 모습을 드러내네요.
후지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눈으로 뒤덮인 산이다 보니
후지산에 쌓인 눈이 만년설인줄 알고 있는 분들도 있고
저도 종종 실수해서 만년설이라고 잘못 적기도 하는데
후지산에 쌓인 눈은 여름철인 6~8월에는 위의 모습처럼 녹아내립니다.
벚꽃도 없고 눈도 없는 경치라서 조금 아쉽긴 하지만
구름이 걷히는 모습을 보며 이날 여행이 잘 되겠지 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목표로 했던 경치를 충분히 감상했으니
다시 시모요시다역으로 돌아가야겠죠.
언젠가 이 모습을 다시 보러 와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내려갈 때에는 계단이 아닌
차가 다니는 비탈길을 걸어 내려와
이제는 더이상 운행하지 않고 선두차만 보존 중인 열차를 보면서
시모요시다역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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