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보러 왔는데
단순히 독서에 그치지 않고 이런 행사에 참가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던가 싶을 정도로
상당히 긴 매표 대기열에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네이버에서 사전 예약을 한 덕에 매표소 줄에서 빠져나와
담당자의 지시에 따라 예약내역을 보여줘서 바로 입장 팔찌를 받았네요.
팔찌를 손에 묶고 한걸음에 이동한 곳은 한 출판사 부스입니다.
과거 이 땅에 살던 조상들이 바라본 하늘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단순한 땅이 아닌 영적인 존재와 함께 살던 자연에 대한 이야기 등
상당히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다루는 작은 출판사인데
얼마 전 '찬란한 우리 천체 이야기-하권' 출판을 위해 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받아서
이 펀딩에 저도 참가했습니다.
펀딩이 끝난 뒤 신간을 포함해서 이 출판사에서 나온 책 3권 이상을 후원한 사람에게는
머그컵을 선물로 준다길래
이런저런 구경을 하는 김에 선물을 받아가자 해서 여기에 온 것이죠.
머그컵을 받았으니 전시를 관람하러 이동해봅니다.
가장 먼저 본 전시는 디지털북 - 책 이후의 책인데
죽간이나 두루마리 형태로 기록을 남기던 방식에서
지금의 책인 코덱스(codex) 형태가 등장하면서 훨씬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록을 찾을 수 있게 되고
과학기술의 발달로 엄청나게 두꺼운 백과사전이 CD, 전자사전으로 바뀌듯이
책의 물리적인 크기가 줄어드는가 하면
이제 종이라는 물질에서 벗어나
종이 같은 시각효과를 표방하는 전자종이가 탑재된 e북리더라던가
글이 아닌 소리로 내용을 이해하는 오디오북이라던가
단방향 정보전달에서 상호 의사소통으로 소통의 제약마저 뛰어넘는 형태로 진화하는 책의 발달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책의 진화, 책 이후의 책에 주목하는 이유를
전시에서는 지리적 편중성에서 찾고 있습니다.
무겁고 부피를 차지하는 종이책이라는 한계로
책을 접하는 서점과 도서관이 특정한 지역에 편중되었는데
이런 접근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자책에 답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그 옆에는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라는 제목으로
책의 내용보다도 표지나 이미지에 더욱 주목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전부터 이름을 많이 들어본 작가의 책도 있고
이름은 생소하지만 표지를 보니 괜히 혹하는 책도 있는데
제일 인상 깊던 책은 휘리의 '곁에 있어'라는 책입니다.
3.36m에 달하는 기다란 그림을 접어 하나의 책을 만들었는데
그림 하나를 길게 볼 수 있으면서도
책처럼 일부분을 펼쳤을 때에도 하나의 그림처럼 완성된 구도를 보여주는 게 특이하네요.
전시 관람은 이 정도로 하고
각 출판사 부스를 둘러보면서 살만한 책이 있나 찾아봅니다.
작은 독립출판사 부스도 찾아가 보고
대형 출판사 부스도 찾아가 보고
웬일인지 SICAF가 아닌 SIBF에 참가한 만화책 출판사 부스도 잠깐 들어가 보고
올해의 주빈국인 콜롬비아 부스도 기웃거려봅니다.
책을 사놓고는 읽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는 행위를 일본어로 츤도쿠(積ん読)라고 하는데요.
한동안 책에 적힌 글이 읽히지 않아
마음에 두는 책을 사기만 하고 책을 펼칠 생각은 안 하는 츤도쿠에 지독하게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모처럼 이런 행사에 오니 다시금 책을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전시장에서 눈길이 가던 책은 찾았지만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로는 굳이 전시장에서 책을 사지 않아도 되기에
다른 서점에서 두꺼운 양장본을 하나 사는 것으로 이날의 외출을 마쳤습니다.
ps. 유난히 줄이 긴 곳이 있길래 대체 뭔가 했는데 김영하 작가 사인회 대기줄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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