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요시다역에서 열차를 타고
후지산역에 내리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후지산 경치에 감탄을 하고
역에서 빠져나와
버스를 타러 갑니다.
후지산 주변으로 여기저기 뻗어나가는 버스가 여럿 있는데
제 목적지는 수륙양용버스 '야마나카코노카바(山中湖のカバ)'를 탈 수 있는 야마나카호.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별의별 탈것을 타봤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마침 후지산 근처에서 수륙양용버스를 타볼 수 있길래 일정에 넣었습니다.
고탄다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는 3번 승강장으로 이동해
9시 8분 출발하는 A1 버스를 타야 하는데... 어째 출발부터 불안합니다.
이 일대는 한국인 관광객은 별로 없지만 온갖 외국인들로 미어 터지는 곳이라서
제가 탄 버스도 외국인들로 가득한데요.
이 외국인들이 일본 버스 타는 법을 미리 숙지하고 탔을 리가 없으니
중간에 멈출 때마다 버스가 지연돼 괜히 초조해집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대략 20분 늦게
후지산 주변 5개 호수인 후지고코 중 하나 야마나카호에 진입한 버스는
이런저런 정류장을 거쳐
야마나카코아사히가오카 정류장에 도착했는데요.
버스 출발까지 시간이 조금 촉박하니
서둘러서 수륙양용버스 매표소로 이동하도록 하죠.
모리노에키 아사히가오카 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티켓 카운터가 보입니다.
어른 기준 버스표가 2,800엔인데
10시 출발하는 버스는 이미 매진됐네요.
이럴 줄 알고 미리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해뒀기에
문제없이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스이카로 지불되냐고 물으니 안된다고 하고, 신용카드 터치결제 되냐고 물어보니 안된다고 하는 사소한 문제가 있었지만.
카바는 일본어로 하마를 부르는 말인데요.
수륙양용버스 생김새가 하마를 닮았다고 생각한 것인지
버스 곳곳에 파란색 하마가 그려져 있네요.
이따가 타볼 카바 4호를
쓸데없이 둘러보고
모리노에키로 돌아가 탑승수속을 밟습니다.
버스 탑승 시 안내사항에 대한 영상 뒤에는 수륙양용버스에 대한 소개가 나올 줄 알았는데
의외로 진짜 하마의 식생에 대한 교육 영상이 나오네요.
버스 소개도 짤막하게 나오지만.
영상 시청을 마치고
버스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뒤
사다리를 타고 버스에 올라타
승차권에 적힌 자리를 찾아가니
운이 좋게도 맨 앞자리입니다.
한국에서 운행하는 부여 수륙양용버스는 지상 운전용 핸들과 수상 항행용 키가 따로 있는데
지금 타는 버스도 지상과 수상 방향타가 따로 있네요.
파란 하마와 함께 하는 안내원의 안내를 따라
의자 아래 있는 구명조끼를 확인하고
도로 주행 시 버스가 크게 흔들리니 안전벨트를 잘 매라는 지시를 충실하게 따릅니다.
모리노에키를 출발한 버스는
곧바로 호수를 향해 달려가는데요.
이 길이 상당히 경사진 데다 울퉁불퉁하고 급커브도 있어
로데오를 방불케 하던 안내 이미지가 바로 납득이 됐네요.
호수 앞에서 카운트다운을 외치고
Riding Amphibious Bus
호수에 진입한 버스는
도로 위에서와는 다르게 부드럽게 항행을 시작합니다.
날씨는 춥지만 경치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 비닐 창문을 위로 접고
깨끗한 경치를 보는 동안
안내원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데요.
한국어가 없는 것이 아쉽지만
영어로 된 해설이 있으니 그래도 좀 낫네요.
생각보다 별의별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버스 바깥에 그어진 파란 줄은 버스가 물 위를 떠다닐 때 잠기는 부분이라던가
이 수륙양용버스를 디자인한 사람이
일본에서 관광열차 디자인 감수로 유명한 미토오카 에이지라는 사실이라던가
매년 11월에서 2월 사이 날씨가 맑은 날 야마나카호에서 후지산 꼭대기에 해가 걸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 모습이 마치 다이아몬드 반지 같으니 프러포즈하기 좋다던지
새해 첫 꿈에 후지산, 매, 가지가 나오면 재수가 좋다고 여긴다던지 등등
정말 별의별 얘기를 건네주네요.
정작 그 후지산은 진행방향 왼쪽에 있어서
저는 제대로 볼 수 없으니
진행방향 오른쪽에 후지산이 보이기를 기다리다
열심히 사진을 찍어봅니다.
노구치 히데요가 실린 옛 1000엔권 뒤에는 모토스호에서 바라본 후지산이 담겨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야마나카호에서 바라본 후지산도 멋지네요.
그러는 사이 안내원은 아직도 이야기를 계속하고 있는데요.
수륙양용버스가 물에 들어가면 바퀴는 어떻게 되는지 퀴즈를 내고 있습니다.
정답은 영화처럼 바퀴가 접히는 것이 아닌 지상에 있을 때 모습 그대로 있는다인데
3번 답은 정말 기상천외하네요.
30여 분 간의 항행을 마치고
이제 육지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호수로 빠질 때와는 다르게
육지로 올라올 때에는
비교적 부드럽게 올라오네요.
모리노에키 아사히가오카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으로 후지산을 감상하고
혹시나 바퀴에 물고기가 끼어있나 궁금해하며
버스에서 내려 다음 여행지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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