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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알아도 그다지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아니지만 카메라용 필름에는 유효기한, 유통기한이 있다. 화학적인 반응으로 상을 맺으니 필름에는 여러 화학 약품이 들어 있고 이 화학 약품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필름에서 사라진다. 1~2년 정도는 시간이 지나도 사진 촬영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그 기간이 10년이 넘어간다면, 특히 냉동/냉장 보관이 아닌 상온 보관한 필름이라면 제대로 된 사진을 찍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 합리적인 소비자라면 빈티지 필름이라고 팔리는 이런 필름을 굳이 돈 주고 살 이유가 없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비합리적인 소비자이기에 오래된 필름에 손을 대고 말았다. 1983년 12월 유통기한 만료 후지필름 슈퍼 컬러 F-2. 유통기한도 유통기한이지만 12컷밖에 찍지 못한다는 것도 특이한데 과거에는 컬러 필름이 비쌌기에 생일 같은 이벤트 때 사진을 찍기 위해 12컷짜리 필름을 쓰곤 했다고 한다.
오래된 필름을 산 때 마침 카메라가 고장이 났었기에 수리를 맡기고 테스트용으로 이 '썩은' 필름을 찍어봤다. 유통기한이 20년이 넘게 지난 ISO 100 필름이니 ISO를 25에 맞추고 촬영. 사진을 찍고 나서 현상한 결과물이 상당히 재미있는데, 상이 맺힌 것이 기적과도 가까운 필름인데 비교적 형태를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상이 맺혔고 색깔도 상당히 틀어졌지만 오묘한 매력이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는 느끼기 어려운 우연이 만들어내는 재미.
아무 필름이나 이런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어서 코니카 필름처럼 아무런 상이 맺히지 않는 필름도 있으니 오래된 필름을 사는 것은 그야말로 복불복이라 오래된 필름 몇 롤만 재미로 사고 그만두려고 했는데 이베이에서 재미있는 매물을 발견했다. 우크라이나 셀러가 올린 소련제 스베나 DS-4 컬러 필름. 갓 만든 공산품조차 품질이 균질하지 않은 것이 소련제 물건인데 유통기한이 20년이 넘은 소련제 필름이라니. 사진이 찍히면 찍히는 것도 재미있겠고 사진이 안 찍히더라도 소장하는 것만으로 뭔가 가치가 있지 않을까.
역시나 소련에서 만든 카메라 로모 LC-A에 이 필름을 넣으면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해하며 오늘 집으로 도착한 이 필름을 냉장고 안에 넣어둔다.(2024.09.03)
ps. 스베나 DS-4는 필름에 유제가 떨어질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아 제대로 찍힌 사진이 거의 없는데
그와중에도 대상혁 피규어만큼은 어떻게든 찍혔다. 참 기막힌 우연.
오래된 필름을 사는 재미
이제는 알아도 그다지 도움이 될만한 정보는 아니지만 카메라용 필름에는 유효기한, 유통기한이 있다. 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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