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요코를 떠나 다음 여행지인 오다이바로 이동하는 도중 아키하바라를 지나갑니다.
예전에는 수많은 가게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상가도 많이 비었고 사람들도 많지 않네요.
하필이면 방문 전날인 21일 아키하바라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영향도 있겠지만
동인상품 유통 체인인 토라노아나마저 아키하바라에서 가게를 빼는 상황을 보면
아키하바라라는 지역이 점점 쇠퇴해간다는 것이 크게 느껴집니다.
아키하바라를 지난 버스는 다시 수도고속도로에 진입해
분명 고속도로지만 시속 60km 제한이 걸린 길을 달립니다.
한국인에게도 제법 익숙할 지역을 지나다 보면
레인보우 브리지가 나오는데요.
레인보우 브리지는 인공섬인 오다이바와 육지를 잇는 다리인데
상부도로는 수도고속도로, 하부도로는 차도와 경전철인 유리카모메는 물론 인도까지 있는
특이한 구조로 만들어진 다리입니다.
오다이바를 찾는 대다수 관광객이라면 레인보우 브리지를 통해 오다이바로 들어갈 테니
오다이바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여겨지고
여행사에서도 일부러 레인보우 브리지를 지나는 경로로 일정을 짠 것 같습니다.
레인보우 브리지 아래를 흐르는 물은 도쿄만을 이루는 바다인데요.
사진만 보면 크게 티가 안 나는데
2020 도쿄 올림픽 때 트라이애슬론 수영 경기를 치른 선수들이 구토를 했을 정도로
물이 더럽기로 유명한 곳이기도 합니다.
일본 정부에서 물이 더럽다는 걸 모를 리가 없지만
워낙 도쿄 하수처리망이 만들어진 지 오래돼서
조금이라도 하수 처리량이 많아지면 하수를 그대로 바다에 버려 답이 없다고 하네요.
아무튼 레인보우 브리지를 지나
오다이바에 진입,
등신대 사이즈로 만든 유니콘 건담이 인상적인 다이버 시티 도쿄 프라자에서 2시간여의 자유 일정을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같은 자리에 등신대 사이즈 건담(일명 퍼스트 건담)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건담을 사진으로 못 남겨서 아쉽네요.
여기서 식사와 쇼핑을 같이 하라고 2시간이 주어졌는데
쇼핑에는 관심이 없으니 일단 여기를 벗어나 보죠.
특이한 구조로 유명한 후지 테레비 본사를 지나
레인보우 브리지가 보이는 오다이바 해변공원으로 가면
오래전 일본이 쇄국정책을 펼치던 시기 방어를 위해 포대를 만들었던 자리에 자유의 여신상이 놓여 있습니다.
여기에 놓인 이 자유의 여신상은 단순한 레플리카가 아닌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인받은 진품인데요.
1998년 일본에서 '프랑스의 해' 행사를 진행하면서
파리 센강에 있던 자유의 여신상을 1년간 빌려와 오다이바에 설치했는데
이게 반응이 너무 좋아 오다이바의 랜드마크가 돼버려
자유의 여신상을 프랑스에 돌려주면서 같은 크기의 동상을 하나 더 만들어
오다이바에 자유의 여신상을 다시 두게 되었다고 하네요.
다이버 시티 도쿄 프라자 근처에서 둘러볼만한 건 이 정도면 다 본 것 같은데
시간이 좀 많이 남았습니다.
그렇다고 영화를 볼 정도로 시간이 남은 것은 아니고
노이타미나 카페가 있긴 한데 노이타미나 애니메이션은 근래에 본 작품이 없어 관심이 없고
마땅히 할만한 게 보이지 않아 다시 다이버 시티 도쿄 프라자로 돌아와
푸드코트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습니다.
삼겹살은 물론 육개장에 설렁탕까지 파는 주제에 이름은 베지테리야인 식당은 거르고
니혼바시 텐동 카네코한노스케(日本橋 天丼 金子半之助)라는 곳에서 텐동을 먹어보죠.
생각해보니 한국에서는 텐동을 자주 먹었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네요.
에도마에텐동이라는 이름이 붙은 텐동과 함께
칼피스 소다 1잔을 주문했습니다.
텐동 전문점이면 시치미 통이 따로 있는데
여기는 푸드코트니 시치미 1인분을 따로 주네요.
붕장어, 새우 2마리, 오징어, 달걀, 김, 고추 튀김으로 구성된 텐동은 한국에서도 자주 먹던 익숙한 맛인데
의외로 칼피스 소다를 텐동과 같이 먹으니 나쁘지 않습니다.
맛이 미묘하긴 해도 탄산은 탄산인가 봅니다.
식사를 마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유니콘 건담에 불이 들어왔네요.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면 훨씬 멋있을 것 같은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런 모습은 볼 수 없으니 아쉽지만 이 모습만 사진으로 남기고
참 길었던 오다이바 관광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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