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갈 때마다 갤러리 이름이 미묘하게 바뀌는 듯한 갤러리아포레 지하 갤러리를 찾아
아트 오브 뱅크시 월드투어 인 서울 전시를 관람합니다.
만화로 표현한 듯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면 나오는 작품들은
그야말로 현대미술의 아이콘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들이죠.
반전, 반권위, 반자본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미술 시장에서는 천정부지로 작품 가격이 오르는 모습을 보면 복잡한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철저히 정체를 숨긴 비밀의 작가라는 특이성과
기습적으로 나타나 작품을 만들어내고는 사라지는 작업 과정,
자신의 작품을 경매가 종료되는 그 순간에 파괴시키는 등의 가십거리 등
그야말로 인기가 없을 수 없는 정체성을 모조리 갖추고 있어
주요 활동지인 영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서도 작품을 볼 수 있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게 본 작품들은 디즈멀랜드와 관련된 전시물입니다.
디즈멀랜드는 뱅크시가 데미안 허스트 등 여러 예술가와 힘을 합쳐
잉글랜드 남서쪽 서머셋(Somerset)에 열었던 테마파크 겸 설치작품입니다.
디즈니랜드를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보고
디즈니랜드의 안티테제로 과격하고 어두운 테마파크를 만든 것이죠.
2015년 8월부터 9월 사이 5주 동안 영업을 한 뒤 테마파크를 철거하고
이 자재를 프랑스 칼레의 난민 캠프 자재로 재활용해 더는 가볼 수 없는 곳이지만
당시의 활동을 담은 흔적은 전 세계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제가 디즈멀랜드를 처음 알게 됐던 계기가 피키캐스트에 실렸던 글이었는데
그로부터 한참이 지난 6년 뒤에 이렇게나마 간접적으로 그 흔적을 보게 돼서 기분이 남다르네요.
다른 한편으로는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적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난민이 고통받고 있는데
뱅크시가 꾸준히 다뤘던 반전의 메시지와 난민에 대한 관심이
더욱 가치가 있는 시기가 된 것 같아 씁쓸합니다.
종로 아트 프라자에서 6월 30일까지 앙코르 전시회가 열린다니 다시 가볼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액자에 달아놓은 분쇄기가 고장 나 오히려 더 유명해진 풍선을 든 소녀를 마지막으로 찍고 나와
디즈멀랜드 달러를 기념품으로 사고 전시실에서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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