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 있는 전시실 이름은 유물이 만들어진 시기나 지역을 참고해 지었는데
이날 방문한 사유의 방은 다른 전시실과는 동떨어진 이름이 붙었습니다.
사유의 방에 있는 유물은 국보 제78호와 제83호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2점으로
삼국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불교 문화재입니다.
너무나도 귀하게 다뤄서 특별전이 아닌 이상 두 불상을 나란히 전시하지 않고
한 불상이 전시실로 이동하면 다른 한 불상은 수장고에서 보관하거나 연구실로 이동하곤 했는데
2021년 11월 12일부로 전용 전시 공간인 '사유의 방'을 만들어
이제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두 불상을 나란히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불상을 예전에 함께 본 적이 있지만
그게 무려 7년 전 일이니 오랜만에 두 불상을 보러 갑니다.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미디어아트를 지나면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방에
왼쪽에는 국보 제78호, 오른쪽에는 제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이 보입니다.
두 불상 모두 국보로 지정된 만큼 귀한 문화재지만
옷 주름이나 손가락을 표현한 모습을 보면
제83호 불상이 좀더 자세하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두 불상이 언제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졌는지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적으로 제78호 불상은 6세기 후반, 제83호 불상은 7세기 초반에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확실히 나중에 만들어진 불상이 좀 더 세밀한 표현이 잘 돼있네요.
은은한 미소를 띈 두 불상을 오랜 시간 동안 감상하다 사색의 방에서 나왔습니다.
불상을 보러 온 김에 다른 전시실에도 들렀는데요.
국립중앙박물관에는 한국의 유물 외에도 다른 나라에서 출토된 유물들이 여럿 있습니다.
이집트관처럼 유물을 빌려온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는 유물인데
그중 중앙아시아관에서 보유한 유물은
대다수가 일제 강점기 시절 오타니 코즈이라는 중이 모았던 '오타니 컬렉션'입니다.
말이 컬렉션이지 약탈도 하고 도굴도 하면서 모은 중앙아시아의 유물들인데
오타니 코즈이가 있던 교토의 니시혼간지가 잦은 탐험으로 재정난에 빠지자
오타니 컬렉션을 다른 사람들에게 팔아치워 그중 일부가 조선총독부의 총독부박물관의 소유가 되었고
이후 해방을 거쳐 국립중앙박물관이 오타니 컬렉션을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동투르키르탄 또는 신장 위구르 자치구라고 부르는 지역에서 발굴된 이 유물은
실크로드 한복판에 있던 곳답게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고 하는데
지금은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이 다수지만 오래전에는 불교가 융성했기에
오래전 교과서에서 본 간다라 양식이 남아있는 불상이 여럿 보인다고 하네요.
중앙아시아관을 지나 다른 전시실도 둘러보고
박물관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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