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문화관을 나섰더니 바로 앞에 오키나와 향토마을이라는 민속촌이 나왔는데요.
오키나와가 일본에 병합되기 이전인 류큐 왕국 시대의 여러 민가를 재현해 보여주고 있는 곳입니다.
일본 본토와는 기후가 다르기도 하고
비슷한 문화를 공유하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다른 나라였기에
일본에서도 보기 어려운 건물들이 있지 않을까 해서 들어가 봤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장원 지주(地頭代, 지토다이)의 집부터가 보수 공사 중이라서
어째 관람 시작부터 힘이 빠지네요.
아무튼 다음 장소인 노로의 집(ノロの家)으로 갑니다.
노로는 오키나와에서 무녀를 부르는 명칭인데
노로가 살던 집 구조 자체는 다른 민가와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노로가 사는 집과는 구분된 별도의 건물로 노로둔치(ノロ殿内)라고 부르는 기도하는 장소를 만들었다고 하네요.
한편 노로는 국왕이 임명한 관직이기도 했는데
마을마다 몇몇씩 배치돼 일하는가 하면
국가로부터 토지도 하사 받고 결혼도 가능해서 대대로 노로직을 물려받기도 했다고 합니다.
건물 양식 자체만 보면 다른 민가와 크게 차이가 안 난다는 설명이 있음에도
이렇게 노로의 집을 따로 만든 데에는 노로라는 직책 자체를 다루기 위해서인 것 같네요.
정작 저는 노로의 집 말고 평범한 오키나와 민가를 못 봤지만...
장원 지주의 집과 마찬가지로 보수 중인 왕국 시대의 민가를 지나
류큐 열도 최서단 섬인 요나구니의 민가(与那国の民家)에 잠시 들어갑니다.
요나구니에 실제로 있던 집을 모델로 해서 반농반어 생활을 보여준다고 하는데
다른 것보다도 바닥까지 모조리 대나무로 만들었다는 것이 눈에 띕니다.
앞서 본 노로의 집만 해도 바닥에 타타미를 깔아놨는데
오키나와보다도 더 남쪽에 있는 요나구니에서는
타타미를 깔았다간 금세 곰팡이가 피어 살기 힘들었을 것 같네요.
바로 옆에는 아마미 민가(奄美の民家)가 자리 잡고 있는데
여기서 아마미는 오키나와 북동쪽에 있는 아마미오시마를 중심으로 여러 섬이 모인 아마미 군도를 말합니다.
오랫동안 류큐 왕국의 영토였지만
오늘날 카고시마현에 해당하는 사츠마번의 초대 번주 시마즈 타다츠네가
1609년 류큐 왕국을 침공해 류큐 왕국을 일본의 속국으로 만들고
아마미오시마는 사츠마번의 직할지로 차지해
지금까지도 아마미오시마는 오키나와현이 아닌 카고시마현 관할로 되어 있습니다.
오키나와 향토마을은 17세기부터 19세기 사이 류큐 왕국 시대를 다루고 있는 곳이라서
이 기간 동안 류큐 왕국이 아닌 일본 땅이었던 아마미 군도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문화와 생활이라는 설명을 하며 오키나와 본토와는 구분하고 있네요.
사츠마번이 침략하기 전에도 큐슈와 가까워서 교류가 잦아 오키나와와는 문화가 조금 달랐을 테고.
주된 집과 부엌을 다른 집으로 구분해서 지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는 설명을 보고 나서
마지막으로 메이지 시대에 지은 집을 모델로 지었다는 근래의 민가(近年の民家)로 들어가 보는 것으로
오키나와 향토마을 관람은 끝.
향토마을 부대시설로 오모로 식물원이라는 곳도 있는데
오키나와에서 가장 오래된 가요집 오모로사우시에 등장하는 식물 중
오키나와 재래종 22종을 모은 식물원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오키나와 향토마을 바로 옆에 더 큰 식물원이 있어서
식물 관람은 거기서 하기로 하고 향토마을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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