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를 찾으려고 서랍을 뒤지다
2009년부터 3년쯤 사용하던 피처폰이 나왔습니다.
LG전자에서 제조한 싸이언 KH2700이란 모델로
펫네임조차 따로 없는 보급형 단말기입니다.
저도 마음 같아서는 김연아폰이니 초콜릿폰이니 하는 광고에 나온 단말기를 갖고 싶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법이죠.
피처폰을 찾은 김에 짐을 좀 더 뒤져 TTA 24핀 충전기와 피처폰용 젠더를 꺼내 전원을 연결해봤습니다.
방전된 지 오래라 충전이 거의 되지 않는 배터리를 어떻게든 충전해가며
잘 눌러지지도 않는 버튼을 눌러 오랜만에 피처폰을 조작해봅니다.
지금이야 기가바이트 용량이 아닌 핸드폰을 찾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10여 년 전 피처폰 내장 메모리는 가용 용량이 32메가바이트였습니다.
시스템용 용량이 따로 있긴 했지만 그걸 합쳐도 1기가가 안되네요.
가용 용량이 적다 보니 핸드폰에 MP3 파일을 그대로 넣지 않고 kmp, smp 등의 파일로 변환해 넣어 들어야만 했습니다.
저작권 보호라는 명목도 있긴 한데 이렇게 파일을 변환하면서 용량도 줄고 음질도 줄고...
음악과 더불어서 예나 지금이나 핸드폰의 주요 기능이 돼버린 사진의 경우
이 핸드폰으로는 130만 화소 후면 카메라로 최대 1280x960 사이즈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마침 지우지 않고 남은 사진이 몇 개 있어 옮겨봤는데
역시나 사진은 영...
피처폰을 부활해본 김에 동네 주변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몇 장 찍어봤는데
낮에 찍어도 초점 이외에 다른 부분은 상당히 흐릿하게 찍힙니다.
미니홈피에 올리는 정도라면 괜찮았을지 몰라도 사진을 확대해보면 바로 별로라는 것이 느껴집니다.
핸드폰을 사는데 큰돈을 들이지 않았으니 게임에도 큰 욕심이 없었지만
그래도 간간히 리듬게임을 받아서 하곤 했습니다.
오랜만에 해볼까 해서 게임을 눌러봤더니
유심이 없어서 실행이 안 되네요.
KT 회선이 하나 있어서 유심을 꽂으면 작동하긴 할 텐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으니 그냥 껐습니다.
오랜만에 피처폰을 꺼내보고 잠시 옛날 생각 좀 해봤는데요.
상태가 괜찮으면 계속 가지고 있을 텐데
상태가 썩 좋지 않고, 이 피처폰에 대한 미련도 없으니 버리기로 했습니다.
그냥 버리면 심심하니(?) 한번 뜯어보죠.
여러 이유로 뒷면이 접착제로 붙어있는 요즘 스마트폰과는 다르게
이 피처폰은 뒷면에 있는 나사 6개만 풀면 바로 분해가 됩니다.
문제는 워낙 핸드폰이 오래된 데다 습기에 잔뜩 노출돼서 나사가 상당히 마모됐네요.
작은 드라이버로 최대한 곱게 분해하려고 했으나 도저히 되지 않아
어차피 버릴 거니 과감히 박살 내자 해서 집어 뜯고 니퍼로 자르고 해서
위와 같이 하판을 분해했습니다.
PCB 위쪽에 있는 커넥터를 분리하면
전면 디스플레이와 PCB, 버튼 입력부가 떨어지고
슬라이드를 민 다음 손가락에 살짝 힘을 주면 키패드도 쉽게 분리가 됩니다.
후면 카메라는 접착제로 붙어 있어서 가볍게 떨어지는 반면
피처폰 아래에 있는 스피커나 적외선 센서는 버튼 기판에 납땜으로 붙어 있어 분리가 안 되네요.
메인보드를 덮고 있는 실드캔을 살살 여니
퀄컴의 MSM6280 AP와 도시바의 TYA000B800C0GG EPROM이 나옵니다.
PCB 반대편에는 통신 모듈이 여럿 붙어 있는데
어째 아무리 찾아봐도 램이 안 보이네요.
그래서 2.2인치 QVGA 디스플레이 아래 기판에 있나 하고 뜯어보려고 했는데
이쪽 역시 나사가 너무 오래돼서 드라이버가 돌아가지를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힘으로 뜯자니 이쪽은 구조가 좀 복잡해서 힘을 줘도 잘 안 될 것 같아 포기.
호기심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해 아쉽지만
제법 잘 가지고 놀았습니다.
ps. 예전에는 몰랐는데
핸드폰을 켜고 끌 때 뜬금없이 GSM 글로벌 로밍이 된다는 것을 자랑하는 문구가 적혀 있었네요.
한국 통신망은 CDMA/WCDMA를 쓰고 해외에서만 GSM을 썼는데
굳이 국내에서 쓰는 폰에 저렇게 로밍 관련 문구를 적었어야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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