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코마가와역으로 돌아와서 주변을 둘러보니 조금 어수선한데
안내문을 보니 개찰구를 지나지 않는 자유 통로를 만들면서 역사를 새로 지으려고 울타리를 크게 쳤습니다.
2024년 중 공사가 끝날 예정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바뀔지 궁금하네요.
다음 목적지는 카와고에라서
타카츠키역에서 온 하치코선 열차가 아닌
코마가와역부터 카와고에선을 달리는 열차를 타고
30분쯤 달려 카와고에역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옆에는 토부 철도 카와고에역이 있는데
JR 열차를 타고 카와고에로 가려면 상당히 돌아가야 해서
아마 대다수 관광객이라면 이케부쿠로역에서 토부 토죠선 열차를 타고 카와고에로 올 것 같네요.
카와고에를 찾는 관광객이라면 대부분 오래된 건물들이 모여 있는 창고 거리(蔵のまち)를 찾을 테니
시내버스 안내 화면에도 행선지와 함께 어디를 경유하는지 여러 언어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카와고에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16시 08분에 출발한다는 川越01번 버스를 타고
이치방가이(一番街, 일번가) 정류장에 내려 조금 걸으면
카와고에시의 얼굴마담 토키노카네(時の鐘)가 나옵니다.
1600년대 시간을 알리기 위해 종을 쳤다는 토키노카네는
목조건물이다 보니 여러 번 소실됐다 복원됐는데
지금 있는 건물은 1893년 카와고에 대화재 때 소실됐다 복원된 건물이라고 하네요.
시계탑을 벗어나 거리로 나서면
쿠라즈쿠리노마치나미(蔵造りの町並み)라고 부르는 창고거리가 이어집니다.
한눈에 봐도 오래돼보이는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데
대부분은 일본에서 에도 시대라고 부르는 1600~1800년대 사이의 건축 양식으로 지은 건물들입니다.
도쿄는 전쟁으로 인한 대공습으로 오래된 건물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반면
카와고에는 앞서 언급한 대화재로 피해를 입었지만 과거 에도 시대의 분위기가 나는 건물이 여럿 있어
작은 에도라는 뜻의 코에도라는 별칭이 붙어 있고
외국인들도 도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예스러운 분위기를 맛보기 위해 가와고에를 찾고 있습니다.
다만 그 분위기를 느끼기엔 죄다 식당이나 기념품점이라 너무 어수선한 것 같네요.
에도 시대의 분위기가 나는 창고 건물뿐만 아니라
오래된 서양식 건물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창고 거리에서 살짝 벗어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타이쇼 로망 유메 도리(大正浪漫夢通り)라는 이름이 붙은 거리가 있고
여기에는 서양식 건물이 여럿 모여 있죠.
타이쇼 시대의 낭만과 꿈이라니 어떻게 보면 살벌한 말이지만
본토에 살던 일본인들이야 타이쇼 데모크라시로 대표되는 문화 부흥기였고
한반도에서도 만세운동 이후 조선총독부의 탄압이 약간 완화되면서
독립에 대한 희망이 자라나는가 하면 낭만주의 문학이 등장했으니
시대 자체는 아름다웠다고 볼 수 있을까요?
거리 구경은 이정도로 하고
버스를 타는 대신 역까지 걸어가면서
정말 뜬금없게도 이름을 한글로 적은 카페도 보고
카와고에 쿠마노 신사는 입구만 보고
거리에서 빠져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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